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당 공천 후보 득표율에 따라 향후 정국에 미칠 영향 상당
  • 4·12 재선거의 투표일이 다가왔다. 국회의원 선거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에서만 치러지는 관계로, 5·9 조기 대선을 한 달 앞둔 민심의 가늠자로 온 국민의 이목을 끌어왔다.

    출사표를 던진 후보자들 스스로부터가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태 후보는 "다음달 대선에서 정권이 (문재인 후보에게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지역 정서를 진단해왔다.

    자유한국당 김재원 후보는 "국민 여러분이 상주시를 주목하고 있다"며 "김재원이 압도적으로 당선된다면 대한민국 국민들이 '보수정치세력이 다 무너진 줄 알았는데 아직 든든한 근거지가 남아 있구나'라고 생각해, 다시 한 번 뭉칠 힘을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김진욱 후보를 지원하러 온 유승민 대선 후보는 "여러분이 2번 후보를 선택하면 전국의 국민들이 '상주가 또 그렇지' 하면서 실망한다"며 "4번 후보를 선택해야 온 대한민국 국민들이 '상주가 정말 대단하다'며 깜짝 놀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소속 성윤환 후보는 "(박완철 후보와의 후보)단일화의 주된 목적은 친박폐족 심판"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파면·구속된 것은 정권에 관여한 모든 분들의 공동책임"이라고 성토했다.

    후보자들 각자가 나름대로의 의미 부여를 선거 막판까지 강조한 가운데, 좋든 싫든 이번 재선거 결과의 여파는 대선 후보들에게 덮쳐갈 전망이다. 4·12 재선거 투표함이 담고 있는 각 당 대선 후보들의 미래를 진단해본다.

  • ▲ 더불어민주당 김영태 후보가 7일 풍물시장 입구에서 예산폭탄론을 앞세우고 유세를 전개하고 있다. ⓒ상주(경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영태 후보가 7일 풍물시장 입구에서 예산폭탄론을 앞세우고 유세를 전개하고 있다. ⓒ상주(경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민주당 김영태 22.3% 넘느냐… TK 반문 정서 측정의 척도

    민주당 김영태 후보는 이미 민주당 공천으로 두 번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전력이 있다. 정확히 1년 전에 열렸던 지난해 4·13 총선에서는 같은 선거구에서 22.3%를 득표했다.

    이번 재선거를 맞이해 달라진 것은 선거전략이다. 김영태 후보는 이번 선거를 '예산폭탄론'으로 치러냈다. 예산폭탄이란 집권여당의 전유물이다. 즉, 문재인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집권여당이 될 것을 전제하고 선거를 치렀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8일에는 문재인 후보가 직접 경북 상주를 찾아 김영태 후보를 측면 지원하기도 했다.

    11일 TBC대구방송 토론회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문재인 후보에게 사랑받는 김영태가 의원이 되면 예산폭탄 한 번 맞아볼 기회"라고, 이른바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 논법을 펼치기도 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러한 전략전술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경쟁 후보들은 대체로 문재인 후보의 지원이 지역 정서상 오히려 감표(減票)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소속 성윤환 후보는 9일 본지와의 긴급 인터뷰에서 "문재인 후보가 이 지역에 온 것 자체는 김영태 후보에게 마이너스 표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어느 쪽이 옳았느냐는 개표 결과가 말할 것이다. 김영태 후보가 지난해 총선에서 얻었던 득표율(22.3%)보다 오히려 감소한다면, 이것은 '문재인 마이너스 효과'로 볼 수 있다.

    대구·경북의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표로 드러난 셈인데, 특정 권역에서의 강한 비토 정서가 확인된 후보의 향후 대권 가도도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반면 김영태 후보가 당선되거나, 낙선하더라도 22.3%를 넘는 득표율을 올린다면 실제로 지역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문재인 후보의 대권가도에 청신호이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급상승으로 흔들리던 '대세론'의 재점화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 자유한국당 김재원 후보 내외가 11일 풍물시장 입구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상주(경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자유한국당 김재원 후보 내외가 11일 풍물시장 입구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상주(경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한국당 김재원, 47.2%가 '압도적인 지지'의 기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문재인~안철수 양강 구도로 흘러가는 듯한 국면을 뒤엎을 방책으로 4·12 재선거를 지렛대 삼을 뜻을 이전부터 비쳐왔다.

