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안희정과 본선서 붙으면 "얼마나 좋겠느냐"면서도…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16일 오전 충남도청을 찾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당시 도청에 있던 안희정 충남도지사와는 만남이 이뤄지지 않았다. ⓒ홍성(충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16일 오전 충남도청을 찾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당시 도청에 있던 안희정 충남도지사와는 만남이 이뤄지지 않았다. ⓒ홍성(충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순흥 안 씨 집안에서 나온 두 유력 대권주자의 만남이 불발됐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16일 충남 지역기자들과의 간담회를 위해 홍성 내포신도시에 위치한 충남도청 5층 브리핑실을 찾았다. 같은 층에는 공교롭게도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집무실도 있다.

    두 사람은 자타가 공인하는 유력 대권주자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의 차기 대선 다자 지지도 조사를 살피면, 안희정 지사는 19.3%를 얻었으며 안철수 전 대표도 8.6%를 기록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국민의당 경선 후보 중 지지율 선두이며,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인 안희정 지사도 지지율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두 사람 간의 본선 대결도 가능성이 없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리얼미터에서는 이날 발표한 조사에서 안희정~안철수~황교안 간의 3자 대결을 가상한 여론조사도 포함시켰다. 이에 따르면, 본선 3자 대결시 안희정 지사는 49%,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은 24%, 안철수 전 대표는 18%를 각각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두 유력 대권주자가 만나 인사를 나눴다면 국민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여건이었다.

    안희정 지사는 이날 외부 일정 없이 오전 9시에 집무실에서 실·국장 회의를 열었고, 10시에는 접견실에서 금산인삼엑스포 조직위원장 위촉식을 가졌다. 기자간담회를 10분 앞둔 9시 50분 무렵 도청에 도착한 안철수 전 대표를 잠시 나와서 맞이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하지만 두 사람 간의 만남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안철수 전 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대로 기자간담회만 마치고 도청을 떠났다. 안철수 전 대표가 도청에 들어왔다가 떠날 때까지 안희정 지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안철수 전 대표는 5층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안희정 지사의 집무실 앞을 두 차례 오갔을 뿐, 집무실 주인과의 만남은 끝내 불발됐다.

    이에 대해서는 다소 의외라는 말이 나온다.

    안철수 전 대표는 원내 39석의 의석을 가진 제3원내교섭단체의 지도급 인사다. 안희정 지사는 국회와 예산·정책을 협의해야 할 광역단체장이다. 만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뿐더러, 통상 만나는 게 관례다.

    일례로 안철수 전 대표가 이번 호남~충청권 3박 4일 일정 중, 지난 14일 전북 전주를 찾았을 때에는, 민주당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당적이 다른데도 도청에서 도보 5분 거리인 KBS전주방송총국까지 직접 찾아가 인사를 건넸다.

  • 지난 14일 KBS전주방송총국을 찾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에게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찾아와 인사를 건넨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주(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지난 14일 KBS전주방송총국을 찾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에게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찾아와 인사를 건넨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주(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전날 대전 방문 때도 마찬가지였다. 권선택 대전광역시장 역시 민주당인데도, 기자간담회가 열리는 시의회청사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안철수 전 대표를 영접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안철수 전 대표와 안희정 지사의 만남이 불발된 것은 이례적이다. 여러 정치적 해석이 분분히 쏟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권주자 간의 신경전으로 보는 견해부터, 지금 서로 만나봤자 피차 간에 좋을 것이 없다는 상호 묵시합의설, 경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안희정 지사의 '자제설' 등 여러 견해가 나온다. 정작 충남도 관계자는 두 사람 간의 만남이 "예정에 없다"는 입장만 밝혔다.

    안철수 전 대표도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도청을 떠나면서, 안희정 지사와의 만남 불발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평소 자주 뵙는 분"이라며 "다음 기회에 보겠다"고 말했다.

    만남 불발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지만,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안희정 지사와 관련한 질문이 쏟아진 것에 대해 내심으로는 당혹스러웠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안철수 전 대표는 안희정 지사에 관한 질문이 거듭되자 "사실상 같은 질문이 여러 번 반복된다"며 웃기도 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안희정 지사를 향해서는 일면 우호적이기도, 일면 부정적이기도 한 평가를 엇갈려내렸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스탠스를 유지한 것이다.

    안희정 지사의 '중도 전략'에 대한 평가를 부탁받자, 안철수 전 대표는 "중도층 공략은 정치권에서 유권자를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표현이 아니냐"며 "자기가 스스로 믿는, 나라를 살리기 위해 최선이라 믿는 방법을 솔직하게 밝히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게 정당 활동의 목표이고 선거의 목표"라고 평했다.

    일견 친노(親盧)인데도 민주당 경선 전략상 중도 스탠스를 취하며 중도층 공략에 나서고 있는 안희정 지사에게 일침을 가하는 듯한 답변으로 읽힌다.

    반면 또다른 질문에서는 "안희정 지사는 정말 좋은 정치인이고 관계도 좋다"며, 같은 순흥 안 씨인 점까지 가리켜 "같은 친척이기도 하다"고 친근감을 표현했다. 대권 본선에서의 대결을 가상한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미래를 바라보면서 서로 경쟁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또, 안희정 지사가 민주당 경선에서 '재인산성'을 넘기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은 유지했다. 이 '예언'대로라면 스스로 "얼마나 좋겠느냐"고 표현했던 자신과 안희정 지사 간의 본선 대결이 이뤄질 일은 없게 된다.

    안철수 전 대표는 안희정 지사가 민주당 경선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한 것과 관련해 "국민 전체의 민심과 정당 내에서의 경선 결과가 꼭 같지가 않다"며 "정치부 기자라면 다 알텐데, 그런 것에 대한 우려와 예상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