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내 민·관 갈등, 해결책은? '소통'
  • [편집자 주]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갈등을, 이해 당사자들이 자율적인 협의를 통해 해소한 사례를 수집·연구하고 있다. 

    위원회가 취합한 갈등 해결 사례들은, 이해당사자들이 해법을 찾아내기 위해 고민한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 각 부처는 물론이고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게도 유익한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지는 위원회의 협조를 얻어, 갈등 조정 우수 사례 15편을 연재한다.

  • ▲ 울산시 북구 중산동에 있는 '세대공감 창의놀이터' 모습. ⓒ국민대통합위원회
    ▲ 울산시 북구 중산동에 있는 '세대공감 창의놀이터' 모습. ⓒ국민대통합위원회


    지역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장소가 이른바 ‘핫 플레이스(Hot place)’로 탈바꿈한 사례가 있다. 울산시 북구 중산동의 세대공감 창의놀이터이다. 이곳은 한 때 주민들의 골칫덩어리였던 ‘음식물자원화시설’이 있었던 곳이지만, 지금은 주민들의 쉼터이자 놀이공간이 됐다.

    모두 외면했던 공간이 주민이 주목하는 공간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울산시 북구는 2003년 12월, 2005년부터 음식물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될 것에 대비해 음식물자원화시설 건립을 시작했다.

    주민들은 당시 자원화시설 계획 건립에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북구청은 사업 추진을 강행했다.

    우여곡절 끝에 건립된 '음식물 자원화시설'은, 처음에는 친환경적 방식으로 음식물쓰레기를 농업용 퇴비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쓰레기를 퇴비로 만드는 과정에서 악취가 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지자체의 부실한 관리도, 이곳을 주민이 기피하는 ‘혐오시설’로 만드는데 한몫했다. 주민들은 매일 같이 자원화시설의 악취로 인한 '민원'을 제기했다.

    “음식물을 퇴비로 만드는 과정에서 악취도 없고 환경문제도 잘 해결될 것이라는 구청장의 말은 다 거짓이었어요. 악취와 쓰레기 분비물 때문에 주거환경이 나빠졌어요.”

    “우리 동네가 소외지역이라서 음식물자원화시설이 들어온 건가요? 악취는 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한 관계자들은 다 어디 간 거죠? 마을을 위한 복지행정은 없는 건가요?”

    결국 북구청은 자원화시설 운영 3년 만에 시설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시설은 5년 동안 방치됐다. 이 기간 동안 주민들은 '악취'에 시달려야 했다. 시설 가동을 중단하면서 미처 처리되지 않은 음식물쓰레기를 치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급기야 자원화시설 일대는 우범지역처럼 변해갔다.

    북구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 9월 ‘음식물자원화시설 활용방안 주민공청회’를 실시하고,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시설건립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주민참여를 통해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

    북구청은 울산대학교 산학협력단 도시건축연구소에 음식물자원화시설 활용 기본계획 수립에 관한 연구용역을 맡기고, 도시건축연구소와 MOU 체결함으로써 음식물자원화시설 활용에 들어갔다.

    당시 북구 시설재생팀에 있던 김위선 주무관은 "음식물자원화시설을 처음 건립할 때는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주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듣고 의견을 효과적으로 반영해 나가고자 민간추진단을 구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북구청은 관(官) 주도로 건립해 실패한 '음식물자원화시설'의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주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했다.

    북구청은 아동·문화·건축·농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지역주민, 시민단체와 지자체 등이 참여한 민간추진단을 구성했고, 주민설명회, 주민의견 설문조사, 주민과 함께하는 건축디자인 워크숍 등을 진행했다.

    그 결과 주민이 함께 참여해 만든 '세대공감 창의놀이터' 가 탄생했다. 개관 이후 1년 동안 이곳을 찾은 주민이 무려 3만 명에 달하는 지역의 명소가 됐다.

    주민들은 "주민이 참여해서건립한 공간이기에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김위선 주무관은 세대공감 창의놀이터 건립을 통해 '주민 참여'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이 주도하는 사업이 아니라 지역주민, 지역 대학, 행정이 함께 손을 잡고 공감대를 형성하여 공동을 사업을 추진한 민·관·학 거버넌스 운영이 도움이 됐습니다. 이를 통해 주민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