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독광부·간호사들도 참여 “자유대한민국 지켜 달라” 호소
  •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2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14차 태극기집회'를 열고, '탄핵 원천 무효'를 외쳤다. ⓒ뉴데일리 이기륭
    ▲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2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14차 태극기집회'를 열고, '탄핵 원천 무효'를 외쳤다. ⓒ뉴데일리 이기륭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최종 변론기일을 27일로 결정하며, 탄핵 찬반을 둘러싼 태극기집회와 촛불집회의 세 대결이 더욱 격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을 맞은 25일, 서울 도심은 탄핵 원천 무효를 외치는 태극기집회와 탄핵 인용을 주장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태극기집회에는 역대 최대 참가인원 330만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해,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앞부터 숭례문까지 태극기 물결을 이뤘다. 촛불집회에는 오후 8시 기준 100만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다.

  •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태극기집회' 참석자들. ⓒ뉴데일리 이기륭
    ▲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태극기집회' 참석자들. ⓒ뉴데일리 이기륭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14차 태극기집회'를 열고, '탄핵 원천 무효'를 외쳤다.

    탄기국 측은 "처음부터 거짓말로 시작된 탄핵이다. 원래는 각하 됐어야 한다"며, "헌재는 지금이라도 즉각 기각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도 오후 2시께부터 광화문광장에 모여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17차 촛불집회를 개최하고, 대통령 조기 탄핵과 특검 연장을 주장했다. 

    양측은 경찰 차벽을 두고 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촛불집회 측의 음악소리와 마이크 볼륨이 올라가자, 태극기집회 참석자들은 중간 중간 ‘어차피 촛불은 태극기를 이기지 못한다’, ‘이제 태극기가 민심이다’ 라고 말하는 등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태극기집회에서는 집회에 참석한 이모씨(68)가 휘발유를 들고 분신을 시도하다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도 있었다. 탄기국 측은 집회 분위기가 격양되자 “어떠한 경우라도 목숨을 버릴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종북이 주도하는 촛불과 다르다. 삭발, 혈서 이런 것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날 탄기국 측은 1차 집회가 끝나는 오후 4시 전후해 도심행진을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좌파언론이, 태극기집회 참여 인원이 얼마 안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행진 때문에 자리를 비운 사이 사진을 찍고 있다”고 주장하며, 오후 6시까지 자리를 지켰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6시가 넘어서자 대한문-숭례문-서울역-중앙일보 사옥- 서소문을 경유해 본래 집회 장소로 돌아오는 행진을 벌였다.

  • 태극기집회 도심행진 선두에 선 육군3사관학교 애국동지회. ⓒ뉴데일리 이기륭
    ▲ 태극기집회 도심행진 선두에 선 육군3사관학교 애국동지회. ⓒ뉴데일리 이기륭


    도심행진은 '육사, 해사, 공사, 해병대' 등 각 군의 구국(애국)동지회가 깃발을 들고 선두에 서서 이끌었다. 태극기 망토, 태극기 머리띠 등을 걸친 집회 참가자들은 '탄핵 원천 무효'를 외치거나 군가를 함께 부르며 이동했다.

  • '억지탄핵 원천무효' 피켓을 들고 나온 태극기집회 참석자. ⓒ뉴데일리 이기륭
    ▲ '억지탄핵 원천무효' 피켓을 들고 나온 태극기집회 참석자. ⓒ뉴데일리 이기륭

    참가자들은 ▲탄핵 원천 무효 ▲국회 해산 ▲특검 구속 ▲선동 언론 해체 ▲고영태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피켓과 구호를 선보였다.


    ▶'거짓 탄핵 무효'…헌법재판소 압박 

    이날 연사들은 대부분, 내달 초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선고를 기정사실화한, 헌법재판소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권영해 탄기국 공동대표는 탄핵 원천 무효를 주장하며, "헌법재판소가 27일 심리를 종결한다면 그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는 짐작이 간다"며 "예정대로 심리가 종결되면 헌법재판소 앞에서 무기한 단식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대통령 측 대리인단에 합류한 김평우(72)변호사는 헌법재판소를 겨냥해 "우리가 조선시대에 살고 있나. 대한민국 헌법에는 만인이 평등하다고 돼 있다. 법관은 높고 국민이 낮은 것이 아니다. 법관도 헌법을 지켜야 하고 국민도 헌법을 지켜야 한다"고 말해, 헌재의 졸속심리 움직임에 유감을 표했다.

