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은의 비인간성·잔혹성 보고도 "北과 대화해야 한다"는 정치권·언론들
  • ▲ 말레이시아 일간지가 보도한 김정남 시신 사진. ⓒ말레이시아 뉴 스트레이트 타임스 1면 캡쳐
    ▲ 말레이시아 일간지가 보도한 김정남 시신 사진. ⓒ말레이시아 뉴 스트레이트 타임스 1면 캡쳐


    지난 13일 오전 9시(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40대 남성이 살해됐다. 여권에는 ‘김 철’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그는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었다. 김정남 암살 소식은 즉시 전 세계 언론에 보도됐고, 암살범과 배후가 누구인지에 이목에 쏠렸다.

    사건 발생 9일 뒤 말레이시아 경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이미 검거한 베트남 국적 여성과 인도네시아 국적 여성 외에 북한 국적 남성 7명이 암살에 연루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2명은 지금도 말레이시아에 머물고 있으며, 각각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과 고려항공 직원이라는 사실도 공개했다.

    이에 북한 당국은 지난 2월 17일 강 철 駐말레이시아 대사가 기자회견에서 했던 말과 똑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남조선 괴뢰도당과 짜고 북한을 음해하려는 것”이며 “죽은 사람은 김정남이 아닌 김 철이고, 심장마비로 자연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정남 암살을 수사한 말레이시아 정부뿐만 아니라 전 세계는 북한 김정은 집단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북한 정권의 지시로 해외에서 일어난 암살 사례가 유독 많기 때문이다.

    ‘진실’ 두려워하는 北정권의 선택 ‘암살’

    북한의 암살 공작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첫 사례는 1974년 8월 15일 故육영수 여사 암살 사건이다. 당시 북한은 일본의 종북 단체 ‘조총련’을 통해 재일교포 문세광을 포섭, 한국에 가서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라고 지시했다. 문세광은 박정희 대통령을 저격했지만 육영수 여사가 총에 맞아 숨졌다.

    북한은 1983년 10월에는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미얀마를 찾았을 때 대통령과 수행원을 암살하기 위해 '아웅산 테러'를 자행했다. 전두환 대통령은 교통 통제 문제로 조금 늦게 행사장에 도착, 무사했지만 행사를 준비 중이던 한국 고위관료 수십 명이 숨졌다.

    이후 한동안 조용한 듯하던 북한의 암살 시도는 1996년 해외에서 다시 일어났다. 1996년 10월 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최덕근 영사가 귀가 중 괴한의 칼에 맞아 숨졌다. 당시 한국 정부와 언론들은 북한의 소행으로 여겼지만, 북한은 이를 부인했다.

  • ▲ 1997년 2월 북한 공작원에게 이한영 씨가 암살당했을 당시 뉴스 화면. 이 씨는 숨지기 전 '간첩'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당시 MBC뉴스데스크 관련보도 화면캡쳐
    ▲ 1997년 2월 북한 공작원에게 이한영 씨가 암살당했을 당시 뉴스 화면. 이 씨는 숨지기 전 '간첩'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당시 MBC뉴스데스크 관련보도 화면캡쳐


    1997년 2월 25일에는 경기 성남시 분당에 살던 이한영 씨가 자택 앞에서 괴한의 총격으로 숨졌다. 당시 이한영 씨는 숨지기 전 ‘간첩’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수사 결과도 북한 공작원의 소행으로 결론이 났다. 이한영 씨는 김정일의 부인 성혜림 씨의 조카였다. 이 씨는 1982년 스위스를 거쳐 한국으로 귀순했고, 1996년 모친 성혜랑 씨가 한국에 온 뒤부터는 북한 김씨 일가를 철저히 비판하기 시작했다. 김씨 일가의 천박한 행태를 낱낱이 고발한 책도 펴냈다.

