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시료 화학무기금지기구 인증이 필요- 북한 화학무기 생산국으로 국제사회에 관심집중
  • ▲ 말레이경찰 "김정남 암살 독극물은 독가스 VX" 발표 ⓒ연합뉴스
    ▲ 말레이경찰 "김정남 암살 독극물은 독가스 VX" 발표 ⓒ연합뉴스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 공항에서 암살이 되면서 그의 직접적인 사인과 방법에 대해 많은 추측성 기사들이 보도되고 있다.  2월 24일 말레이시아 경찰당국은 말레이시아 화학국 보고서를 통해 김정남의 사체(얼굴, 점막)에서 VX 신경작용제(에틸 S-2-디이소프로필아미노에틸 메틸포스포노티올레이트)를 검출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잘 알려진 화학무기 생산국이고 그 관련기술 역시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나라 중에 하나이다.  따라서 북한에서 자신들의 원천기술을 사용한 VX계열의 목록물질을 암살에 쓴다는 것 자체는 그다지 신기할 것이 없다.  

    문제는 그 물질의 운송과 전개인데 현재까지 말레이시아 당국에서 조사한 결과로는 흐엉이라는 베트남 여인이 북한 국적의 남성들에게 사주 받아 김정남의 얼굴에 ‘액체’ 물질을 도포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CCTV 확인 결과 그 여성들은 미리 교육 받은 것처럼 손을 신체 주요부분에서 이격시켜 화장실로 가서 물로 제독을 하는 과정을 밟았다.  

    여기서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1. 암살집행자(흐엉)는 왜 무사할까?
    액체 형태의 VX신경작용제는 점성이 상당하다.  흔히 우리가 아는 구리스 정도의 점성이라고 보면 된다.  또한 치사량 또한 높다.  VX의 차사량을 계산할 때 인체의 몸무게(Kg)을 Mg으로 나눠 예상을 하게 되는데 보통 성인남성의 경우 흡입시 50mg, 피부 접촉시 10mg로 알려져 있다.(쉽게 말해 잉크 한방울로 성인 남성을 죽일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즉 흡입보다 피부 접촉이 더욱 치사량이 높다는 것이다.
     
    VX에 바로 노출이 된다고 즉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노출량에 따라 인터벌이 존재한다.(흡사 약을 먹었을 때 신체에 약이 흡수되는 시간이 걸리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일부에선 피부에 상처가 없었을 경우 흡수가 되는 것을 일시적으로 막아준다고 하지만 시간이 걸릴 뿐 피부에 노출된 암살자 역시 무사하긴 힘들다.  

    혹자들은 흐엉이 단시간에 암살을 실시하고 물로 제독을 했기 때문에 무사할 수 있었다라고 하는데 VX는 물로 쉽게 제독을 할 수 없다.  그리고 흐엉이 관련 제독제를 가지고 있었다는 발표도 없었다.  만약 흐엉이 VX액체를 자신의 손에 도포하기 전에 손에 기름을 먼저 도포했다면 VX가 신체에 흡수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고 물로 제독도 하기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이에 관련된 말레이시아 경찰 발표가 없다. 

    2. 김정남은 격렬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VX가 체내에 흡수되면 해당자는 사망하기 전에 경련이나 발작을 일으키며 격렬하게 반응 하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현재 공개된 CCTV에서 김정남은 격렬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물론 그 부분 CCTV가 공개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이 부분은 역시 의문으로 남아있다. 

    3. 왜 하필 공항에서 김정남을 암살했을까?
    북한으로 확실시 되는 암살배후는 김정남의 이동 동선을 훤히 알고 있었고 그의 암살을 어디에서 실시할지에 대해 결정하고 사전 정찰 및 예행연습까지 끝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 왜 그들이 공항을 암살장소로 정했을까?  보통 공항에서 암살이나 테러를 하는 경우는 외부에 뭔가를 알리기 위해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가장 경계가 삼엄하고 CCTV가 도처에 있는 공항에서 그런 범행을 저지를 이유가 없다.  그럼 과연 암살의 배후가 이번 사건을 통해 전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게 뭐였을까?    

    4. VX의 입수는?
    암살에 사용된 물질이 VX가 맞는다면 어떻게 VX가 말레이시아까지 반입되게 되었는지가 큰 이슈가 될 것이다.  일부 발표된 거처럼 리정철이 화학전문가이고 몇 년에 걸쳐 재료와 도구를 입수했다면 사실 VX를 말레이시아 국내에서 제조하지 못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제조보다 보관과 시험이 중요한 VX의 특성상 아마도 금번에 사용된 VX는 말레이시아 국내에서 제조된 것이 아닌 북한에서 제작되고 시험된 것을 외교행낭 등의 비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반입 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김정남 사망 이후 북한이 끈임없이 사인이 심장마비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미 북한 내에서 실시한 생체 실험을 통해 이 물질을 사용하면 사인이 심장마비와 비슷해 보인 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라고 유추해 볼 수 있다.

    어찌됐든 말레이시아는 김정남의 암살을 떠나 이 끔찍한 물질의 출처와 반입경로를 철저히 수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 말레이시아 화학국 보고서 ⓒ말레이시아 경찰 홈페이지
    ▲ 말레이시아 화학국 보고서 ⓒ말레이시아 경찰 홈페이지
    앞으로 사건 진행 방향은?
    말레이 화학국에서 발표를 했지만 말레이시아는 사건 당사자국이기 때문에 더욱 객관적인 증거 검증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화학무기금지기구(OPCW/Organisation for the chemical weapons)를 통해 제3국 인증 실험실에서 시료를 재검증 하면 시료는 객관적인 증거로 국제적 인증을 받을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2000년에 OPCW에 가입한 국가이며 전세계 7개국에 OPCW  공인 실험실이 존재한다.  말레이시아 국내에 OPCW 공인 실험실이 2곳이 있지만 대한민국은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연관 국가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국제기구를 통해 VX가 암살에 사용이 되었다는 것이 검증이 된다면 아무리 소량을 특별한 대상을 암살하는데 사용했더라도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대량살상무기를 다중이용시설에서 사용한 북한을 국제 사회는 유엔에 제소해 더 강력한 제재를 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