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영향력 갖자' '59일 뒤 제대로 해보자' 독려 목소리 나와
  • ▲ 11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진행된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11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진행된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첫 주말인 11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선 '탄핵무효'를 주장하는 태극기집회가, 광화문 광장에선 '탄핵환영'을 외치는 촛불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양 집회는 상반된 분위기 속에서 집회를 진행했으며, 사전에 우려됐던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탄핵 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국민대회'라는 이름으로 1차 태극기집회를 열고 "향후 헌재의 위헌적 판결을 밝히는 일과 제도권에 대한 영향력을 갖추는 작업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탄기국은 이날 탄핵 인용에 낙담한 시민들을 위로하는 한편, 이 같은 계획을 설명하고 참여를 독려했다. 탄기국은 지난 10일 시위도중 숨진 3명의 위패를 서울광장 태극기텐트 분향소에 두고 시민들에게는 검은색 근조리본을 나눠줬다.

    참가자들도 전날 집회와 비교할 때 차분하고 엄숙한 모습을 보였다. 본집회가 시작되고 애국가가 흘러나오자 곳곳에선 눈물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을지로-명동역-회현역-남대문을 돌아 대한문으로 돌아오는 행진에서도 한탄과 통곡을 하며 태극기를 흔들었다.

  • ▲ 권영해 전 국방장관.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권영해 전 국방장관.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제도권에 영향력 가져야"
    탄기국 공동대표인 권영해 전 국방장관은 연단에 올라 "제도권에 영향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식기도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권 전 장관은 휠체어를 타고 링거를 꽂은 상태에서 "이번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광장에서 아무리 외치더라도 제도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소용이 없다는 것"이라며 "오늘부터 우리의 목표는 제도권에서 우리가 원하는 정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과 탄핵무효 투쟁"이라고 역설했다.
    권 전 장관은 헌재의 파면 결정에 대해선 "대한민국의 헌법과 정의는 사망선고를 당했다"며 "국회는 우리의 대의기관이 아니었고, 언론은 진정한 목소리를 대변해주지 않았고, 법은 우리를 지켜주지 않았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 ▲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59일 뒤 오는 대선에서 황교안이든 누구든을 통해서 제대로 해보자"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어제는 슬펐지만 계속 슬퍼할 수는 없지 않나, 이제 눈물이 말라서 더 울 수도 없고 더 실망할 것도 없고, 더 이상 바닥으로 떨어질 것도 없다"며 "정신 바짝 차리자, 야구는 구회말부터 승부가 시작된다. 할 수 있다"고 한탄하고 있는 집회 참가자들을 위로했다.

    그는 또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소득은 태극기 시민들"이라며 "애국 보수가 언제 이렇게 모여본 적이 있나, 언제 이렇게 거리 행진을 해봤나"라며 "얼마 전까지는 태극기 시민이 5%밖에 안된다고 무시당했지만, 이제 15%가 됐고 앞으로는 20%, 30%,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참가자들을 추켜세웠다.

    김진태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대해선 "결정문을 읽어보니 수긍이 아니라 화가 났다"면서도 불복 의사를 내비친 것에 대한 비판에 대해선 "누가 불복하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내일 청와대를 나오면 그 것이 헌법기관을 인정하는 것 아니겠나, 그렇지만 헌재 재판관을 꼭 존경할 필요는 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 ▲ 태극기집회 참가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태극기집회 참가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두호 육군사관학교 구국동지회 회장은 '구국동지회 장교단 입장 성명'을 통해 "헌재의 탄핵 인용에 낙심되고 슬프지만 이 번 일을 자유민주주의를 재건하고 통일 대한민국으로 가는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며 "은폐된 진실을 밝히고 대선을 통해 나라를 지키자"고 말했다.
    이 회장은 아울러 "국정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 있다"며 ▲사회주의적 당을 해체 및 국회 입성 차단 ▲민노총·전교조의 정치 활동 금지 ▲검찰 개혁 ▲역사교과서 추진 ▲사드 배치 등을 열거했다.
  • ▲ 퇴진행동이 같은날 광화문 광장에서 '탄핵환영' 촛불집회를 열었다. ⓒ뉴시스
    ▲ 퇴진행동이 같은날 광화문 광장에서 '탄핵환영' 촛불집회를 열었다. ⓒ뉴시스
    ◆ 촛불은 축제, '2017 권리선언' 발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광화문광장에서 20차 촛불집회를 열고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을 환영했다. 퇴진행동은 축하콘서트와 촛불승리 폭죽, 촛불 파도타기 등의 행사로 축제를 벌였으며 본집회 직후 총리관저와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했다.
    퇴진행동은 이날 정치·경제 등 10개 분야에서 시민 개혁을 요구하는 내용의 '2017 촛불권리선언'을 발표했다. 
    퇴진행동은 "마침내 국정을 농단한 소수 권력자들을 끌어내렸고, 민주주의를 유린한 범죄자들을 감옥에 가뒀다"며 "촛불시민의 직접행동은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우며 헌법을 살려냈다"고 주장했다. 
    퇴진행동은 이어 "촛불시민(의 행동)은 부당한 권력을 탄핵시키는 것이 끝이 아니며 새로운 세상을 향한 긴 여정의 시작"이라며 "아래로부터 민주주의의 역량을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퇴진행동은 그러면서 ▲대의정치 개혁, 직접민주주의 전진 ▲특권세력의 공권력에 저항 ▲불평등에 저항 ▲언론 심판 ▲특권과 부의 대물림 저항 ▲노동자 권리 회복 ▲생존권 보장 ▲훈육과 불평등 교육 저항 ▲외교·국방·통일 정책 민주적 결정 ▲안전한 세상 구축 등을 선언했다. 퇴진행동은 오는 25일과 내달 15일에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 것을 예고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질서 유지를 위해 207개 중대 1만 6,500여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 ▲ 퇴진행동이 같은날 광화문 광장에서 '탄핵환영' 촛불집회를 열었다. ⓒ뉴시스
    ▲ 퇴진행동이 같은날 광화문 광장에서 '탄핵환영' 촛불집회를 열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