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의혹 맞서는 文의 태도, 최순실 사태 당시 朴 전 대통령 떠올리게 해
  •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그는 6일 광주를 방문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그는 6일 광주를 방문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오는 19대 대선이 가까워오면서 각 후보들의 개성도 점점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안철수 후보의 사자후를 토하는 듯한 소몰이 연설이 화제가 되면서 문재인·홍준표 후보의 화법도 회자된다.

    홍준표 후보가 거침없는 말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반면, 문재인 후보는 원론적 답변을 되풀이하는 말투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의견이 많다.

     

    ◆ "막 가자는 거지요?" 盧 전 대통령 떠올리게 하는 '홍럼프' 화법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지난 4일, JTBC손석희 앵커와 강하게 충돌했다. 손석희 앵커가 홍준표 후보를 검증하겠다며 다른 정당과 후보단일화 여부·친박패권주의·'무자격자 논란' 등만 집요하게 묻자 이에 맞받은 것이다.

    홍 후보는 손 앵커의 질문에 "이미 이틀 전에 조선일보에 나와 있는 이야기"라며 불만을 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되레 "거꾸로 손 박사도 재판중이지 않느냐"고 역공을 가했다. 그는 다음날에도 손 앵커에 대해 표면적으로 사과했지만 "생방송에서 재밌게 해주려고 했다"며 "손 박사가 화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그의 컨셉은 현충원 방명록에 그가 남긴 것 처럼 '필사즉생'이다. 겉보기에는 '막말'로 비쳐지기 쉽지만 위기 때마다 기회로 활용하는 측면이 강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탄핵정국에서 그의 발언이다. 그는 경남도지사 시절을 회상하는 과정에서 '양박'(양아치 친박)이라는 단어를 선택, 친박계와 선을 그었고 대권주자로 발돋움했다.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태도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역시 직설적 화법으로 지지율 상승을 견인하고 정치적 위기를 돌파해온 정치인이다. 지난 2003년 그는 평검사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막 가자는 거지요?"라는 말을 뱉었다.

    특히 그는 대통령 후보시절에는 아내 권양숙 여사 부친의 좌익활동이 논란이 되자 "그럼 내 마누라를 버리라는 겁니까?"라고 반문해 보수진영 후보들의 입을 닫게 만들었다. 지지율 상승의 기폭제가 된 셈이다.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김주하도 당황시킨 '박근혜 판박이' 문재인 화법

    이에 반해 문재인 후보는 차분하면서도 원론적 답변을 되풀이하는 특징이 있다. 이같은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이 4월 3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뒤 김주하 앵커와의 인터뷰다.

    김주하 앵커는 문 후보에 첫 질문으로 "치열한 경선 과정에서 당이 흩어졌는데 '잘 될 것이다, 믿는다'는 말이 아닌 당을 추스릴 특별한 방안이 있느냐"고 물었다. 평소 문재인 후보의 말투를 고려한 질문이었다.

    그러나 문 후보는 "함께 경쟁했던 안희정, 이재명, 최성 후보와는 이미 하나가 됐다"며 질문을 비켜갔다. 이후 단체 카카오톡 방에서 상대 후보를 비난하는 댓글, '18월 문자폭탄'사건 등에 대한 질문에는 경쟁을 흥미롭게 해주는 "양념같은 것"이라며 "경선 이후에 어떻게 승복하고 하나가 되느냐는 것이 문제"라고 답했다. 첫 번째 질문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김 앵커가 "제가 첫 번째 드렸던 질문이 그 내용"이라고 재차 꼬집자 "이제는 단순 지지도를 합친 것보다 더 큰 시너지효과가 나는 법"이라 답했다. 승복을 받아낼 '방안'을 묻고 있는 김 앵커를 향해 경선 이후를 전망을 설명하며 다시금 질문을 비켜간 셈이다.

    특히 문 후보는 이 과정에서 아들 취업 특혜 의혹에 대해 묻는 김 앵커의 질문에 "제대로 근거가 없는 저질의 공방들"이라 했고, 선거에 동원된 학생들이 1인당 25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됐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이제는 경선이 끝났다. 정권교체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는 동문서답을 계속했다.

    최순실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근거없는 무분별한 의혹 제기'라 했던 박 전 대통령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여기에는 김주하 앵커도 당황한 기색이 있었다. 평소 김 앵커는 보수성향과 거리를 둬왔다. 그는 지난해 1월 18일 박근혜 대통령의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인 서명운동' 보도를 전하면서 "별의 별 방법으로 국회에 법안처리를 호소하다 이제는 서명운동에까지 동참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멘트를 던지기도 있다.

    실제로 인터뷰에서 김 앵커는 "어차피 대선 후보가 되신 이상 덮고 가실 수도 없고 차라리 털고 넘어가는 게 낫다"고 했지만, 결국 "지난 번에 해명된 것으로 끝난 거라고 생각한다는 말씀이군요"라고 씁쓸하게 끝맺어야 했다.

    이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은 JTBC와의 인터뷰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지난 3일 '팩트 체크'를 요구하며 당당함을 주장했지만, JTBC가 지난 5일 낸 결론은 "채용공고 기간을 단축한 것은 규정위반"이었다. 그러자 문재인 전 후보는 6일 자신의 블로그에 '문재인 아들 JTBC 팩트 체크 관련 사실 확인자료'라는 글을 통해 재차 반박하고 나섰다. 언론의 의혹제기에 반발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김재두 대변인은 "문재인 후보는 고소·고발로 언론과 국민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이냐, 아니면 고소고발로 시간을 끌면서 대선까지 버티려고 하는 것이냐"며 "거짓 해명이 드러난 상황에서 왜 고발방침을 천명 했는지 문 후보 측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문재인 후보 측은 아들 의혹 관련 검증이 이미 다 끝났다는 입장이다. 문 후보 측은 앞서 언급한 반박 자료에서 "고용정보원 인사규정에는 15일로 되어 있지만, 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공고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 규정위반이 아니다"며 "당시 고용정보원은 학력제한 자체가 없었다. 학력제한 자체가 없는데 대학 졸업예정증명서가 필수서류일 수가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