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실내소탕(CQB)에 대한 단상

현대 소부대 전술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CQB(Close Quarters Battle/실내소탕)는 가장 뜨거운 화두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점점 실내소탕은 가장 중요한 전술활동 중에 하나가 되었고 전술사격은 실내소탕을 하기 위해 진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세계 모든 대테러부대와 사법기관에서는 작전을 성공하면서도 아군의 피해를 줄이는 실내소탕 방식을 연구 개발하고 있고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어떤 전술행동을 하기 전에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왜 하는지?"이다.  이런 고찰 없이 전술행동을 하면 자신은 물론 팀 전체를 위험에 빠트리기 쉽다.  "그럼 CQB는 왜 하는 것일까?"  CQB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작전의 목표나 과정에서 실내소탕 상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주변을 둘러보자.  수많은 인공구조물(각종 집과 회사 등 건물)들이 오늘도 세워지고 있고 인간은 이제 산이나 들과 같은 자연 대신 도시에서 더 많은 생활을 하고 있다.  즉 인공구조물에서 생활하는 게 더 편하고 전쟁과 같은 전술상황이 발생해도 인공구조물에서 전술활동을 할 경우가 과거에 비해 더 크게 늘어났다. 

인공구조물들은 선진국뿐만 아니라 북한을 포함한 후진국에서도 지금 이 순간에도 지어지고 있다.  더욱이 높은 가치를 가진 고부가가치 표적(HVT / High Value Targets) 잘 방어된 인공구조물에 의지해 자신의 목숨을 지키고 전술활동을 하려고 한다.  그럼 그 표적들을 무력화 시키기 위해선 아군도 당연히 인공구조물에 들어가 실내교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실내교전의 전술적 가치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대테러 상황 역시 마찬가지이다.  최근 일어난 모든 테러사건은 90% 이상 도심지에서 일어났다.  물론 해상에서도 일어났지만 배라는 인공구조물에서 일어난 사건이 100%이다.  따라서 서방세계 국가들은 대테러부대와 HVT 제거 전문 부대는 물론 일반 보병들에게 조차 점차 실내소탕 기법을 교육 시키고 있다. 

“실내소탕은 인간이 팀을 이뤄서 서서 하는 전술 중에 가장 복잡하고도 예술적인 행동”이라고 한다.  즉 실내소탕을 하기 위해선 선행되어야 하는 것들이 많다.  

먼저 자신의 화기에 대해서 마스터를 해야 한다.  만약 자신의 부대가 이동 간 사격이나 팀이동 사격을 하지 않는다면 미안하지만 그 부대나 그 부대 소속 대원들은 아직 실내소탕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총기 안전 조치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실내소탕은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고 위험한 순간들이 많다.  실내소탕을 하기 위해선 완벽한 총기안전이 되어 있고 이동간 사격이나 팀 전술사격이 끝난 인원들만 실내소탕을 할 수 있다.

가끔 총기안전이나 전술사격이 마스터 되지 않은 인원이나 부대가 실내소탕을 하는 모습을 목격 할 수 있다.  기본을 이해하지 못한 그들은 실내소탕을 흉내 낼 뿐 실전에서 쓸 수 있는 실내소탕은 할 수 없다는 게 필자의 의견이다.    

실내소탕에는 많은 요소가 존재한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위협순위’와 ‘우선순위’이다.  위협순위는 이미 실내소탕 교육에서 마스터 되어야 한다.  그 어떤 부대도 위협순위 위반이나 안전수칙 위반을 한 대원들은 코스를 이수하지 못한다.  위협순위는 간단히 말해 대원이나 팀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인공구조물 내에 위험 순위이다.  간단히 살펴보면 적, 미식별자, 문, 사각 등이 있을 수 있다.  위험순위를 알고 처리하는 것은 실내소탕의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위험순위에 대해 확립이 되었다면 우선순위에 대해 알아야 한다.  우선순위에 따라 전술이 바뀌고 속도가 바뀐다.  우선순위란 전술행동을 함에 있어서 누가 우선순위인가? 이다.  쉽게 예를 들어보면 범인이 단독으로 인공구조물에 들어가 있고 포위망을 형성했다면 우선순위는 대원의 안전이 최우선이 된다.  우선순위에서 대원들의 안전이 최우선이 되었다면 시간에 상관없이 대원들의 안전이 확보된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하면 된다.(시간은 우리편이다.) 하지만 범인이 단독이 아니라 인질을 데리고 있다면 우선순위가 바뀌어 인질의 안전이 1순위가 된다.  그럼 전술행동의 속도나 전개도 바뀌게 된다.  군사작전 역시 마찬가지이다.  HVT제거 작전이나 인질구조 작전 그리고 VBSS 작전은 다 다른 우선순위와 진행속도로 진행된다.

