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인사권·재정권 가진 교육감 뜻 거스르기 힘들어…
  • ▲ 국정 한국사(역사) 교과서. ⓒ뉴데일리 DB
    ▲ 국정 한국사(역사) 교과서. ⓒ뉴데일리 DB

    교육부는 8일 국정 역사 교과서를 수업 보조교재나 동아리·방과후학교 활동용으로 쓰겠다고 밝힌 학교가 총 93개교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6일 국정 교과서 신청 학교가 83개교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틀 사이 19개 학교가 국정 역사 교과서를 추가로 신청하고, 기존 희망 신청서를 접수한 학교 중 9개 학교가 철회하며, 최종적으로 10개 학교가 늘어난 셈이다. 

    최근까지도 연구학교로 지정된 경북 경산시 문명고를 제외한 전국 5846개 중고교가 모두 외면해 '다 죽은 좀비교과서'라는 비난까지 받았던 국정 역사교과서를 학교 현장이 다시 선택한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교육계 안팎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그동안 모두 진보교육감 눈치만 봤다" 

  •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해 12월 10일 광화문광장에서 교육부 국정교과서 철회를 위한 시위를 진행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페이스북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해 12월 10일 광화문광장에서 교육부 국정교과서 철회를 위한 시위를 진행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페이스북


서울 관내 학교 중 처음으로 국정 역사 교과서 사용 의지를 밝혔던 곽일천 서울 디지텍고등학교 교장은 국정 교과서 활용 희망 신청이 늘어난 것에 대해 "국정 교과서 발행 취지에 공감하고 사용하고자 했던 학교들이 꽤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학교들이 행정적 제재를 우려해 신청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곽 교장이 말한 '행정적 제재'란 각 시·도교육청의 역차별을 의미한다. 

곽 교장은 자칭 진보교육감들이 '국정 역사 교과서'를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상황에서, 각 학교는 국정 교과서를 선택할 경우 교육감들이 행정적 불이익을 줄수 있다는 생각을 한번쯤 했을 것이라고 봤다. 학교의 인사권과 재정권을 교육감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곽 교장은 "학교 이름이 노출 되면 어떻게 하나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학교들이 교육부가 직접 신청을 받고 활용 학교 명단도 밝히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뒤늦게나마 신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들이 용기를 얻은 것 같다"며 "3차, 4차까지 한다면 국정교과서를 신청하는 학교가 더 늘어날 것이라 생각다"고 덧붙였다. 

앞서 교육부는 국정 역사 교과서를 선택한 문명고가 이를 반대하는 외부단체의 극심한 항의 시위로 몸살을 앓자, 국정 교과서 활용 희망 신청 학교 명단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직접 받았기 때문에 실제로 학교 측에서 마음 편하게 신청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교육감님들 중에 교과서를 반대하는 분들이 많지 않았느냐"면서 "(교육부가 직접 희망 신청을 받았기 때문에) 학교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고 했다.



  • ▲ 문명고 한국사 국정교과서 저지 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오전 경북 경산의 문명고 정문 앞에서 '문명고 한국사 국정교과서 저지 대구경북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시스
    ▲ 문명고 한국사 국정교과서 저지 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오전 경북 경산의 문명고 정문 앞에서 '문명고 한국사 국정교과서 저지 대구경북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시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 또한 그동안 진보교육감들의 전방위적인 반대로 학교들이 들어내 놓고 국정 교과서를 희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재철 대변인은 "교육감은 인사권과 예산권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가 국정 역사교과서를 신청한다는 것은 어렵다.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려고 해도, 교육감 의중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교육감들이 알게 모르게 자기들의 권한을 활용하고 있다"며 "(이번에는) 그나마 교육부가 직접 신청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했다.
    한편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대표는 최근 시도교육청이 국정 교과서 신청 현황 파악에 나선 것과 관련해 "교육청이 보낸 공문에 답신을 하지 않을 수도 없고, 답을 보내자니 좌파들이 쫒아올까봐 걱정된다고 말한 교장이 있었다"며, 여전히 일선 학교들이 '교육감' 눈치를 보느라 국정 교과서 사용을 꺼려하고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