改憲 이견 해소 못해… 反文연대 형성 과정서 내홍 재발 가능성 다분
  • ▲ 15일 자유한국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입당한 지상욱 의원을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이 함께 환영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15일 자유한국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입당한 지상욱 의원을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이 함께 환영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이 갈등설을 직접 나서서 급히 봉합했다. 지상욱 의원의 입당(入黨) 등 호재가 잇따를 조짐이 보이자 '당이 내홍에 빠진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는 점에 일단 의견이 일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갈등의 근원이었던 지점은 그대로 남아 있다. 특히 개헌(改憲)을 고리로 하는 반문(반문재인) 연대 움직임이 구체화될수록, 개헌에 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의 이견이 눈에 띌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해 "전혀 원치도 않던 (비상대책위원장 추대) 문제로 당이 어려워보인다는데, 나는 백의종군 이외에 어떤 생각도 없다"며 "더 이상 이 문제가 불거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유승민 의원도 같은 자리에서 "언론 보도에 김무성 의원과 내가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나와 김무성 전 대표는 아무 문제가 없으니, 모시고 화합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무성계(系)와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지난 13일 저녁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서로 원색적인 비난을 주고받는 등 갈등이 고조되자, 두 의원이 직접 나서서 육성으로 자제를 당부한 셈이다. 맹주(盟主)라 할 수 있는 두 사람이 직접 나서서 화합을 강조함에 따라, 갈등은 일단 수그러들게 됐다는 분석이다.

    '바른정당이 내홍 양상'이라는 보도가 잇따르자, 두 사람이 마이크를 잡고 조기 진화에 나선 이유는 뭘까.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바른정당에는 드디어 오매불망 기다리던 호기가 다가오고 있다. 경쟁 정당인 자유한국당은 일부 강성 친박 의원들이 '삼성동계'를 구성하는 등 자멸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잔류 비박계인 나경원 의원은 전날 SBS라디오에 출연해 "일부 친박들의 행위는 명백한 해당행위"라며 "당헌·당규에 따라 징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인명진 비대위원장도 이날 비대위원회의에서 "최근 당 안팎에서 징계에 대한 말이 나오고 있다"며 "시류에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필요하다면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징계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명진 위원장의 리더십이나 여러 가지 당내 역학 구도를 고려할 때, 정치현실상 징계는 쉽지 않다. 징계 요구가 무산되면 나경원·강석호 등 비박계 중진의원들의 거취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바른정당의 세(勢) 확산이 절로 이뤄질 것 같은 분위기인 가운데, 이날 지상욱 의원이 한국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입당했다.

  • ▲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중진회의 도중 웃음을 짓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중진회의 도중 웃음을 짓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데, 물이 들어오는 마당에 사공끼리 싸움이 시작되려는 조짐이 보였던 것이다. 이래서는 모두가 망한다는 위기감에서 일단 봉합부터 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유승민 의원이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상욱 의원의 입당은 자유한국당에서 의원들이 2차 탈당하는 신호탄"이라며 "많은 분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정당이 되는 게 중요하고, 김무성 전 대표와 그런 점에서 생각이 전혀 다를 게 없다"고 말한 것은 이러한 맥락이다.

    그렇다면 바른정당의 의기투합은 완전히 이뤄졌다고 봐야 할까. '긴급 봉합'한 상처가 다시 도질 가능성은 없을까.

    궁극적으로 반문연대의 고리가 될 개헌을 둘러싼 이견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바른정당의 경선 및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갈등이 재연될 소지는 다분하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우려다.

    김무성 의원은 의원내각제에 준하는 분권형 개헌을 선호한다. 바른정당과 한국당 내의 중론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와 손학규 의장,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 등 제(諸)정치세력 절대다수가 선호하는 방식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가 백일하에 드러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반면 유승민 의원만은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유독 고집한다. 이 때문에 개헌을 고리로 한 연대 형성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유승민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개헌만이 연결고리가 되는 것은 아니고, 경제사회 전반의 개혁을 놓고서도 서로 협력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며 "오히려 그런 게 더 의미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개헌에 비해서는 무게감이 현격히 떨어지는 화두다. 예컨데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문재인 전 대표를 제외한 모든 정치세력이 힘을 합치자고 하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문재인 전 대표가 문제가 많다고는 하지만, 그가 '저녁이 있는 삶'을 딱히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개헌을 고리로 하는 연대가 파괴력이 있는 것은, 개헌이라는 화두 자체가 '87년 체제' 성립 이래 30년 묵은 우리 사회의 운영체제를 뒤바꾼다는 점에 있다. 또, 현재 대권 구도에서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가 제왕적 대통령 권력에 집착해 '대선 전 개헌'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전선(戰線)을 뚜렷하게 형성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구(舊) 여권의 핵심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개헌 말고 다른 것을 고리로 연대에 나선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55일 남은 대선이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개헌을 고리로 하는 연대에 나서라는 압박이 강해질텐데, 개헌에 관한 관점에서는 유독 유연성이 떨어지는 유승민 의원이 김무성 의원과 갈등 없이 끝까지 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