만약 당신의 부대가 한 가지 방식이나 한 가지 속도로 실내소탕 훈련을 한다면 당신 부대에는 우선순위가 없는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가끔 너무 복잡한 작전행동절차(SOP)를 가지고 있는 부대들을 볼 수 있다.  이런 부대들의 공통점들은 실전을 많이 하지 않은 부대들이라는 점이다.  문을 어떻게 열지 문잡이가 누구인지 진입순서 등은 그야말로 기본적인 알파벳이다.  부대가 자주 처하는 전술상황에 맞춰 기본 SOP를 갖췄다면 그거 이상으로 힘을 뺄 필요가 없다.  너무 복잡한 기술은 실전에서 써먹기 힘들다는 무술의 기본적인 이론은 실내소탕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기술적인 면 보다는 원리를 중시해야 실전적인 실내소탕을 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 된 것들이 모두 선행이 되었다면 팀을 위한 스탠더드를 만들어야 한다.  즉 내 등 뒤를 어떤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맞길 수 있는지를 정하는 절차이다.  실내소탕의 또 다른 성공 요소는 팀원 간의 상호 신뢰이다.  팀원들은 각자 자신의 섹터를 책임지고 팀의 빈 공간을 센스 있게 채워주면 된다.  하지만 상호 신뢰를 할 수 없다면 자신의 섹터를 책임지지 못하고 360도 경계가 무너지게 된다.  

팀장 역시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해선 매우 중요한 존재이다.  팀장은 전술행동보다 전술결정을 하는 사람이다.  즉 슈터가 아니라 슈터들을 컨트롤해야 하는 사람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슈터가 되기도 하지만 팀장은 큰 그림을 보고 팀의 방향을 정하고 전술행동의 주요 갈림길에서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가끔 팀장이 너무 세세한 것을 결정해 팀장의 결정에 따라 모든 전술행동을 하는 팀들을 볼 수 있다.  이런 팀은 좋은 팀이 아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 실전 경험도 없다.  실전 경험이 많고 좋은 팀은 팀장이 중요한 때 말고 특별히 할 일이 없다.  이유는 대원들이 다 알아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팀장이 너무 나서는 것도 팀원들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세계 모든 Tier1급 부대들의 공통점은 부단한 반복 숙달 및 연구이다.  실내소탕은 팀전술이다.  따라서 모든 팀전술이나 스포츠가 그렇듯 반복 숙달 및 연구는 필수적이다.  국가대표 축구팀과 국가대테러부대 전술팀의 차이는 하나는 공을 차고 하나는 전술장비를 사용한다는 차이 정도이다.  둘 다 개인훈련, 팀훈련, 반복 및 연구가 매일 계속된다.  만약 이런 반복과 숙달이 없다면 성공적인 실내소탕을 할 수가 없다.  

실내소탕에는 슈퍼맨팀은 있어도 슈퍼맨은 없다. 

연구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간혹 20년 전 전술을 아직도 굳게 믿고 있는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다.  그는 아마도 20년 전에 배우고 그 이후 그 전술을 실제로 써본 적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물론 기본 원리는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전술상황, 전술장비, 적의 대응에 따라 전술은 변할 수밖에 없다.  월남전 당시 네이비씰이었던 한 교관은 이런 말을 했다.  “나보고 지금 네이비씰을 하라고 했으면 못했을 거야.  난 공부는 젬벵이거든.”  

전술은 숨쉬기랑 틀리다.  한번 배웠다고 끝까지 써먹을 수 없을뿐더러 꾸준히 훈련하고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