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부총리 "北, 단순히 비난하지 말라…적 만들고 싶지 않다"
  • ▲ 말레이시아가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계기로 2009년 북한과 맺었던 비자 면제 협정을 전격 파기했다. 사진은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더 스타 온라인' 영상 캡쳐
    ▲ 말레이시아가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계기로 2009년 북한과 맺었던 비자 면제 협정을 전격 파기했다. 사진은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더 스타 온라인' 영상 캡쳐

    말레이시아가 2009년 북한과 맺었던 비자 면제 협정을 전격 파기했다.

    말레이시아 ‘더 스타 온라인’, ‘베르나마 통신’ 등은 이번 조치가 오는 6일(현지시간)부터 적용된다고 3일 보도했다.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지난 2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과의 비자 면제 협정 파기는 최근 북한 당국과 연관된, 여러 가지 안보 문제를 고려한 것”이라면서 “우리는 국가와 국민들의 안전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이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히드 하미디 부총리는 “우리는 이번 결정을 공표할 것이고, 이에 따라 이민국은 이를 시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히드 하미디 부총리는 김정남 암살 사건 조사 과정에서 북한 당국이 보인 태도를 비판했다.

    자히드 하미디 부총리는 “북한 당국이 말레이시아가 한국과 결탁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면서 “북한 당국은 말레이시아를 비난해서는 안 되며, 우리도 적을 만들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자히드 하미디 부총리는 ‘한국-말레이시아 결탁설’을 주장한 강 철 駐말레이시아 북한대사를 겨냥한 듯 “(북한 당국은) 우리를 얕보지 말라”면서 “우리의 행동과 입장은 단호하다”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의 이번 조치로 북한 당국의 외화벌이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통일부 관계자는 “말레이시아에 파견돼 있는 북한 노동자 수는 생각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미미하게나마)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겠지만, 그보다 ‘비동맹’ 국가들 간 유대 관계가 끊어지는 그런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북한의) 외교적 고립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말레이시아가 북한과 단교 수순까지 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이번 조치가 단교 전 단계라는 주장이다. 이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월 말레이시아 장관들은 북한과의 외교관계 재검토를 요구한 바 있다. 말레이시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북한과 단교할 시 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교 단계까지 갈지 여부는 이제 북한 당국의 태도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김정남 암살 수사를 놓고 계속 말레이시아를 비난한다면 단교 가능성은 매우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정남 암살 용의자로 체포된 북한 남성 리정철은 3일 오전(현지시간) 세팡 경찰서에서 석방됐다.

    英‘BBC’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검찰은 "리정철이 김정남 암살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판단에 따라 기소를 포기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대신 리정철이 이민법을 위반한 점에 따라 북한으로 추방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