    국회의원 재선거로 대선 정국을 흔들려면 아주 '압도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그간 김재원 후보를 지원유세 왔던 강석호 전 최고위원, 유기준 의원, 이주영 의원, 정진석 전 원내대표 등이 모두 일제히 '압도적인 지지'를 호소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 권역의 유권자들이 '홍찍문(홍준표 찍으면 문재인 된다)' 논리에 사로잡혀 있는 등 패배주의에 빠져 있기 때문에, 압도적인 지지율로 보수 지지층을 다시 한 번 결집해보자는 의미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득표율이 나와야 '압도적인 지지'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이 지역구에서는 지난해 4·13 총선에서 김종태 전 의원이 77.7%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한국당 김재원 후보는 19대 총선 군위·의성·청송에서 72.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범(汎)보수 진영이 사분오열돼 있는 상태에서 77.7%니, 72.7%니 하는 수치를 재현한다는 것은 어렵다. 현실적으로 볼 때, 관건은 득표율이 50% 위냐, 아래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좀 더 구체적인 수치로 들어가면, 탄핵광풍이 불었던 17대 총선에서 김재원 후보가 군위·의성·청송에서 올렸던 득표율인 47.2%도 판단의 준거가 될 수 있다.

    47.2~50.0% 이상의 득표율이 기록된다면 '압도적인 지지'로 간주할 수 있다. 홍준표 후보를 중심으로 하는 보수 지지층 결집을 시도해볼 수 있고, 바른정당 등 범보수 진영을 향한 후보 단일화와 통합의 압박도 강해질 것이다.

    아울러 선거 기간 내내 김재원 후보를 괴롭혔던 '친박책임론'을 보수의 본산에서 지역민들이 표로 전면적으로 면책했다는 점에서 '친박 인적 청산'을 내건 바른정당의 주장이 힘을 잃을 개연성이 높다.

    다만 김재원 후보의 득표율이 47.2% 아래로 내려간다면 당선이 되더라도 대선 정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재원 후보 본인은 3선 고지에 오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겠지만, 홍준표 후보나 한국당 차원에서는 이렇다할 '재미'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재원 후보가 낙선하게 된다면 홍준표 후보와 한국당 친박계는 상상할 수 없는 충격을 받게 된다.

    홍준표 후보는 경남도지사를 퇴임하자마자 지난 10일 첫 대외 일정으로 경북 상주를 찾았는데, 공교롭게도 여론조사에서 앞서 있던 선거가 뒤집힌다면, 이른바 '동남풍'을 받지 못했다는 의미가 된다. 대권 가도 초반부터 스텝이 제대로 엉키는 것이다.

    바른정당을 향한 후보단일화나 통합 압박도 추동력을 급격히 상실하게 된다. 또, 친박책임론이 TK 권역에서조차 먹혀들었다는 의미라, 당내에서는 친박 인적 청산에 대한 요구가 다시금 비등해질 개연성도 배제 못한다는 지적이다.

  • ▲ 바른정당 김진욱 후보와 유승민 대선 후보가 8일 의성염매시장 앞에서 된다송을 부르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의성(경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바른정당 김진욱 후보와 유승민 대선 후보가 8일 의성염매시장 앞에서 된다송을 부르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의성(경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바른정당 김진욱, 선거비용 보전 못한다면 분위기 심각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공식선거운동기간 동안 세 차례나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지역구를 찾아 지원 유세를 펼쳤다. 2일 상주와 의성에서 집중유세를 펼쳤고, 8일에는 전략지역인 군위·의성·청송의 3개 군(郡)을 반나절만에 전부 순회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공식선거운동기간 마지막날인 11일에도 또다시 상주를 찾아 절절히 지지를 호소했다.

    그 결과 김진욱 후보가 당선된다면 유승민 후보의 표현대로 "온 국민이 깜짝 놀랄 일"이 되고, 정국의 지형 자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보수의 본류와 지류가 갈리는 문제이기 때문에, 한국당과 홍준표 후보에게는 치명타가 되고, 향후 정국에 미칠 영향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낙선하게 된다고 하면 득표율에 따라 정치적 의미가 달라지는데 △득표율 15% 이상 △득표율 10~15% △득표율 10% 미만의 세 가지 경우로 나누어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득표율이 15% 이상이라면 선전이다.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선거구는 상주시의 유권자 수가 다른 3개 군을 합친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김진욱 후보는 상주시 출신이 아니라 의성군 출신이다. 그나마 의성군이라도 온전히 차지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또다른 유력 후보인 한국당 김재원 후보 또한 의성 출신이라 표가 갈리는 불리한 여건이다.

