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에 합치자는 이야기, 설득력 있다"면서도, 국민·한국도 내홍
  •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중진회의에서 환하게 웃으며 무언가를 논의하고 있다. 이 두 의원은 이날 저녁 만찬 회동까지 함께 했으나, 직후 열린 비공개 의총에서는 두 의원과 각각 친한 의원 그룹 사이에서 원색적인 비난까지 상호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중진회의에서 환하게 웃으며 무언가를 논의하고 있다. 이 두 의원은 이날 저녁 만찬 회동까지 함께 했으나, 직후 열린 비공개 의총에서는 두 의원과 각각 친한 의원 그룹 사이에서 원색적인 비난까지 상호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개헌(改憲)을 고리로 하는 연대의 가능성은 분명 열려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실현해야 할지가 관건이다. 여기에 연대해야 할 주체들이 일제히 내홍에 빠져들면서, 집안단속도 제대로 못하는데 무슨 합가(合家)를 하느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계기로, 개헌을 고리로 하는 반문연대론이 우후죽순처럼 제기되고 있다. 마땅한 후보가 없는 범(汎)보수 진영이 적극적이다.

    자유한국당 내의 합리적 보수 세력을 대표하는 정우택 원내대표는 13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패권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뜯어고치는 개헌을 해야 한다"며 "우리 국회가 가장 시급히 해야 할 문제는 개헌"이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바른정당 정병국 전 대표가 기다렸다는 듯이 화답했다. 정병국 전 대표는 이튿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하면서 87년 체제의 한계가 드러났다"며 "3월 중에 국회에서 개헌안을 발의하고 대선에서 동시에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함께 할 것"이라고 운을 띄웠다.

    현재 제도 정치권 내에서 분권형 개헌에 저항하면서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행사해보겠다는 유일한 세력은 더불어민주당 친문패권세력 뿐이다. 개헌을 고리로 하는 반문(반문재인) 연대의 가능성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좁게는 바른정당과 한국당, 넓게는 국민의당까지 포섭하는 이른바 '개헌 반문연대'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은 백일하에 드러났다. 이제는 의원내각제나 그에 준하는 분권형 제도로 국가를 운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또, 정치현실로 봐도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와 맞서려면 1대1 대결 구도를 만드는 수밖에 없다. 이처럼 명분과 실리가 뚜렷한 연대 형성 노력도 역대 대선에서 드물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연대론과 거리를 두고 있던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조차 14일 TV조선에 출연해 "경선에서 대연정을 부르짖는 것은 야당 집토끼를 놓치는 길"이라고 여전히 경계하면서도 "대통령 후보가 돼 마지막 순간에 문재인을 반대하는 비문 세력들이 합치자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문제는 합가(合家)해야 할 각 집안이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경선 룰을 둘러싸고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의장 사이의 끝을 모르는 분란이 계속되고 있고, 한국당마저 이른바 '새치기 특혜 경선 룰' 파동으로 내홍에 진입하는 등 점입가경이다.

    반문연대 형성을 주도할 것으로 보였던 바른정당도 뒤늦게 내홍 양상에 돌입했다. '정병국 지도부'의 총사퇴가 단초가 됐다. 김무성 의원과 친한 의원 그룹에서 '김무성 비대위' 체제의 수립을 주장하면서 내홍이 시작된 것이다.

    이에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의원 그룹에서는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김무성~유승민 두 의원이 13일 저녁 만찬 회동을 갖는 등 아물 듯 보였던 김무성~유승민 갈등이라는 내상이 다시 도지는 분위기다. 이날 저녁 직후 열렸던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양쪽 그룹 사이에서 원색적인 비난까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김무성 의원과 친한 그룹에서는 '김무성 비대위'를 수립해야 김무성 의원을 중심으로 반문연대를 주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유승민 의원은 4년 중임 대통령제에 집착하고 있어, 개헌을 고리로 한 연대를 꾀하기에 적절치 않고, 한국당 내에서 유승민 의원에 대한 반감도 깊어 '연대의 얼굴'로 나설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유승민 의원과 친한 그룹에서는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정병국 지도부'가 총사퇴한 것인데 내부 인사인 김무성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는다는 것이 언어도단이라고 반박한다. 아울러 한국당에서의 반감이라면 유승민 의원만큼이나 김무성 의원에 대한 반감이 만만치 않거나 오히려 더 크다고도 설명한다.

    이처럼 바른정당의 양대 축인 김무성 그룹과 유승민 그룹 사이의 반감이 표면화되면서 균열음이 들리자, 과연 바른정당이 56일 남은 대선까지 반문연대를 주도할 수 있을지 정치권 안팎에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주호영 대표대행과 정병국 전 대표가 지적했듯이, 반문연대는 "가능성은 분명히 열려 있지만 결코 쉽지는 않"을 수밖에 없다. 합가해야 할 각 집안의 내부 싸움이 언제 끝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라, 반문연대를 바라는 국민들의 애간장은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후보 단일화란 토너먼트처럼 여러 사람들이 떨어져나가면서 최종적으로 후보를 한 사람으로 추리는 작업"이라며 "먼저 각 집안에서 싸움이 벌어져 각자 하나의 후보를 선출한 뒤, 그 후보들끼리 다시 싸움을 벌여야 하는 만큼 반문연대에 앞서 집안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고 반문연대 형성을 낙관하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