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대박' '우주의 기운' 발언은 최순실 아이디어?최순실 재산이 10조가 넘고, '영험한 무당'이라는데

  • 새해 벽두부터 한국판 '매카시 광풍'이 정치·언론계를 휘몰아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발발한 이후 '여론 재판'으로 특정 인사들의 유죄 여부가 가려지는 '공포정치'가 자행되는 모습이다. 정치권과 언론이 누군가의 행위를 문제 삼으면 일반 시민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돌팔매질을 하는 식이다. 이때 언론은 여론몰이의 불쏘시개가 되기도 하지만 때론 직접 심판의 칼자루를 휘두르는 판관(判官)의 모습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언론을 '단두대' 위에 올리려는 이들은 찾기 힘들다. 말 그대로 무소불위(無所不爲), 정점(頂點)의 권력을 틀어 쥔 셈이다. 옆에서 "저자가 최순실 부역자다"라고 외치면 그 날로 기자들이 끌어다 목을 친다. 혐의가 있고 없고는 둘째 문제. 척결 대상이 여론을 환기시킬 수 있는 인물인지, 아니면 방해가 되는 인물인지만 따진다. 조갑제 조갑제닷컴대표는 이를 '언론의 난(亂)'이라 부르고 있다. '국민의 알권리'를 앞세워 여론을 호도하고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대표적 오보 사례를 추려봤다.

    1. '촛불집회 100만 시민 운집'은 과장 보도

    지난해 11월 12일 밤 광화문광장-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린 '촛불 집회(민중총궐기)'에 주최 측 추산으로 100만명이 운집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보도전문채널인 YTN과 통신사인 연합뉴스, 기타 주요 방송사와 종편사들도 일제히 "서울 도심에 100만명의 인파가 모여 들었다"면서 2000년대 들어 최대 규모의 시위가 서울 중심가에서 열렸다고 타전했다.

    이는 주최 측이 각 단체에서 통보한 참가 인원을 합산하고, 중간에 개인적으로 합류하거나 돌아간 것으로 추정되는 인원까지 모두 더해 계산한 '참가자 수'를 언론에서 곧이곧대로 보도했기 때문.

    그런데 경찰에서 집계한 참가 인원수는 좀 달랐다. 경찰은 이날 집회에 약 26만명이 모인 것으로 집계했다. 이는 주최 측이 밝힌 규모의 1/4 가량에 불과한 수치. 이같은 차이는 경찰은 매 시간마다 현장에 집결한 '순간 최대 인원'을 카운트하는 방식으로 참가 인원을 집계하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변동사항을 반영하지 않는 '누계'를 적용하는 주최 측의 방법보다는, 현장에 모인 인파를 실시간으로 카운트하는 경찰의 방식이 훨씬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2. 브라질 대문호가 사용한 표현을 '무속신앙'으로 왜곡 보도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정부가 제작한 공식 달력에 '오방색'이 들어간 사실 등을 언급하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대통령이 어린이들에게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고 했는데 이걸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느냐"고 물었다. 사실상 박 대통령이 샤머니즘을 신봉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재정 의원의 주장을 전후로 언론들은 샤머니즘 의혹을 제기하며 청와대를 몰아붙였다.

    그러나 이 발언은 브라질의 문호,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의 소설 '연금술사'에서 인용한 말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5년 4월 25일 브라질 순방 중 열린 비즈니스포럼 인사말에서 '연금술사'의 한 구절을 인용, "양국의 경제인 여러분, 브라질의 문호 파울로 코엘료는 연금술사라는 소설에서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고 했다. 미래를 함께 할 진실된 아미고(Amigo·친구)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3. '통일대박'이 최순실 아이디어라니‥

    앞서 SBS는 "검찰은 '통일 대박'이란 표현이 비선 실세 최순실의 아이디어인 것으로 잠정 결론내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SBS 측은 "대통령 연설문 등을 사전에 받아보던 최씨가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딱딱한 말이 아닌 젊은 사람들이 쓰는 단어로 고쳐줬는데, 통일 대박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말은 2013년 6월 20일 제16기 민주평통 간부위원 간담회에서 처음 나온 것으로, 최순실과는 관계가 없는 말이다.