  • 김평우 변호사. ⓒ뉴데일리 이기륭
    ▲ 김평우 변호사. ⓒ뉴데일리 이기륭


    김평우 변호사는 국회가 제출한 탄핵소추안이 사기와 거짓말로 작성된 것이라고 비난하며, "사기를 용서하는 것은 용서가 아니다. 그것은 공범"이라고 했다.

    조원룡 변호사는 박헌철 전 헌재 소장의 퇴임 이후 8인 체제로 진행되고 있는 헌법재판소가 '위헌적'이라고 주장했다. 조 변호사는 "심판이 제대로 구성돼야 운동경기도 하는 것 아닌가. 대한민국 법치주의 최후 보루라는 헌법재판관들이 기본도 안 지키면서 헌법을 지킨다니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변호사는"헌재는 2012년 헌 마2호 사건에서, 9명 정원의 재판부 구성이 안되면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명문으로 밝힌 바 있다"면서,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무슨 청천병력 같은 소리냐"고 분개했다.

  • 조원룡 변호사. ⓒ뉴데일리 이기륭
    ▲ 조원룡 변호사. ⓒ뉴데일리 이기륭


    그는 "삼척동자도 아는 법리를 대한민국 헌법의 최고 권위가인 헌법재판관들이 스스로 허물어트리고 있다. 법치주의 말아먹자는 것"이라며, "헌법재판관 권위도 헌법에서 나오니 재판관들도 헌법을 지켜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고려대와 연세대 합동 구국 동지회 회원들도 성명서를 통해 "만일 헌재가 천만 태극기 민심을 무시하고 왜곡된 판단을 한다면,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헌재에 '탄핵 기각'을 촉구했다. 


    ▶"탄핵 인용때는 참극"

  •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 ⓒ뉴데일리 이기륭
    ▲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 ⓒ뉴데일리 이기륭


    인파가 몰려 집회 열기가 뜨거워질수록 연사들의 발언 수위도 함께 높아졌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중앙회장)은 "이번 탄핵은 국회 상정, 특검, 헌법재판소에 이르기까지 합법적 부분이 하나도 없는 원천 무효 사건"이라며, "불법 탄핵에 복종하는 것은 법질서를 준수하는 것이 아니다. 불법적 탄핵이 인용될 경우 국민저항권을 행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정 대변인은 "헌재에는 악마의 재판관 3인이 있다. 악마의 재판관들이 잘못 판단할 경우 아스팔트는 피를 흘리는 정도를 넘어설 것이다. 문재인은 혁명을 말했지만, 문재인이 말하는 혁명을 훨씬 넘어서 어마어마한 참극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변인은 박영수 특검을 향해 "2월 말 특검수사기간이 끝나는 즉시 특검이 저지른 죄를 사법기관에 모조리 고소하겠다"고 했다. 그는 "특검도 모조리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김진태 "국회는 해산해야 한다"

  •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뉴데일리 이기륭
    ▲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뉴데일리 이기륭


    집회에 참석한 김진태, 전희경, 조원진, 박대출, 윤상현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탄핵 기각'을 부르짖으며, 집회 열기는 더욱 고조됐다.

    김진태 의원은 '국회 해산' 구호를 외치는 시민들을 향해, "제가 백수가 되도 괜찮다. 엉터리 짓하고 욕먹어도 싼 국회는 해산하라"고 말해 열띤 환호를 받았다. 

    그는 "탄핵이 기각 되면 바른당인가 안바른당인가 하는 분들이 국회의원 (총)사퇴한다고 했죠. 이들은 (탄핵 소추안이)기각될 것 같고, 뒤가 구리니 대통령에게 자진 사퇴하라며 조용히 끝내려 한다. 우리는 이런 주장 절대 받아들여선 안 된다"며, 국회 해산을 외쳤다.


