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빠져나왔는지 설명해야… 유승민 지원유세 적극 요청하겠다"
  • 경북 의성의 선거사무소에서 다소 늦은 시간에 만난 바른정당 김진욱 후보(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는 목이 쉬어 있었다.

    지난 30일 공식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된 이 지역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김진욱 후보는 단독 인터뷰에서 "목도 다 쉬고 힘들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며 "공천 후보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이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천 후보로서의 책임감'이라는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김진욱 후보는 바른정당이 국회의원 선거 사상 처음으로 공천을 준 후보다. 당선될 경우, 바른정당 공천을 받고 나가 당선된 첫 번째 국회의원이 된다.

    바른정당에 33명의 국회의원이 있지만, 이들은 모두 지난해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공천으로 선거를 치렀던 사람들이다. 바른정당 첫 공천 후보로서 책임감이 무거울 법하다.

    김진욱 후보는 "창당할 때부터 바른정당의 이념에 공감해 동참했다"며 "권력에 집착하는 보수의 모습에서 벗어나,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실현하는 뉴 프론티어가 되고 싶었다"고 밝혔다.

  • ▲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재선거에 바른정당 후보로 출마한 김진욱 후보. ⓒ김진욱 후보 측 제공
    ▲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재선거에 바른정당 후보로 출마한 김진욱 후보. ⓒ김진욱 후보 측 제공

    ◆"최순실 없었더라도 임기 끝나가면 문재인 총공세에…"

    '권력에 집착하는 보수'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일까. 자연스레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화두에 올랐다. 바른정당 김진욱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은 이 시대의 아픔"이라며 "최순실 사건이 없었더라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무슨 뜻일까. 5년 단임제의 현행 한국식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임기 초에는 만기친람의 대통령도 일일이 컨트롤하기 어려운 이권들이 권력 주변에서 생겨나고, 임기 말에는 레임덕으로 바람 빠진 풍선처럼 권력에 빠져버린다.

    드라마 각본이라면 식상할 정도로, 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임기 중반에 권력형 비리가 불거져 임기 후반에 측근과 친인척이 줄줄이 구속되고 대통령은 비참해지는 일이 반복돼 왔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이것이 가장 극적인 형태로 나타났을 뿐이고, 그래서 또 한 명의 직선 대통령이 구속된 것은 '시대의 아픔'이라는 설명이다.

    입법고시와 행정고시 양과에 합격한 뒤, 공직에 있으면서 미국 로스쿨을 수료하고 캐나다에서도 연수를 받은 김진욱 후보는 대통령제의 최선진국(미국)과 내각제의 최선진국(영국식 의원내각제를 물려받은 캐나다)을 두루 둘러본 사람답게, 헌법에 대한 깊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김진욱 후보는 "단임제라는 게 독재와 장기집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약효가 있었지만, 대통령 자신을 상하게 하고 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천하를 휘두르던 양김(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도 아들들이 전부 구속됐다. 단임제를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건과 관련해 "(이권을) 부뚜막에 올려놓으니 고양이들이 달려들어 다 뜯어먹은 것"이라며 "임기가 끝나가니 문재인 전 대표의 총공세에 당한 것인데, 이 시대의 아픔"이라고 다시 한 번 고개를 가로저었다.

    ◆"친박, 여지껏 역사에 없던 존재"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을 '시대의 아픔'이자, 최순실 사건이 없었더라도 피할 수 없었던 '제도적 한계'로 바라본 반면, "다 뜯어먹었다"고 표현한 친박(친박근혜)들에 대한 비판은 준렬했다.

    바른정당 김진욱 후보는 친박들을 가리켜 "역사에 없던 존재"라며 "그런 사람들은 여지껏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서고금에 수많은 간신(奸臣)·협잡배(挾雜輩)·권력모리배(權力謀利輩)들이 존재했지만, 비견할 대상을 찾기 힘들 정도라는 뜻이다.

    김진욱 후보는 "증세 없는 복지를 할 수 있다는 것처럼 하더니, 안 되니까 담배값을 올려버렸다"며 "경제학자인 유승민 후보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입바른 이야기를 했더니, 저렇게 만들어버렸다"고 개탄했다.

    아울러 지역의 이른바 '배신자 프레임'을 가리켜 "배신자라고 하는데, 내용을 보면 그렇지 않다"며 "이한구 공관위에서 원내대표(를 지냈던 유승민 후보)를 공천을 주지 않으려 했는데, 전형적으로 권력에 집착하는 가짜 보수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 ▲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재선거에 출마한 바른정당 김진욱 후보가 시장에서 지지자들과 파이팅을 다짐하고 있다. ⓒ김진욱 후보 측 제공
    ▲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재선거에 출마한 바른정당 김진욱 후보가 시장에서 지지자들과 파이팅을 다짐하고 있다. ⓒ김진욱 후보 측 제공

    ◆'백승주~시장·군수 회동' 가리켜 "과거 회귀, 한국당의 현주소"

    같은 맥락에서 자유한국당이 당초의 무공천 방침을 뒤엎고 '친박 핵심'이라 불리는 김재원 후보를 공천한 것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사실 직전의 '담배값' 거론도, 2014년 연말의 정기국회에서 담배값 인상을 합의 처리한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의 일원(원내수석부대표)이었던 김재원 후보를 겨냥한 측면이 강했다.

