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자세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악화된 여론 감안해 절차 밟아
  • 지난 1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로 복귀한다는 소식을 접한 지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지난 1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로 복귀한다는 소식을 접한 지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는 21일 오전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탄핵이 인용된지 11일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서게 되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변호인을 통해 검찰 소환에 응해 성실히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검찰이 요구한 일시에 출석해 성실하게 조사를 받을 것이다. 변호인들은 검찰 수사 과정에 필요한 자료 제출 등 제반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이 신속하게 규명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채명성 변호사)

    기존의 강경 자세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을 두고 적지 않은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좀처럼 비판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 여론을 감안해 절차적이면서도 합리적으로 검찰 수사에 대응하겠다는 분위기다.

    탄핵 인용 직후 큰 충격을 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다소 여유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평우 변호사는 지난 15일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 탄핵 각하가 아닌 탄핵 인용 판결에 대해 사죄부터 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의연한 모습을 보였고 이 때문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김평우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건강해 보였고 웃기도 했는데 오히려 저를 위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약한 여자라고만 생각했는데 나보다 훨씬 더 강한 분이구나, 정말 많은 쓰라림을 겪은 분이구나 하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검찰 소환 통보 이후 본격적인 대비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아온 유영하 변호사는 17일 강남구 삼성동 사저를 찾았다. 이틀 전인 15일에 이어 두 번째 사저 방문이다. 이날 오전 모습을 드러낸 유영하 변호사는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웃기만 할 뿐 답은 하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강조한 만큼, 변호인단은 최순실과의 관계와 뇌물죄 불성립(不成立) 요건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17일 새벽까지 김창근(67)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김영태(62) 전 커뮤니케이션위원장(부회장), 이형희(55)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 등 전·현직 SK 임원 3명을 집중 조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SK 사이의 뇌물 수수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롯데 등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도 예고했다. 검찰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롯데와 CJ 관계자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 선거운동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심에서 300만원을 구형 받은 민주당 추미애 대표.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선거운동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심에서 300만원을 구형 받은 민주당 추미애 대표.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다만 검찰은 청와대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를 압수수색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정점으로 가는 상황에서 압수수색은 큰 의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야당은 즉각적인 청와대 압수수색을 요구하며 검찰을 압박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수사에 중요한 증거가 될 자료들이 임의로 파기되거나 훼손될 우려가 있고 최악의 경우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증거들이 대통령 기록물이라는 미명으로 최장 30년간 봉인될 상황에 처했는데, 검찰은 압수수색을 늦출 이유 없고 조속한 시일 내에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이를 두고 "야당이 벌써부터 점령군 행세를 하며 검찰을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자신들이 예전에 청와대 기록물을 통째로 봉하마을에 가져간 기억이 떠오르는 것이냐"는 지적도 나왔다.

    일각에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심에서 300만원을 구형 받은 추미애 대표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야권 내부에선 "검찰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대선 국면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현행법상 수사는 불구속을 원칙으로 하되 피의자의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성실히 수사에 임하겠다며 사저에서 대기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불현듯 증거를 인멸하겠다며 나서거나, 야반도주하듯 사라질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검찰 측은 전직 대통령들의 전례를 참고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우하며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사례와 비슷할 것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