  •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 ⓒ뉴데일리 이기륭
    ▲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 ⓒ뉴데일리 이기륭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탄핵은 애당초 말이 안 된다. JTBC가 태블릿PC 보도한지 45일만에 대통령을 탄핵으로 내몬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이렇게 무리하게 탄핵을 한 이유는 무정부 상태에서 조기 대선구도를 만들어 집권하겠다는 야당의 야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탄핵 정국의) 본질은 대한민국을 찬탈하기 위한 야당의 망국 책동"이라며, "대통령의 억울함을 풀고 헌정질서를 수호해 자유민주주의를 다시 살려내자"고 했다. 

    허평환 전 국군기무사령관도 정치권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 허평환 전 국군기무사령관. ⓒ뉴데일리 이기륭
    ▲ 허평환 전 국군기무사령관. ⓒ뉴데일리 이기륭

    허 전 사령관은 "썩어 빠진 정치인들은 탄핵결정도 나기 전에 불법선거운동을 시작했다"면서, "우리 국민들 뭘로 아는지 모르겠다. 19대에는 태극기가 집권하자"고 말했다. 

    태극기집회는 도심행진이 끝난 7시30분께 대한문 앞에서 대열을 재정비한 뒤 2차 집회를 진행했다. 

    2부에서는 태극기집회를 응원하기 위해 독일에서 온 파독광부와 간호사 출신 이민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우리는 힘들어도 후대에게 좋은 나라 물려주겠다는 일념 하나로 열심히 일했다”며, “우리 자유대한민국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탄기국은 3월1일 오후2시 대한문 앞에서, 최대 500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를 예고했다.


    ▶광화문 촛불, 탄핵은 조기에 인용...특검은 계속!

  •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25일 오후 4시부터 광화문광장에 모여 민중총궐기와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17차 촛불집회를 동시 개최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25일 오후 4시부터 광화문광장에 모여 민중총궐기와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17차 촛불집회를 동시 개최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광화문광장에 모여 민중총궐기와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17차 촛불집회를 동시 개최했다. 

    퇴진행동 주최 측인 민노총은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정권 4년, 너희들의 세상은 끝났다'를 제목으로 민중총궐기를 진행했다.

  • 퇴진행동의 17차 촛불집회 주 구호는 대통령 조기탄핵과 특검연장이었다. ⓒ뉴데일리 공준표
    ▲ 퇴진행동의 17차 촛불집회 주 구호는 대통령 조기탄핵과 특검연장이었다. ⓒ뉴데일리 공준표

    최종진 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지금 대한민국에는 촛불과 태극기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촛불이 범죄자를 몰아내는 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박근혜·재벌총수 구속과 헬조선 타파가 역사의 과제이자 촛불의 명령"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촛불집회에는 어김없이, 내란 선동죄로 수감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집회 중앙에는 이석기를 석방하라는 구호가 담긴 풍선이 둥둥 떠다녔다. 

    전교조 등 교사들은 보신각 앞에서, 청소년과 청년들은 각각 KT 앞과 대학로 혜화역 인근에서 사전 집회를 연 후 광화문광장으로 합류했다. 

    이들은 오후 6시 부터 17차 촛불집회 본집회를 갖고,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촉구했다. 특검 연장 불가 방침을 밝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반발도 컸다.

  • 촛불집회 측은 국정교과서, 사드배치 반대 등 박근혜 정부 정책 전반에 반감을 나타내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촛불집회 측은 국정교과서, 사드배치 반대 등 박근혜 정부 정책 전반에 반감을 나타내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퇴진행동 법률팀 소속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자와 청년을 헬조선으로 몰아넣었다"며, "주권자인 국민의 이름으로 (탄핵이) 선고돼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탄핵도 중요하지만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도 매우 시급한 과제다. 김기춘·조윤선·이재용의 구속은 촛불 시민의 힘으로 이뤄낸 성과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박근혜는 한 번도 수사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는 문재인 전 더물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 야권 대선주자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밖에도 마술사 이은결씨, 가수 김원중씨가 무대에 올라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퇴진행동은 본집회를 마무리한 오후 8시께부터 참석자들과 도심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청와대, 총리공관, 헌법재판소 방면 등으로 행진하며,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