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 이야기가 있소. 한 가지만. 다시는 말하지 않을 거요. 누구에게도. 그리고 당신이 기억해 줬으면 좋겠소.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거요."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中.

    클린트 이스트우드, 매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로 유명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서정적인 음악을 만나 아름다운 뮤지컬로 재탄생됐다.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세계적으로 흥행한 로버트 제임스 월러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아이오와주의 한 시골 마을에서 살고 있던 주부 프란체스카와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포스트 손드하임으로 불리는 천재작곡가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이 음악을, 토니상·퓰리처상을 수상한 마샤 노만이 대본을 맡았다. 로버트 브라운은 2014년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로 토니상 작곡 부문, 오케스트레이션 부문을 수상했다.

    '프란체스카'와 '로버트 킨케이드' 역의 옥주현과 박은태는 3일 오후 충무아트센터 A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연습실 공개에서 대표 넘버들을 열창하며 가슴 시린 사랑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두 사람이 대표곡 '단 한번의 순간(Before And After You / One second and a million miles)'을 부를 때는 절제된 대사로 유영하듯 절절함을 실었고, 미동 없는 애틋한 눈빛은 묵직한 울림과 긴 여운을 남겼다. 

    '단 한번의 순간'은 두 주인공의 짧지만 강렬했던 나흘간의 사랑이 끝을 향해 가며 감정이 절정에 다다랐을 때 부르는 듀엣 곡이다. 운명적인 사랑을 앞에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선 두 남녀의 마음이 전해지는 가사가 특징이다.

    시대극 중심의 국내 대극장 뮤지컬들 속에서 현대를 배경으로 평범한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은 거의 드물다. 옥주현과 박은태는 수많은 작품의 주연을 맡아왔으나 현대극에서 애절한 사랑의 주인공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이날 박은태는 "저에게는 큰 도전이다. 하지만 연기적으로 더 많이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정말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며 "역할을 위해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진작가에게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옥주현은 "저 역시 도전적인 작품이다. 생각해보면 '엘리자벳'에서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엄마로서 실생활을 내추럴하게 보여주는 것은 처음이다. 저희 엄마가 굉장히 상냥하고 우아하시다. 대본을 보면서 '우리 엄마가 어떻게 했지?'를 떠올리면서 프란체스카에 감정 이입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는 원작에 매료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출연을 자청해 메릴 스트립과 열연을 펼쳤는데, 사실 소설 속 '프란체스카'와 '로버트'는 40대 초중반으로 그 보다 젊은 설정이다. 

    김태형 연출은 "소설 속 주인공의 나이는 영화보다 10년 가까이 젊다. 실제 나이도 중요하지만 그녀의 환경이 더 중요했다. 프란체스카는 14살, 16살 사춘기 남매를 둔 결혼생활 18년차 엄마다. 옥주현은 그 나이대에 느꼈을 주부의 외로움, 사라진 로맨스에 대한 열정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캐스팅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로버트가 갖고 있는 자유로움과 철학적인 부분이 프란체스카에게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떨림과 설렘을 주기에 박은태가 적역이었다"며 "두 배우 나이를 봤을 때 캐릭터를 표현함에 있어 모자라지 않고, 이들만큼 뮤지컬 넘버를 잘 소화할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제 2의 러브스토리'로 평가 받은 원작 소설은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37주간 지켰으며, 전 세계 12개 국어로 번역돼 5천만 부 이상 판매됐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AFI(아메리칸 필름 인스티튜트) 선정 최고의 사랑영화 100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영화 후반부에서 장대비가 쏟아지는 교차로 신호등 앞에 로버트(클린트 이스트우드) 차가 멈춰서고 신호가 바뀌어도 그의 차는 움직일 줄 모른다. 깜빡거리던 전조등과 함께 차 문고리를 놓지 못하는 프란체스카(메릴 스트립)의 이미지가 겹쳐지며 관객들을 울린다. 아직까지 회자되는 로맨스 영화의 명장면이 아닐 수 없다.

    옥주현은 "영화에서 봤던 영상미를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하고 상상할 것 같은데 충분히 무대 위에서도 마음이 아프더라. 오랜 주부생활이나 가장생활을 한 관객들은 공연이 끝난 후 30분간 자리를 떠나지 못할 것"이라며 "그만큼 마음의 울림이 있다. 삶을 되돌아보는 극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은태는 "남들이 '이 작품이 왜 좋냐'고 묻는다면 한 마디로 말할 수 있다. 모든 캐릭터에 한 번씩은 감정이입이 되는 위대한 장면들이 많다. 한 프레임 안에 단순히 로맨스다,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다 등을 말하기에는 수준이 높은 작품이다"고 했다.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프레인글로벌과 쇼노트가 설립한 공동합작회사(SPC)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4월 15일부터 6월 1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