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룰' 둘러싼 내홍에 비박계 탈당 경고까지 겹치며 아수라장
  • 홍준표 경남도지사(사진)는 자유한국당 예비경선일 하루 뒤인 오는 18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기로 함에 따라, 이른바 특혜 경선 룰에 따라 예비경선을 건너뛰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홍준표 경남도지사(사진)는 자유한국당 예비경선일 하루 뒤인 오는 18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기로 함에 따라, 이른바 특혜 경선 룰에 따라 예비경선을 건너뛰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이른바 '새치기 특혜 경선 룰'이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 경선 구도를 대혼란 속으로 빠뜨렸다.

    이 와중에 당내 비박계와 강성 친박계는 독자적인 행보를 계속하고 있어, 자칫하다가 대선 후보 경선의 와중에서 다시 한 번 분당(分黨)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오는 18일 오후 3시 대구 서문시장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한국당 예비경선의 후보등록 마감일은 15일이고, 심지어 상위 3명을 컷오프하는 예비경선은 홍준표 지사의 출마 선언보다도 하루 앞선 17일에 치러진다. 즉, 홍준표 지사는 예선은 건너뛰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입당조차 아직 않은 황교안 대행을 제외하면 한국당 대권주자 중 가장 거물이자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사람은 홍준표 지사"라며 "경력과 성품을 고려하면, 자신이 예비경선부터 뛰는 게 격(格)에 맞지 않다는 판단을 할 법 하다"고 전했다.

    그러자 이른바 '새치기 특혜 룰'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경선 보이콧을 경고했던 한국당 이인제 전 최고위원도 기자회견으로부터 불과 하루 뒤인 14일, 역으로 이 룰의 적용을 받겠다고 손들고 나섰다.

    이인제 전 최고위원 측 관계자는 "이런 형태의 예비경선에는 참가할 수 없다"며 "2차로 넣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원유철 전 원내대표도 본경선에 직행할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경선 룰은 예비경선에서 여론조사로 상위 3명을 컷오프한 뒤, 3명이 본경선 여론조사를 통해 최종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경선 공탁금은 예비경선에 등록할 때 1억 원을 납입해야 하며, 본경선 등록 후보는 3억 원을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를 가리켜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황교안 대행을 염두에 두고 급행열차를 만들었는데, 일반열차를 타야 할 사람들까지 너나없이 급행을 타겠다고 하는 꼴"이라며 "일반열차는 운임이 1억 원인데, 본경선으로 직행하는 급행열차는 무료이니 누가 일반열차를 타겠느냐"고 개탄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또다른 입장이다. 불공정한 경선 룰이 시정될 때까지는 예비경선은 물론 본경선도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혼란이 한층 심화되고 있다.

  • 자유한국당 이인제 전 최고위원(사진 오른쪽)도 14일 이른바 특혜 경선 룰에 따라 본경선에 직행할 뜻을 밝혔다. 사진 왼쪽부터 한국당 후보로 대권 도전을 선언한 원유철 전 원내대표와 안상수 의원, 이인제 전 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이인제 전 최고위원(사진 오른쪽)도 14일 이른바 특혜 경선 룰에 따라 본경선에 직행할 뜻을 밝혔다. 사진 왼쪽부터 한국당 후보로 대권 도전을 선언한 원유철 전 원내대표와 안상수 의원, 이인제 전 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문수 전 지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나는 반환점에서 갈테니 당신은 출발점부터 뛰어라'는 것은 안 된다"며 "마라톤이 아니라 반칙 게임"이라고 거세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급행열차를 기다리거나 아예 열차를 타지 않겠다는 승객이 많아지면서 예비경선에서 상위 3명을 컷오프한다는 취지도 무색해졌다.

    한국당 조경태 안상수 김진태 의원과 김관용 경북도지사, 신용한 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5인이 일단 예비경선부터 참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러면 컷오프되는 인원은 5명 중 2명에 불과하다.

    이렇게 해서 3명을 컷오프하더라도, 급행열차를 타고 홍준표 지사와 이인제 전 최고위원, 원유철 전 원내대표, 경우에 따라 황교안 대행까지 도착한다면 본경선은 결국 6~7명이 치르게 되는 셈이다. 예비경선에 참여한 인원보다 컷오프를 거친 본경선 인원이 더 많아지는 웃지 못할 몰골이 된다.

    여권 관계자는 "중앙당 선관위 심의와 비대위의 의결을 거쳐야 (본경선에) 직행할 수 있는데, 애당초에는 당연히 황교안 대행만을 염두에 둔 특례 조항"이라면서도 "'심의 대상은 황교안 뿐'이라고 노골적으로 적어놓을 수도 없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나도 심의해달라'고 하면 난감해진다"고 토로했다.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지난 1997년부터 대선을 뛰어왔고 6선 의원에 최고위원까지 지낸 거물이다. 원유철 전 원내대표도 5선 의원으로 당내의 비중 있는 정치인이다. 직행을 위한 심의·의결을 거부한다는 것은 '탈당하라'는 뜻이나 마찬가지라서, 경선을 앞두고 당이 분열될 수도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설상가상으로 내홍은 경선 룰만 놓고 벌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에 한국당 지도부의 고민이 있다.

    경선 룰을 둘러싼 대혼란에다가 정치권에서 살아남기 위한 이른바 '삼성동계'의 발버둥까지 겹치면서, 탄핵으로 인한 집권여당 지위 상실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 속에서 당이 자성하는 모습은 커녕 목불인견의 모습만 연일 노출하자 잔류 비박계는 탈당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전망대〉에 출연해 "비박계들은 사당화된 당이 공당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남아 있었는데, 사실 (탄핵 전후로) 오히려 점입가경이 아니냐"며 "특히 친박들이 (삼성동 사저에서) 비서진을 꾸린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속상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며칠 사이에 오히려 거꾸로 사당에서 완전히 패거리집단처럼 된 것 같아 너무 속상하다"며 "점입가경이라는 말씀을 드렸는데,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거취에 관한 고심에 들어갔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