    바른정당 김진욱 후보는 "봄이 왔으면 봄옷을 꺼내입어야지, 지난 겨울옷을 꺼낼 수야 없지 않은가"라며 "서울이나 대도시라면 출마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인데, 많은 지역 분들이 걱정을 하더라"고 민심을 전했다.

    또 "보수 자체를 권력 쟁취를 위한 수단으로, 권력을 놓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며, 역시 친박으로 분류되고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도 참석하곤 했던 한국당 백승주 경북도당위원장이 최근 상주·군위·의성·청송 4개 시군 기초자치단체장과 가진 회동을 도마 위에 올렸다.

    한국당 경북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백승주 의원은 지난달 25일 저녁, 상주 무양동의 한 갈비 식당에서 이정백 상주시장·김영만 군위군수·김주수 의성군수·한동수 청송군수와 만찬 회동을 가졌다.

    4개 시·군의 단체장은 국회의원 선거구가 묶여 있는 관계로 종종 만났었지만, 백승주 의원과 함께 5인이 만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알려졌다. 하필이면 재선거가 열리는 지역에서, 내년 지방선거의 단체장 공천에 관여할 도당위원장과 선거 현장의 단체장들이 만찬 회동을 가진 것은 의아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경북도선관위는 지난 27일 선거중립의무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가리켜 김진욱 후보는 "그게 그 당의 현주소"라며 "도당위원장이 단체장 4명을 집합시켜서… 그것은 참 그…"라고 연신 혀를 차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더니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78·구속)이 연루됐던 지난 1992년 대선 목전의 '초원복국집 사건'이 떠오른듯 "오래 전에 지나간 시대로 회귀하고자 하는 자유한국당의 본질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못박았다.

    ◆"유승민 지원유세, 적극 요청하겠다"

    바른정당은 지난 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유승민 의원을 당의 공식 대선 후보로 선출했다.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선거이니만큼 대선 후보의 지원유세는 통상적인 상황에서는 효과가 매우 클 것이다. 그러나 선거가 치러지는 대구·경북(TK) 권역에서 유승민 후보는 '배신자 프레임'이 워낙 강해 악전고투하고 있다.

    유승민 후보 스스로도 후보 선출 직후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소위 진박(眞朴)들이 내게 씌워놓은 올가미가 너무 질겨서 고전을 많이 하고 있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진욱 후보는 유승민 후보의 지원유세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바른정당 김진욱 후보는 "지원유세를 적극 요청하겠다"며 조금의 주저도 없이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바른정당이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구현하려는 정당이라는 게 지역민들에게 먹혀들어야, 유승민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당에서 왜 빠져나왔는지 차이를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오히려 4·12 재선거를 지역민들과의 소통과 설명의 장으로 삼으라는, 정면돌파의 계를 제시한 셈이다.

    김진욱 후보는 "한국당은 권력을 지키기 위해 보수를 이용한 것이고, 우리는 그런 가짜보수에서 빠져나온 뉴 프론티어들이 모인 것"이라며 "총력전으로 말단 당원들까지 전체 당원이 한마음으로 달려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빙긋 웃었다.

  • ▲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재선거에 출마한 바른정당 김진욱 후보가 시민들과 만나 담소를 나누고 있다. ⓒ김진욱 후보 측 제공
    ▲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재선거에 출마한 바른정당 김진욱 후보가 시민들과 만나 담소를 나누고 있다. ⓒ김진욱 후보 측 제공

    ◆4개 시·군 각각 공공도서관 건립… '세련된 문화도시' 육성

    화제는 중앙정치에서 자연스레 지역정치로 흘러갔다. 상주·군위·의성·청송의 4개 시·군이 묶여 있는 복합선거구이기 때문에 시·군별 맞춤형 공약을 물었다.

    바른정당 김진욱 후보는 웃으며 "공약은 너무 많아 일일이 다 이야기할 수 없다"고 했다. 자세한 내용은 캠프에서 자료를 받아 별도로 다루기로 하고, 인터뷰에서는 지역의 '큰 그림'에 대해서만 물었다.

    김진욱 후보는 "시장·군수들이 해야 할 공약을 국회의원들이 빼앗아서 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은 알짜배기 공약으로 △지역경제의 전면적 소생 △도시에서 찾아오는 행복한 농촌 △삶의 질이 보장되는 노인·장애인 복지의 메카를 제시했다.

