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 빨치산 회상기’, 1957년 첫 발간 후 김씨 일가 우상화와 배치돼 회수했던 책
  • ▲ 최근 북한에서는 수십 년 만에 '항일 빨치산'에 대한 강제교육이 실시되고 있다고 한다. 김정은의 우상화를 위해서라는 주장도 함께 나오고 있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 최근 북한에서는 수십 년 만에 '항일 빨치산'에 대한 강제교육이 실시되고 있다고 한다. 김정은의 우상화를 위해서라는 주장도 함께 나오고 있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북한이 최근 주민들에게 ‘항일 빨치산’에 대한 학습을 강요하고 있다고 한다. 김일성 사망 이후 사라졌던 ‘항일 빨치산 학습’이 되살아나자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16일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당국이 ‘항일 빨치산 참가자들의 회상기’라는 책을 새로 출판했다”며 관련 내용을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에서 ‘항일 빨치산 참가자들의 회상기’가 처음 출판된 것은 1957년이라고 한다. 하지만 ‘당의 유일사상체계’가 발표되고 김일성 일가 우상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뒤에는 이 책을 모두 회수하고 김일성을 위주로 한 빨치산 관련 책을 새로 출판했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지난 3월 초부터 노동당과 각 근로단체 조직들에 ‘항일 빨치산 참가자들의 회상기’라는 책이 배포되고 있다”면서 “책 배포와 함께 주민들에게 의무적으로 학습하라고 명령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빨치산 참가자들의 회상기를 출판한 것 외에도 각 기관별로 이 책의 ‘학습제강(학습 지침서)’이 따로 내려오고 있다”며 “책을 학습하기 위해 당 중앙기관별로 ‘문답식 경연(퀴즈 대회)’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젊은 층을 대상으로 ‘빨치산 참가자들의 회상기’ 전자책도 보급하고 있다고 한다. 이 전자책에는 회상기뿐만 아니라 혁명가요, 김일성 활동과 관련된 지도, 사진들까지 들어 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남도 소식통 또한 “함흥시에 건설한 ‘미래관’과 각 교육기관, 기업소들에서 ‘빨치산 참가자들의 회상기’ 학습이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하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책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1957년에 이 책이 처음 출판되었을 때나 김일성을 위주로 한 빨치산 관련 책이 나왔을 때 주민들에게 학습을 강요하지 않았던 것과 다른 점도 논란이라고 한다.

    이 소식통은 “그동안 노동당 중앙에서 ‘빨치산 참가자들의 회상기’ 학습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혹시나 김일성이 아닌 다른 빨치산들이 영웅 대접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기존의 책에는 역사적 진실이 적지 않게 포함돼 있어 김일성보다 뛰어난 빨치산 영웅들이 많았다는 진실을 감춰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김씨 일가 우상화에 걸림돌로 여겨져 외면당하던 빨치산 역사를 이제는 김정은의 ‘백두혈통’ 정당화를 위해 왜곡하고 악용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에 배포한 책 내용이 김일성 회고록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아 진실 논쟁도 치열하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북한은 노동당 정권을 수립한 뒤부터 김일성과 그 일가를 ‘항일 빨치산의 영웅’으로 포장, 우상화해 왔다.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역사를 왜곡해 탈북자나 해외에서 활동하는 외화벌이 일꾼들이 실제 한국 역사를 접한 뒤에 충격을 받는 일도 허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