    북한 당국의 암살과 테러는 소위 ‘진보 정권’ 동안 잠잠한 듯 했다. 하지만 DJ·盧정권이 끝난 뒤인 2010년부터 다시 ‘암살 시도’가 반복됐다. 한국 공안기관들은 2010년 4월과 10월, 탈북자로 위장해 한국에 잠입한 北정찰총국 소속 암살요원 3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탈북자로 위장한 뒤 탈북자 단체에 숨어들어 암살을 저지르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8월에는 中단둥에서 대북선교활동을 하며 탈북자들을 돕던 故김창환 선교사가 괴한의 독침 공격을 받고 숨졌다. 하루 뒤에는 中연길에서 탈북자들을 돕던 강호빈 목사 또한 괴한의 독침 공격을 받았다.

    2011년 9월에는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를 암살하려던 탈북자 안 모 씨가 공안당국에 붙잡혔다. 1995년 탈북한 안 씨는 이후 북한과의 무역에 종사하면서 몽골을 오갔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北정찰총국 관계자에게 포섭돼 박상학 대표와 김덕홍 씨 등의 암살을 사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안 씨는 2012년 징역 4년을 선고받은 뒤 2016년 만기 출소해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례들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일부 사례일 뿐 실제 북한이 저지른 암살공작은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공안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보 전문가나 공안 전문가들은 세계 어떤 나라도 북한과 같이 빈번하게 해외에서 암살을 벌이는 집단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북한의 이런 행태를 보고서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자칭 진보세력’이라는 이들이다. ‘자칭 진보세력’은 북한 정권이 해외에서 저지른 각종 암살, 납치 테러 등은 부정하면서, 미국이나 유럽 등 서방국가의 ‘암살 공작’에 대해서는 부풀려 떠들면서 비난한다.

    “당선되면 개성공단 재개 노력한다”는 야당 대선후보들

    ‘자칭 진보세력’은 국민들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있기에 그나마 큰 걱정이 안 된다. 문제는 대선후보 가운데서도 위험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문재인 前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16년 3월 이후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로 유엔과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김정은 집단에 매우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 ▲ 2017년 2월 현재 대선주자 가운데 문재인 前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개성공단 뿐만 아니라 금강산 관광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 2017년 2월 현재 대선주자 가운데 문재인 前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개성공단 뿐만 아니라 금강산 관광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문재인 前대표는 지난 1월 13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핵문제와 개성공단 문제는 별개로 봐야 한다”며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북한과 일체 대화도 않고 교류도 다 끊겠다는 자세는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월 15일에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북관계에 있어 ‘지렛대’가 되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것이 한국에 도움이 된다”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모두 재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前대표의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주장은 이후로도 국내 주요언론을 통해 계속 나왔다. 그의 생각은 2016년 12월 16일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도 나타났다. 당시 문재인 前대표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당선되면 미국이 아니라 북한부터 먼저 가겠다”고 말했다.

    이 내용이 ‘중앙일보’ 인터넷판을 통해 알려지자 정치권은 술렁였다. 북한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며, 한국을 위협하고,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돼 세계정세가 격변하는 가운데 동맹강화가 아니라 적과의 대화부터 나서겠다는 주장에 많은 이들이 경악했다.

    문재인 前대표는 2017년 2월 10일 중앙일보 계열 방송 JTBC의 ‘썰전’에 출연해서는 “당선되면 무조건 북한부터 가겠다는 게 아니라 국익을 위해서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를 믿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김정남 암살이 북한의 소행임이 드러난 뒤 문재인 前대표는 북한 측을 강력히 비판했지만, 그렇다고 ‘남북교류 재개’ 방침을 철회했다는 소식은 나오지 않았다.

    현재 문재인 前대표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 또한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안희정 지사의 구상은 2018년 강원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삼아 남북이 ‘평화통일 경제특별구역’을 만들고, 이를 통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 개성공단도 다시 문을 열게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남해에 ‘남북공동어로수역’을 조성한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었다.

    안희정 지사는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에 따라 대화를 하면서 태도를 바꾼다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있다”고 전재했다. 하지만 북한의 태도 변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그의 제안 또한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는 평가가 많다.