    상주·군위·의성·청송의 경북 내륙은 예로부터 '문화와 양반과 유림의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를 현대적으로 계승해 '세련된 문화도시'로 육성해야 한다는 게 김진욱 후보의 소신이다. 이를 위해 4개 시·군 각각에 현대식 공공도서관을 건립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김진욱 후보는 공공도서관을 가리켜 "각종 발전포럼도 열고, 농촌의 의식을 발전시킬 중심지가 될 곳"이라며 "학생들도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신문도 보고 토론도 하며 자아실현과 개성을 신장시킬 장을 얻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청송군에 대해서는 지난 1976번 12번째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주왕산이라는 천혜의 관광자원이 있으니만큼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김진욱 후보는 "청송은 주왕산을 중심으로 생태문화 관광도시로 육성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모든 후보의 공약이 공통적으로 포함된 '도로인프라 확충'에 대해 김진욱 후보는 첨언했다. 그는 "좀 어려운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교통망은 확충 자체도 중요하지만, 도로의 노면 자체가 잘돼야 한다"며 "외국에 가보지 않으면 모르는데, 캐나다는 드라이빙 자체가 목적이라고 할 정도로 노면이 잘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욱 후보가 제시한 도농도로교통망 개선은 인프라의 양적 확충 뿐만 아니라 질적 선진화도 포함하는 개념이라는 설명이다.

    지역구 내의 핵심 간선도로망인 중앙고속도로는 여러 고속도로들 중에서도 특히 선형이 불량하고 노면 상태가 좋지 않기로 악명 높다. 관내의 여러 국도들도 확장 계획이 잡혀 있는데, 종래 왕복 2차로 기준에서 단순히 4차선으로 확장만 한다면, 불량한 선형이나 노면 상태가 개선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절한 지적으로 평가된다.

    ◆입법고시·행정고시 양과 합격… 곳곳에 고시 동기 포진

    공약을 아무리 내걸어도 실현시킬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특히 상주·군위·의성·청송은 쇠락이 계속되고 있어, 지역구민들의 발전에 대한 열망이 급기야 좌절감과 분노로 바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상주의 개인택시기사 임모 씨는 취재진에게 "상주는 대전과 같은 시기에 읍(邑)으로 승격됐었다"고 회상했다. 1931년 대전면이 대전읍으로 승격될 때, 상주면도 상주읍으로 승격됐던 것을 설명한 것이다. 임 씨는 "같은 급에 있었는데, 이제 우리는 전국 꼴찌고, 대전은 전국에서 대여섯 번째"라고 한숨을 쉬었다.

    또다른 택시기사 남모 씨는 "88올림픽 때 '25만 시민이 단결해서 올림픽 성공 개최하자'고 했었는데, 이제 인구가 겨우 10만 명을 찍는다"며 "의원을 잘 뽑으면 뭐하노"라고 역정을 냈다.

    바른정당 김진욱 후보는 "국회는 입법기관"이라며 "입법고시 출신의 입법전문가인 내가 지역 발전의 적임자"라고 자임했다. 일례로 김춘순 국회 예산정책처장은 입법고시 8회 출신으로 김진욱 후보와 입법고시 동기라는 설명이다.

    김진욱 후보는 "자랑같지만 행정고시에도 합격했기 때문에 공직에 고시 동기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며 "각 부처에 고시 동기들이 포진해 있는데, 지식경제부에만 20여 명"이라고 밝혔다. 김장주 경상북도 행정부지사도 행시 34회 출신으로 김진욱 후보와 행시 동기다.

    그렇다면 예산과 정책은 그렇다치고, 정무 능력은 어떨까. 중차대한 정국에 초선(初選)으로서 정무적 역량이 부족하지는 않을까.

    김진욱 후보는 "정무장관실에서 일하면서 정무적 소양도 익혔다"고 말했다. 옛 신한국당의 대권주자 아홉 명을 가리키던 구룡(九龍) 중 한 명이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좌덕룡 우형우(왼쪽에는 김덕룡, 오른쪽에는 최형우)'로 불리던 김덕룡 전 정무1장관이 김진욱 후보가 모셨던 장관이다.

    김덕룡 전 장관이 재임하던 시절 정무1장관실에서 근무했던 인연으로, 지난 18일 열렸던 김진욱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는 김덕룡 전 장관이 직접 참석해 힘을 실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진욱 후보는 "국회 입법전문가로서 국가 현안을 제일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는 사람"으로 자임하며 "국비 확보나 현안 해결에 가장 적합한 후보"라고 강조했다.


    [편집자 주]
    ※본지는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에서 치러지는 4·12 재선거 출마 후보들의 정견과 공약을 듣기 위해, 다른 주요 후보의 선거사무소를 방문해 인터뷰를 요청해둔 상황이며, 인터뷰 일정이 잡히는대로 다른 후보들의 인터뷰 기사도 송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