    또, 다른 경쟁 후보들은 모두 전직 의원이거나 공직 선거 출마 경험이 많다. 인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15% 이상을 득표했다는 것은, 바른정당에 대한 TK의 숨어 있는 애정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창당 이후 첫 공천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는 자평이 뒤따를 것으로 보이며, 당은 안착 구도에 접어들고 연대론보다 자강론이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을 구성하고 있는 의원들도 3년 뒤에 있을 총선에 대한 희망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유승민 후보의 대선 완주 가능성도 함께 올라간다.

    득표율 10~15% 사이는 법정선거운동비용의 반액을 보전받는 구간이다. 성공·실패를 말하기 애매한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받는데, 이 구간을 득표한다면 당선자가 누구냐에 따라 향후 정국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무소속 성윤환 후보가 당선된다면 애매한 지지율에 관계없이 한국당과 친박계가 '심판'받은 결과이므로 바른정당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 그런데 한국당 김재원 후보가 당선된다면, 한국당 후보와 바른정당 후보 사이의 지지율 격차가 당장 도드라진다. 홍준표 후보의 맹렬한 흡수 압박에 다시금 직면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득표율이 10%를 밑돈다면, 선거는 참패했다는 냉정한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유승민 후보가 이 지역구가 세 차례나 몸소 지원유세를 왔는데 10% 미만을 득표했다면, 유승민 후보 본인조차도 정치적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게 된다.

    선거비용을 전혀 보전하지 못하게 되는데, 당 구성원 모두의 머리 속에 '혹시 한 달 뒤에 있을 대선에서도…?'라는 생각이 스쳐가지 말라는 법이 없다. 대선과 일개 국회의원 선거구의 재선거는 쓰는 돈의 단위가 다르기 때문에 더 큰 문제다.

    자강론이 힘을 잃고 연대론이 부상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연대의 방향이 어디이고 대상이 누구냐를 놓고 당이 내홍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 ▲ 무소속 성윤환 후보가 2일 의성시장에서 연설을 하며 지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의성(경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무소속 성윤환 후보가 2일 의성시장에서 연설을 하며 지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의성(경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무소속 성윤환, 당선되면 한국당 친박 청산론 불붙을 듯

    상주 출신 무소속 후보 2인의 전격 단일화의 주인공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무소속 성윤환 후보가 한국당 김재원 후보에게 역전승을 거둔다면, 선거 결과의 불똥은 한국당으로 옮겨붙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당은 이번 재선거를 앞두고 무공천 입장을 정했다가 이를 번복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잃었다. 인명진 전 비대위원장이 친박 세력에 밀려 이를 번복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이 파다하게 퍼졌는데, 이후 인명진 전 위원장이 홍준표 후보의 선대위원장 위촉까지 고사하면서 이 설은 사실처럼 돼버리고 말았다.

    당이 '도로친박당'이 됐다는 비판이 비등한 가운데, 복합선거구에는 의성군 출신의 김재원 후보를 공천했다가 상주시의원이 대거 탈당해 시의회의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했다. 탈당 불길은 하루가 다르게 번지면서 청송군과 의성군에서도 광역·기초의원들이 잇달아 탈당하는 등 대선을 한 달 남겨둔 중차대한 시기에 당의 세포조직이 괴사하기에 이르렀다.

    이 모든 재난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을 당선시킨다면 별 문제다. 그러나 당내 여론조사 과정에서 컷오프가 됐던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다는 것은 재앙 중의 재앙이다. 당의 공천심사과정을 이른바 '친박폐족'이 주도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나올 것이고, 당이 '도로친박당'이 되더니 결국 이런 파국을 맞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올 것이다.

    4·12 재선거를 치고나갈 계기로 삼으려던 홍준표 후보도 추동력을 잃게 된다. 결국 친박 인적 청산론이 다시 한 번 당내에서 세를 얻으면서, 홍준표 후보도 이러한 목소리를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