    안희정 지사뿐만이 아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前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도 ‘개성공단 조건부 재개’를 대선 공약이라고 내걸었다. 이들의 눈에는 국제정세는 보이지 않고, ‘목소리 큰, 자칭 진보진영’의 표만이 보이는 듯 했다.

  • ▲ 대선주자로 꼽히는 안희정 충남지사는 '조건부 개성공단 재개'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뉴데일리 DB
    ▲ 대선주자로 꼽히는 안희정 충남지사는 '조건부 개성공단 재개'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뉴데일리 DB


    이런 대선후보들보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언론들이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의 필요성을 몇 년 째 계속 반복해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백 수천 개의 언론이 신문지상, 방송, 인터넷을 통해 “한국 기업을 살리기 위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다보니, 국민들 또한 “남북교류 재개의 선결조건이 북한 김정은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라는 문제점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 고모부에 이어 이복형까지 암살하는 김정은이 한국 정부에게 어떤 것을 요구할지 아무 생각도 않는 것은 세상에서 한국 정치인들과 언론들뿐인 듯하다.

    북한의 ‘김정남 암살’이 가져다 준 순기능(?)

    김정남의 암살로 전 세계는 북한 김정은 집단이 얼마나 비상식적이고 비인간적인지를 알게 됐다. 이와 함께 김정남 암살을 “한국 보수세력이 배후”라고 ‘음모론’을 편 中공산당의 ‘소시오 패스’ 같은 태도도 드러났다.

    김정남 암살이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난 2월 15일, 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해외 SNS판 ‘샤커다오(협객도)’는 ‘누가 김정남을 죽였나’라는 글을 통해 의혹을 제기했다.

    ‘샤커다오’는 3월 한미연합훈련 실시,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트럼프 정부 출범 등을 거론한 뒤 “사건 수법이나 방법, 개연성으로 볼 때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면서도 “하지만 북한 내에 김정남의 지지 기반이 거의 없고, 북한 내부정세에 변화가 생겨도 그가 권력을 쥘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암살을 했다면 부정적인 영향만 있고 국제정세만 나빠지는 등 이익이 전혀 없어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샤커다오’는 김정남 암살을 한국 언론이 가장 먼저 보도한 점, 한국 언론들이 모두 암살 배후로 북한 김정은을 지목한 것이 ‘괴이’하다면서 “김정남 피살로 가장 이득을 보는 것은 한국 보수파(우파) 인사들로, 한국의 소행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샤커다오’는 “김정남 암살이 북한 소행임이 드러나면, 동북아 정세의 전환점이 되고 결국 한국이 가장 많은 이득을 볼 것”이라며 ‘음모론’을 이어갔다. 이런 글이 나온 직후인 15일 오후부터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김정남 암살의 배후가 한국 아니냐”는 음모론과 함께 혐한 여론이 비등해졌다.

  • ▲ 소위 '진보성향'으로 알려진,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는 "박근혜 쪽이 김정남을 암살했다"는 음모론이 지난 2월 15일부터 올라왔다. ⓒ'오늘의 유머' 관련글 캡쳐
    ▲ 소위 '진보성향'으로 알려진,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는 "박근혜 쪽이 김정남을 암살했다"는 음모론이 지난 2월 15일부터 올라왔다. ⓒ'오늘의 유머' 관련글 캡쳐


    같은 날 한국 내 좌익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번 김정남 암살의 배후세력이 박근혜 대통령 주변 세력 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주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음모론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 측은 탄핵 정국을 뒤집고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이재용 부회장은 법정 구속과 처벌을 피하기 위해 암살을 사주했다는 내용이었다.

    김정남 암살에 계속 침묵하던 북한 김정은 집단은 2월 17일 강 철 駐말레이시아 대사가 갑자기 기자회견을 열어 김정남의 시신 인도 요구를 거부한 말레이시아 정부를 비난했다. 이어 2월 20일에는 “사망한 북조선 사람은 김정남이 아니라 ‘김 철’이며 심장마비로 자연사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북조선 국민의 사망은 남조선과 말레이시아의 음모”라는 주장을 폈다.

