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비전은 없고 상호비방 난무한 토론회… 추미애 "서로 말 조심하자" 진화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의 네거티브 공방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각종 토론회에서 격한 비방전이 오가면서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급기야 당 지도부가 나서 공개적으로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안희정 후보 등 대선주자들을 향해 "우리 모두는 '동지'"라며 상호비방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특히 추 대표는 전날 토론회 공방을 의식한 듯 "누가 흔들어도 부화뇌동하지 않고 화합하고 격조있고 아름다운 토론을 국민은 기대한다"며 "상호비방은 국민 기대를 훼손할 수 있어 우리가 정말 서로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사태가 심각하게 흘러가자 문재인 전 대표도 "우리 내부적으로 균열이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확전을 자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순실 일가의 부정축재 재산 몰수를 위한 특별법 공청회 축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상대해야할 세력은 적폐세력, 그리고 부패 특권 구조다. 그 세력과 구조를 이겨내고 깨기 위해서는 우리끼리 한 팀이 돼야 한다"며 "우리 내부적으로 균열이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날 MBC가 주최한 민주당 대선주자 합동 토론회에선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등의 치열한 네거티브 공방이 벌어졌다. 최근 문 전 대표의 '전두환 표창장' 발언으로 촉발된 양측의 네거티브 공방이 토론회장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토론 차례가 되자 '찬스 발언'을 신청한 뒤 "우리가 함께할 때를 생각해 네거티브만큼은 하지 말자"며 작심한 듯 안 지사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문 전 대표는 "안 후보는 선의의 정치인, 네거티브를 싫어하는 정치인이라고 믿지만 주변에 네거티브에 몰두하는 분들이 있다"며 "혹시라도 네거티브를 속삭이는 분이 있다면 멀리하거나 단속해야 한다"고 안 지사를 정면 비판했다.

    최근 안 지사 측은 '군 복무 당시 전두환 장군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고 자랑한 문 전 대표를 향해 "과도한 안보 콤플렉스에 걸린 게 아닌지 의심된다" 비난한 바 있다. 문 전 대표가 이를 네거티브 공격으로 받아들인 뒤 안 지사에게 자제하라고 비난한 것이다.

    문 전 대표의 이 같은 태도에 안 지사는 발끈했다. 그는 "문 후보 주변도 노력해야 한다"고 응수한 뒤 "문 후보는 점잖게 말하지만 주변은 (저를) 아프게 계속 때린다. 지지하는 분들이 팟캐스트에 나와 상대 후보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보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양측의 설전을 지켜보던 이재명 성남시장은 안 지사를 향해 "문 후보가 안보관을 강조하다 약간의 실수를 했는데, 광주 학살세력의 후예인 새누리당 잔당과 손을 잡고 권력을 나누겠다고 주장하는 분이 그 문제를 지적해 놀랐다"며 네거티브 공방전에 가세했다.
  • 안희정 충남지사.ⓒ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안희정 충남지사.ⓒ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들의 네거티브 공방전은 토론이 끝나고 장외에서도 이어졌다. 분을 삭이지 못한 안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 후보와 캠프의 이런 태도는 타인을 얼마나 질겁하게 만들고, 정떨어지게 하는지 아는가.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성공해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안 지사는 "자신에게는 관대, 타인에게는 냉정하다"며 "자신의 발언은 정책 비판, 타인의 비판은 네거티브인가"라며 "그런 태도로는 집권세력이 될 수 없고, 정권교체도, 성공적인 국정운영도 불가능하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는 또 "문 후보는 끊임없이 나의 발언을 왜곡하거나 왜곡된 비난에 편승해서 결국 교묘히 공격했다"며 "심지어 나의 침묵까지 공격했다. 이해할 수가 없다. 자신이 비난당하는 것은 모두가 다 마타도어이며 부당한 네거티브라고 상대를 역공한다"고 비난했다.

    안 지사는 '전두환 표창' 발언 논란에 대해서도 문 후보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긴 커녕 오히려 문제제기한 사람을 네거티브하는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심지어 아무 말도 안한 내게 그 책임을 전가시키며 비난한다"며 "분명 '전두환 표창' 발언에 불쾌감, 황당함을 느낀 사람이 있었음에도 말이다"라고 주장했다.

    논란의 야기한 문 전 대표가 오히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표는 이날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하다면 북한과 협상할 수 있고, 남북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면서도 "성과가 담보되지 않는 회담은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여부에 대해선 "미국에도 할 말은 하고,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해야 한다"며 "미국이 자신의 이익을 요구한다면 우리도 우리의 이익을 요구하면서 서로 균형을 맞추는 재협상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 "잘못된 정책을 고치는 게 국가 지도자의 할 일이고, 사드 배치는 적당히 미봉할 일이 아니다"며 애매한 입장을 표명하는 다른 주자들을 겨냥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문제와 관련해 문 전 대표는 "적폐청산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가 언론적폐"라며 "미안하지만 MBC가 심하게 무너졌다. 공영방송의 언론의 자유와 공공성 회복, 해직 기자 복직이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싶다"고 작심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또 "예전에 자랑스러웠던 MBC 어디갔냐.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했더라면 대통령 탄핵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해서 정권의 방송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많은 공영방송이 망가졌다"고 MBC를 비난했다.

    야권에선 문 전 대표와 안 지사의 원색 비난전이 격화되는 것을 두고 양측이 돌이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네거티브 설전으로 인한 감정의 골이 깊어질 경우 경선 이후 세력 재결집에 악역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당 안팎에선 "후보들이 비전과 정책 등을 놓고 건전한 토론을 벌이기보다는 상호 비방전에 열을 올리다보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