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 "대화와 타협이 해결책, 결국 '상생협약' 이끌어 내"
  • [편집자 주]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갈등을 이해 당사자들이 자율적인 협의를 통해 해소한 사례를 수집·연구하고 있다.

    위원회가 취합한 갈등 해결 사례들은, 이해당사자들이 해법을 찾아내기 위해 고민한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 각 부처는 물론이고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게도 유익한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지는 위원회의 협조를 얻어, 갈등 조정 우수 사례 15편을 연재한다.

  • ▲ 미국의 창고형 할인마트 코스트코. ⓒ국민대통합위원회 제공
    ▲ 미국의 창고형 할인마트 코스트코. ⓒ국민대통합위원회 제공

    2013년 7월, 미국의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가 의정부시에 대규모점포 개설 등록을 했다. 이는 대형마트와 지역 소상공인들 간 치열한 갈등의 불씨가 됐다. 의정부 내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인 의정부제일시장 상인과 인근 슈퍼마켓 사장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의정부제일시장은 의정부시에 코스트코의 입점 저지를 요청했지만, 개점 예정일인 2014년 4월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올 때까지 의정부시에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상인들은 결국 중소기업청(이하 중기청)을 찾아 코스트코 의정부점에 대한 사업조정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코스트코 같은 대형마트가 들어오면 골목상권은 다 죽습니다. 저희도 주차장 수리 등 자구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니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3년간 입점을 유예해 줄 것을 신청합니다."

    - 의정부제일시장 상인들.

    사업조정 신청을 받은 중기청은 즉각 현장조사에 나섰다. 양측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전통시장이 몰락할 것이기 때문에 코스트코 입점을 연기해야 한다'는 의정부제일시장의 주장과,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입점이며, 개점을 2달 앞두고 직원 채용 등 준비가 완료돼 미룰 수 없다'는 코스트코의 입장이 갈렸다. 

    중기청은 관련 단체와 전문기관의 의견을 청취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의견을 들을수록 서로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어려웠다. 

    의정부시는 "2000년 이후로 의정부제일시장에 정부지원금이 약 100억 원이나 투입됐지만 별로 변화가 없었다. 코스트코가 신도시에 입점하는 것인데 기존 상권에 별 영향이 있겠습니까"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반면 소상공인들의 입장을 대변해 주는 중소기업중앙회는 "코스트코는 도매와 소매를 겸하고 있어서 소상공인들에게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사업조정 대상여부에 대한 보다 명확한 논리를 펼치며, 코스트코의 입점을 거부했다. 

    관련 의견을 청취한 중기청은 코스트코와 경기북부슈퍼조합, 의정부제일시장에 협상에 응할 것을 요청했다. 최후통첩에 따라 코스트코느는 협상에 응하겠다는 뜻을 표명했고, 그 결과 중기청에서 당사자들 간 자율조정회의가 열릴 수 있었다. 

    자율조정회의가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지만, 코스트코가 전통시장의 입장을 이해하고 반영하기 시작하며 갈등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코스트코는 영업시간과 판매 품목 일부를 제한하기로 했다. 점포 내에 전통시장 홍보물을 설치하고, 직원복지를 위해 상품권 구입을 할 경우 '온누리상품권'으로 대체구매하기로 했다. 일종의 '상생협약'이었다. 

    당시 이 문제를 담당했던 중소기업청의 이진영 주무관은 "코스트코 의정부점 입점을 둘러싼 갈등 해결은 대기업과 소상공인도 서로를 이해하고 양보한다면 상생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