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참여 외국인 여성 2명 외 北남성 8명…현광성 2등 서기관, 김욱일 고려항공 직원
  • 말레이시아 경찰은 22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김정남 암살의 배후에 북한이 있음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더 스타 온라인' 관련보도 화면캡쳐
    ▲ 말레이시아 경찰은 22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김정남 암살의 배후에 북한이 있음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더 스타 온라인' 관련보도 화면캡쳐


    김정남 암살이 9일 만에 북한의 공작에 따른 범행임이 드러났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22일(현지시간) 수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김정남 암살의 전모(全貌)를 공개했다.

    이날 브리핑은 탄 스리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총장이 직접 맡았다.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결과에 따르면, 김정남의 암살에는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과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가 직접 실행을 하고, 이를 기획하고 지원한 데에는 북한 남성 8명이 연루돼 있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북한 남성 가운데 4명은 이미 북한 평양에 도착한 것으로 보이고, 아직 말레이시아에 머물고 있는 사람은 현광성(44세)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과 김욱일(37세) 고려항공 직원이라고 밝혔다. ‘리지우’로 추정되는 북한 남성도 앞서 2명과 함께 추적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말레이시아 경찰에 붙잡힌 리정철까지 포함하면 10명이 김정남 암살에 연루됐다는 것이다.

    현지 매체 ‘더 스타 온라인’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경찰이 밝힌 김정남 암살의 전모는 이렇다.

    암살에 가담한 여성 2명은 지난 13일 오전 9시경(현지시간) 김정남이 혼자서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나타난 것을 확인한 뒤 그에게 몰래 다가가 손에 묻힌 독극물을 얼굴에 바르고, 천으로 감쌌다.

    약 2초 동안의 ‘암살’ 이후 이들은 지휘를 하던 북한 남성에게 통증을 호소했고, 북한 남성은 “즉시 손을 씻으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여성 2명은 화장실로 가서 손을 씻었지만 통증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고 한다.

    암살을 실행한 외국인 여성 2명은 북한 남성에게서 건네받은 ‘화학물질’을 김정남의 얼굴에 발랐다고 한다. 이들은 “몰래카메라 촬영인 줄 알았다”거나 “TV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으로 알았다”는 당초 진술과 달리 “김정남을 암살한다”는 북한 측의 공작 내용도 미리 알고 참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여성들은 북한 남성에게 건네받은 ‘화학물질’이 어떤 독극물인지는 알지 못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말레이시아 경찰은 외국인 여성들이 김정남 암살에 사용할 화학물질이 매우 위험한 독극물임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공항 CCTV를 보면, 여성들이 독극물을 묻힌 뒤에는 손을 들고 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고, 김정남을 암살한 뒤 손을 그대로 해 즉시 화장실로 가서 손을 씻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이렇게 김정남의 암살 수법을 알아낸 말레이시아 경찰은 주변 CCTV를 비롯해 증거를 수집, 추적을 해가면서, 현지 주재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과 고려항공 직원이 암살에 가담했다는 증거를 찾아냈다고 한다.

  • 日후지TV가 입수해 공개한, 피습 직후 공항 경비원에게 사건을 설명하는 김정남의 모습. ⓒ日후지TV 공개영상 캡쳐
    ▲ 日후지TV가 입수해 공개한, 피습 직후 공항 경비원에게 사건을 설명하는 김정남의 모습. ⓒ日후지TV 공개영상 캡쳐


    ‘더 스타 온라인’에 따르면, 탄 스리 칼리드 아부 바카르 경찰총장은 김정남 암살과 관련해 지금도 말레이시아에 남아 있는 현광성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과 김욱일 고려항공 직원의 검거에 협조할 것을 촉구하면서 “우리는 이들이 김정남 암살에 연루돼 있음을 증명하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탄 스리 칼리드 아부 바카르 경찰총장은 또한 “만약 북한 측이 (김정남 암살 사건) 수사와 관련해 말레이시아에 있는 두 사람의 검거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곤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더 스타 온라인’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경찰은 강 철 駐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가 주장한 ‘공동수사’에 대해서도 “사건이 말레이시아에서 일어난 만큼 수사는 전적으로 우리 사법권 범위에 있다”며 공동수사를 공식적으로 거부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 경찰의 22일 수사결과 브리핑 이후 언론의 시선은 지난 21일 말레이시아 보건부가 했던 브리핑으로 다시 옮겨가고 있다.

    지난 21일 말레이시아 보건부 누르 히삼 압둘라 국장은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에서 김정남의 시신 부검에 대한 브리핑을 갖고 “아직 정확한 사망원인은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누르 히삼 압둘라 국장은 “시신 부검은 경찰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가운데 법의학자, 병리학 전문가, 방사선 전문의, 치의학자가 진행했으며, 전신 컴퓨터 단층촬영, 내외부 부검, 법의하적 치과 검사를 했으며, 모든 과정은 국제적 기준에 따라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누르 히삼 압둘라 국장은 “사망원인이 심장마비라는 증거도 없고, 외상이나 주사바늘 자국도 없었다”면서 독극물에 의한 사망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확한 사인(死因)을 알아낼 수 있는 전문가들에게 표본을 보냈다”고 답했다.

  • 말레이시아 경찰이 22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공개한, 김정남 암살 연루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의 사진.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말레이시아 경찰이 22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공개한, 김정남 암살 연루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의 사진.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편 지난 21일과 22일 말레이시아 당국의 브리핑에서는 특이한 점도 있었다. 사망한 김정남을 여권에 표기된 대로 ‘김 철’이라고 계속 불렀다는 점이다.

    이는 강 철 駐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가 사망한 사람을 가리켜 “김정남이 아니라 김 철이며, 조선 국민”이라고 주장한 것과도 일정 부분 같다보니 외신들은 “말레이시아가 북한과의 외교적 관계와 국제사회의 여론 사이에서 객관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