    북한은 2월 23일에는 선전매체를 통해 ‘조선법률가협회’라는 유령단체의 담화라며 “외교관 여권을 가진 북조선 국민의 사망은 남조선과 미국의 음모”라고 거듭 주장했다.

    김정남 암살과 관련해 中공산당이 먼저 ‘음모론’의 운을 띄우고, 이어 한국 내 좌익 진영이 응답을 한 뒤 다시 북한이 나서 ‘음모론’을 주장하는 모습은 이들의 실체를 알 수 있게 해준다.

    김정남 암살로 드러난 한국의 적과 아군

    김정남 암살이 일어나기 전인 지난 2월 10일(현지시간) 美하원에서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테드 포 美하원의원(공화당)은 “작은 김씨(김정은)의 위협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다. 실패한 외교 전략으로 미국을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다”며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강력히 촉구했다고 한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지난 2월 16일에야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김정남 암살과 같은 ‘테러’가 美정치권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美정부는 김정남 암살 이후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뿐만 아니라 美정치권 전반에서는 북한이 동북아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와 미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데에는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김정남 암살이 알려진 직후부터 가장 빠르고 정확한 소식들을 보도해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1970년대부터 동남아시아에 투자한 ‘인프라’가 빛을 발한 것이다. 특히 日후지TV가 유튜브에 공개한, 김정남 암살을 전후로 한 CCTV 영상은 전 세계가 인용할 정도로 주목받았다. 또한 日언론들의 보도는 북한 김정은 집단의 비윤리적이고 잔혹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 ▲ 김정남 암살 이후 쿠알라룸푸르 공항 내 CCTV 영상은 대부분 일본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사진은 피습 직후 공항직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김정남. ⓒ유튜브 관련영상 캡쳐
    ▲ 김정남 암살 이후 쿠알라룸푸르 공항 내 CCTV 영상은 대부분 일본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사진은 피습 직후 공항직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김정남. ⓒ유튜브 관련영상 캡쳐


    반면 러시아는 관영 ‘스푸트니크 뉴스’ 등을 통해 김정남 암살 관련 사실과 말레이시아 정부의 공식 발표, 북한의 반응 등을 신속하게 전하며, 사태의 추이를 관찰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과 中공산당의 편을 일방적으로 들거나 한국을 비난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처럼 한반도 문제와 관련이 있는 나라들의 반응을 종합해 보면, 한국이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통일을 이루고, 지역 평화에 이바지하기 위해서 나아가야 할 길이 보인다. 바로 미국과의 강력한 동맹 관계 위에 일본이 가진 정보력 등의 도움을 얻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강력하지 않으면 일본은 한국을 짓누르거나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러시아와는 상호협력을 통해 ‘중립’을 지키도록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에 있어 직접 개입보다는 주변국과 한반도 당사국 간의 갈등과 협력 사이에서 나오는 부수적 효과를 통해 이익을 얻고자 한다. 따라서 러시아에게는 “한국 주도의 통일을 통해서 러시아가 얼마나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득해야 할 것이다.

    국내 ‘자칭 진보진영’이 추종하듯 보이는 북한과 中공산당은 이번 김정남 암살로 한국의 ‘적’이라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북한 김정은 집단이 저지른 암살 공작을 한국에게 뒤집어  씌우려 하고, 말레이시아 정부의 공식발표 이후에는 관련 내용이 자국 내에서 보도되지 못하도록 언론을 통제한 中공산당의 경우 이번 일로 한국을 지배하려는 야욕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3대 세습을 해가며 한국을 적화하려는 북한 김정은 집단과 이들을 감싸며 한국의 내정에까지 간섭하려는 中공산당의 야욕을 막기 위해서는 김정남 암살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