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일질외교 협박에 굴복한 말레이시아...김정남 시신 결국 북송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이 말레이시아 정부의 '김정남 시신 북송 결정' 관련해 돌연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나서 관심이 쏠린다.

    박광온 '문재인 캠프' 수석대변인은 31일 '진상 규명 못한 김정남 시신 북송 결정 유감'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북한이 사건 진상을 은폐하는데 성공하기까지 우리 외교 당국은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당한 김정남 시신이 결국 진상규명도 이뤄지지 않은 채 북한으로 돌아가게 됐다. 사건의 진상도, 용의자 행방도 묘연한 상황에서 김정남 시신의 북한 송환이 결정돼 유감"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대낮에 그것도 사람들이 운집한 공개장소에서 자신의 친형을 암살한 북한 김정은 정권의 잔혹함에 국제사회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이번 결정으로 북한 정권의 책임 규명도 물 건너가게 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김정남 암살을 비판한 뒤 '시신 북송'에 대한 우리 정부 책임론을 에둘러 제기한 셈이다.

    지난달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살된 김정남의 시신은 결국 이날 오후 북한으로 보내졌다. 말레이시아가 북한에 억류된 자국인들과 시신을 사실상 맞교환하는 형식으로 북한과 합의하면서다.

    일시적으로 북한의 협박 외교가 성공한 듯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이미지에 큰 손상을 주게 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력 대권 후보인 문 전 대표 측이 북한의 인질 협박 외교나 이에 굴복한 말레이시 정부를 비판하기보다는 돌연 우리 정부를 비난한 건 의외라는 지적이 많다.

    앞서 문재인 캠프 자문단인 '10년의 힘 위원회' 공동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우리가 김정은의 이복형을 죽인 것에 대해서 솔직히 비난만 할 수 있는 그런 처지는 아니다. 우리도 그런 역사가 있었으니까"라고 주장해 '북한 정권 두둔' 파장을 일으켰다.

    친문(親文)계 김병기 의원은 지난 7일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남이 죽으니 굉장히 불쌍하게 여기거나 심지어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김정남은 별로 좋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근거 없는 발언일 뿐만 아니라 북한 김정은 정권을 두둔하는 부적절한 주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정세현 전 장관은 북한의 암살을 두둔하는 식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문 후보가 영입한 김병기 의원은 '북한의 김정남 암살은 살인자 김정남 응징'이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문재인 주변 온통 이렇게 북한을 비호하려고 안달이 난 사람들이 넘쳐나니 문 후보의 안보관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