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박근혜-이재용’ 필요적 공범관계, 뇌물죄 성립 여부 최대 쟁점
  • ▲ 31일 새벽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청사에서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기 위해 검찰 차량에 탑승한 모습. ⓒ 사진 뉴시스
    ▲ 31일 새벽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청사에서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기 위해 검찰 차량에 탑승한 모습. ⓒ 사진 뉴시스

    피의자 : 박근혜 (전직 대통령)
    죄명 :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구속영장 발부 사유 :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됨.


    31일 새벽 3시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을 결정하면서 밝힌 영장 발부사유는 간결했다.

    이 짧은 몇 마디의 문장으로, 우리 헌정사에는 전직 대통령 구속이라는 어두운 역사가 다시 한 줄 추가됐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게 영장 발부를 청구하면서 적용한 혐의는 특경가법 상 뇌물 등 무려 13가지. 물론 이 가운데 핵심 혐의는 뇌물수뢰다.

    영장전담판사가 주요 혐의의 소명을 이유로 영장을 발부했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되는 것은 어니다.

    피의자의 신병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영장실질심사에서는 범죄를 범했을 가능성, 즉 소명으로 충분하지만, 피고인의 유무죄 판단을 심리하는 공판에서는 이보다 훨씬 엄격한 범죄의 증명, 즉 입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장전담판사가 ‘주요 혐의의 소명’을 이유로 영장을 발부했다는 사실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통상적인 경우 피고인의 구속 여부는, 공판 심리 재판부의 판단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을 이른바 ‘경제공동체’로 본 박영수 특검의 태도를 그대로 이어받아 법리를 구성하면서, 이제 남은 쟁점은 뇌물수뢰죄 성립 여부에 모아질 수밖에 없다.

    검찰은 앞으로 최장 20일 동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보강 수사를 벌일 전망이다. 다만 검찰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은 4월17일 이전에 수사를 마무리하고,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조계 주변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 경우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다른 피의자들처럼, 수갑과 포승줄에 묶인 채 검찰 청사를 오가는 장면이 언론사의 취재 카메라에 잡힐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에 대해서는 수사검사가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접견실에서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라는 의견이 약간 더 우세하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방문 조사하는 방식을 택한다면, 박 전 대통령이 포승줄에 묶인 모습이 일반에 공개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공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할 대목이다.

    검찰이 박영수 특검의 논리를 사실상 그대로 답습하면서, 두 재판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이 불가분의 관계에 놓였다.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했고, 그 대가로 박 전 대통령과 경제적 공동관계에 있는 최순실에게 430억원 대의 뇌물을 제공했다는 것이 박영수 특검과 검찰이 그리고 있는 핵심 혐의다.

    즉,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는 ‘필요적 공범관계’에 있는 만큼, 어느 한쪽의 범죄성립이 부정된다면, 다른 쪽의 범죄도 성립할 수 없다.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이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섣불리 예단할 사안은 아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 경제적 이익을 공유한 공동체적 관계라는 검찰의 설정에는 변호인 측이 항변을 할 수 있는 빈틈이 존재한다.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을 뇌물로 볼 수 있는지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법조계 안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다.

    재단이 설립되기 전 출연한 기금을 뇌물로 판단한 것 자체가 무리한 법리구성이란 법조계 내부의 비판이 만만치 않은 만큼, 검찰과 변호인 측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두 재단에 대한 기금 출연은 ‘강요’에 의한 불가피한 결정이란 이 부회장 측의 항변을, 재판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변수다.

    뇌물죄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특검과 검찰이 적용한 430억원보다 범죄 금액이 대폭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재판은 5월 초 시작돼 7월 중순 이후 마무리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