이석현 더민주 의원,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 등 정치인·학자·언론인 등 만찬 참석
  • 지난 10일 외교부에서 김홍균 본부장과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향해 "아, 몰라요"를 외치는 우다웨이 中외교부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0일 외교부에서 김홍균 본부장과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향해 "아, 몰라요"를 외치는 우다웨이 中외교부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다웨이 中외교부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의 방한 목적은 결국 한국 대선후보들에 대한 정보수집과 ‘친중 성향’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선전선동 외에는 없었던 것일까.

    우다웨이 中특별대표 일행은 지난 12일 서울의 한 중식당에서 한국인들과 만찬을 가졌다. ‘한중친선협회(회장 이세기·이사장 서청원)’가 주최한 만찬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만찬 참석자로부터 들은 당시 상황은 가관이었다. 우다웨이 中특별대표의 ‘사드배치 불가론’ 주장에 반박한 한국 정치인과 언론인, 중국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중친선협회’ 주최 만찬에는 우다웨이 외에도 천하이 中외교부 아주국 부국장(과장급), 진옌광 주한 中대사관 공사, 천쥔제 주한 中대사관 참사 등이 중국 측 인사로 참석했다고 한다.

    한국 측은 주최 측인 한중친선협회의 이세기 회장과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관영 국민의 당 의원,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 곽영길 아주경제 사장 등이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 당시 상황을 전한 참석자는 “우다웨이가 ‘고장 난 레코드판’처럼 똑같은 이야기만 계속 하는 데도 여기에 반발하거나 문제를 지적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만찬 당시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은 중국 측 사람들과 인사만 하고 돌아갔고, 우다웨이 中특별대표가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주장을 펼칠 때 있었던 이석현 더민주 의원과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여기에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 만찬에서 우다웨이 中특별대표는 中공산당이 계속 주장해 온 ‘쌍중단-쌍궤’ 논리를 다시 내놨다고 한다.

    中공산당은 북한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 해법이라며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영구중단하고,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는 대신 美-北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 서울의 한 중식당에서 지난 12일 열린 '우다웨이 방한 환영 만찬'의 모습. '한중친선협회'가 주최했다고 한다. ⓒSBS 관련보도 화면캡쳐.
    ▲ 서울의 한 중식당에서 지난 12일 열린 '우다웨이 방한 환영 만찬'의 모습. '한중친선협회'가 주최했다고 한다. ⓒSBS 관련보도 화면캡쳐.


    우다웨이 中특별대표는 또한 “북한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 중국 책임론에는 동의할 수 없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화 등 평화적인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고 한다. 북한이 2003년 8월 27일부터 열린 ‘6자 회담’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2005년 9월 19일 6자 합의를 해놓고도 핵실험을 자행했을 때 中공산당이 뒷짐만 지고 있었던 사실을 부정했다.

    우다웨이 中특별대표는 또한 “한중 관계가 지금 틀어진 것은 한국이 중국과 사전에 상의도 없이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이 원인”이라며 “중국 정부는 그 어떤 ‘사드 보복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중국 인민들이 자발적으로 한국제품 불매운동, 한국관광 거부운동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고 한다.

    우다웨이 中특별대표는 이어 “중국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가장 신경 쓰는 것이 탐색거리가 2,000km나 되는 X밴드 레이더로, 이것이 한반도에 배치되면 중국 동부 지역이 모두 사드 감시권에 들어가게 된다”는 예의 주장도 다시 펼쳤다고 한다.

    이는 한국 경북 성주에 배치하는 '사드'의 레이더가 장거리 감시용이 아닌 종말처리용이라는 한미 양국 정부의 설명을 아예 믿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다웨이 中특별대표의 주장은 “美-中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문제를 논의하고 했는데, 멀리 있는 미국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원할지 몰라도 중국은 원하지 않는다”면서 “지금 당장 중요한 일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는 것”이라며 미국을 비난했다고 한다.

    이에 만찬에 참석한 한 사람이 “한국 입장에서 한미동맹은 생존의 문제이고, 한중 관계는 먹고 사는 문제이므로, 한미동맹이 더 중요하다”고 반박하자, 우다웨이 中특별대표는 “우리 중국에게는 먹고 사는 문제가 생존 문제”라고 답했다고 한다.

    만찬 참석자 대부분은 우다웨이 中특별대표의 이 같은 억지를 들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는가 하면 아무런 반응도 없이 주장을 듣고 있었다고 한다. 만찬에 참석한 한 사람은 우다웨이 中특별대표의 말에 의견을 개진한다면서 “한국이 중국에게 상의도 하지 않고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은 잘못이지만”이라고 전제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만찬 참석자들은 또한 中공산당이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면 ‘사드’ 배치는 할 필요가 없다”는 한국 정부의 호소를 몇 년 동안 외면한 일, 중공군이 백두산 북쪽에 한반도를 겨냥한 핵탄두 탑재 탄도미사일 수백여 기를 배치해 놓고 있는 일, 일본이 중국 지역을 감시하기 위해 설치해 놓은 X밴드 레이더에는 아무런 항의로 하지 않은 일 등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 우다웨이 中특별대표는 13일 이희호 여사를 만났다고 한다. 이 만남은 중국 측이 먼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우다웨이 中특별대표는 13일 이희호 여사를 만났다고 한다. 이 만남은 중국 측이 먼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중친선협회’ 만찬 분위기를 전한 소식통은 “우다웨이 中특별대표의 태도와 발언을 직접 보니, 이들이 한국에 온 이유는 美-中 정상회담 결과와 향후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에 대해 설명하러 온 게 아니라 주요 대선후보에 대한 정보수집과 ‘사드’ 배치에 대한 선전선동을 통해 한국 사회의 여론을 분열시키러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했다.

    소식통은 “우다웨이 中특별대표 일행의 태도로 볼 때 中공산당이 북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가 없고, 결국 북한 문제는 한미동맹의 결속을 바탕으로 ‘행동’으로 해결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의 말은 우다웨이 中특별대표의 방한 이후 일정을 봐도 이해할 수 있다.

    우다웨이 일행은 문재인 더민주 후보 캠프 측을 시작으로 주요 대선 후보들을 만나고 한중친선협회 주최 만찬에 참석한 데 이어 13일에는 이희호 여사를 만났다고 한다. 이희호 여사와의 만남은 中공산당 측이 먼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년 동안 中공산당이 한국을 상대로 벌인 행패에 분노한 한국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노력은 그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가히 ‘자칭 대국’다운 행태였다.

    한국 내의 수많은 ‘친중 세력들’이 바라는 미래가 ‘대국을 섬기는 소국’이라면, 그들이 지지하는 대선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될 것이다. 그때는 한미동맹이 깨지는 것은 물론 한국은 中공산당의 영향력 아래 북한과 비슷한 수준이 될 텐데도 ‘친중 세력들’은 자신들은 그렇게 빈한하게 살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