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희성 신임 사장과 요엘 레비(Yoel Levi) 음악감독이 KBS교향악단을 세계적인 수준의 오케스트라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스페인 기타리스트 라파엘 아귀레의 연주를 시작으로 박희성 KBS교향악단 사장, 요엘 레비 음악감독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루마니아 출신의 요엘 레비 음악감독은 그동안 단 한 차례도 악보를 들고 무대에 오른 적이 없을 만큼 음악적 능력이 탁월하다. 깔끔한 곡 해석과 젠틀한 무대 매너로 "KBS교향악단의 제2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날 레비 감독은 "지난해 9월 유럽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열린 '브루크너 페스티벌' 개회식 연주를 맡기도 했다. 한국 최초로 단 2주 만에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를 소화하는 등 3년간 많은 일들을 해냈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신뢰 회복이 가장 큰 성과였다"고 말했다.

    KBS교향악단은 2013년 재단법인화 과정에서 전 음악감독과 단원들의 극심한 갈등으로 침체기를 겪었다. 2014년 1월 1일 KBS교향악단의 음악감독으로 부임한 요엘 레비는 올해까지 4년 임기를 보장받았으며, 최근 2년 연장 계약을 하면서 2019년 12월 31일까지 총 6년간 활동하게 된다.

    그는 "3년 전 취임했을 때 오케스트라 상황이 순조롭지 않았다. 당시 오케스트라의 음악적 방향성을 수립하고 대중과 미디어의 신뢰를 얻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처음에는 KBS교향악단에 대한 신뢰와 응원하는 분위기가 없었지만, 지금은 어느 곳을 가도 환영해준다. 단원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KBS교향악단을 한국을 대표하고 국민이 자랑스러워하는 오케스트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앞으로 레퍼토리를 확장할 계획이다. 올해 처음 시도하는데 오페라 '토스카'를 콘서트 버전으로 무대에 올리려고 한다. 매년 새로운 레퍼토리를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 요엘 레비는 세이지 오자와 등을 배출한 명망 있는 브장송 국제 젊은 지휘자 콩쿠르의 1978년도 우승자다. 이후 거장 로린 마젤의 부지휘자이자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상주 지휘자로 6년간 활동했다. 1988년부터는 애틀랜타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자리를 옮겨 2000년까지 12년 동안 이 오케스트라의 명성을 단숨에 끌어올렸다.

    레비 감독은 일부 서울시향과의 비교에 대해 "개인적으로 서울시향과 비교할 수 있는 잣대가 없다. 서울시향 연주는 한번 밖에 들어본 적이 없다. 궁극적으로 비교나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오직 KBS에 집중하고 있고, 악단의 우수함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시향은 음악감독이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 초빙해 연주를 이어가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방향성이나 그들만의 소울을 잃었다고 생각한다"며 "오케스트라의 방향을 정립하고 존재감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KBS교향악단은 후원금을 불투명하게 운용한 의혹으로 고세진 전 사장이 지난해 12월 31일 사임하면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올해 1월 13일자로 부임한 박희성(60) 신임 사장은 편성본부 저작권팀장, 시청자본부 광고국장, KBS N 사장, 한국방송공사 시청자본부 등을 지냈다.

    박 사장은 "KBS에 30년 가까이 있었다. 어깨가 무겁고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재단법인의 취지에 맞게 재정의 안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변화와 혁신을 통해 우리나라 최정상 교향악단으로 자리매김하고 나아가 세계적인 악단으로 성장할 수 있게 집중하겠다"며 포부를 전했다.

    또, 전 사장의 후원금 횡령 의혹과  KBS 소속이던 단원들의 전적에 대해 "전임사장 횡령 문제는 이사회에서 논의는 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결과는 전달받지 못했다. 원리원칙대로 처리할 것"이라며 "단원들 전적은 마무리됐다. 부족한 단원은 공개 오디션을 통해 채용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사진=KBS교향악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