    당시 한 참석자가 "신창민 교수가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고 미국에서 통일은 대박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다니는 데 반응이 좋다"고 말하자 박근혜 대통령이 "아,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맞받았고, 5개월 후 2013년 11월 26일 민주평통 상임위원과의 대화에서도 대통령이 "통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은 것 중에 그 말(통일 대박)이 굉장히 머리에 와 닿았다"고 언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4. '최순실 아들, 청와대 근무설'은 소설

    지난해 한 시사지는 "최순실의 아들이 청와대에서 근무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며 "최씨가 첫 번째 남편과의 결혼 생활 중 낳은 아들 김 모씨가 박근혜 정부 들어 청와대 총무 구매팀에서 최소 2014년 말까지 5급 행정관으로 근무했고, 현재는 그만둔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후 조선일보와 한겨레 등 수많은 매체들이 해당 기사를 인용보도하면서 "최순실에게 숨겨진 아들이 있었다"는 루머는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이같은 루머는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최순실을 조사한 검찰 관계자는 "재적 등본 등 관련 서류를 모두 살펴봤지만 아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최씨 아들이 청와대에서 근무했다는 얘기도 사실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5. 트럼프가 박대통령·최순실 조롱 연설을?

    YTN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 당시 한 유세 현장에서 "여성 대통령의 끝을 보려면 한국의 여성 대통령을 보라"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해 파문을 일으켰다.

    공신력이 높은 YTN이 이같은 사실을 타전하자, 다수의 국내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가 '최순실 사태'를 거론하며 여성인 힐러리가 당선되면 안된다는 식의 논리를 폈다"고 재인용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정책위의장도 "트럼프가 대선 선거운동을 통해 박 대통령을 조롱하며 선거에 이용했던 것을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다"며 한미 관계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발언을 내뱉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같은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트럼프는 이날 어떤 유세 현장에서도 한국의 상황에 빗대 힐러리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한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보의 '단초'는 한 국내 네티즌이 제공했다. 한 네티즌은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그냥 별 생각없이 웃자로 만든 짤이었는데, 졸지에 야당 국회의원과 방송사를 낚아버렸다"고 실토했다.



  • 6. 대통령과 최순득이 성심여고 동기동창?

    조선일보는 지난해 "최순실의 친언니 최순득이 박근혜 대통령과 성심여고 8회 동기동창 사이"라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최순실을 '비선실세'로 지목했던 조선일보는 불과 며칠 만에 "동생인 최순실은 언니에 비하면 시키는대로 움직이는 '현장 반장'에 불과했다"며 "박근혜 정부의 숨어 있는 진짜 실세는 동기동창인 최순득"이라는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것도 오보였다. 성심여고는 "성심여고 8회 졸업생(1970년도 졸업) 중에 최순득이라는 사람은 없었다"면서 "혹시 당사자가 개명을 했을지도 몰라 8회 졸업생 중 최씨 성을 가진 학생들을 전수 조사했으나 최순득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

    7. 최순실은 10조원 재산 보유한 무당?

    최근 촛불을 치켜든 이들에게 무엇이 가장 불만인지를 물었더니, "내가 살고 있는 나라가 '샤머니즘'으로 통치해온 국가였다는 사실이 가장 수치스럽고 원통하다"는 말들이 가장 많았다.

    일개 민간인이 수년간 국가 기밀 자료를 받아 보고, 인사와 국책 사업에 관여하는 '국정농단'을 일으켰다는 기사도 충격적이었지만, 그 민간인이 하필 '근본도 없는' 무당이었다는 루머가 더욱더 뼈아프게 다가왔다는 얘기.

    그러나 최순실 가족은 2000년부터 정통 기독교 교단 소속교회에 등록, 출석해온 크리스천이다. 부친 최태민이 영세교 교주로 활동한 전력이 있으나, 최순실이 최태민의 '영적 후계자'이자 '무당'이라는 풍문은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식' 루머에 불과하다.

    최순실이 3천억 대의 재산을 갖고 있고 10조원을 독일로 빼돌렸다는 기사도 근거가 부실한 허위 보도다. 조갑제닷컴에 따르면 최순실의 국내외 재산은 다 합쳐도 2백억원이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8. 최순실이 차기전투기 선정에도 개입?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는 지난해 일본 와세다 대학 오오쿠마홀에서 개최한 '애국소년단 토크 콘서트'에서 "(앞으로 최순실 사태와 관련) 섹스 관련 테이프와 마약이 나오고, 대규모 국방 비리가 나올 것"이라는 밑도 끝도 없는 얘기들을 늘어놨다.

    스위스에 박 대통령의 비밀 계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까지 곁들인 주기자의 주장은 일파만파로 퍼졌고, 다수 언론에서 이를 인용 보도하며 루머 확산을 부추겼다.

    이중 현재까지 사실로 확인된 루머는 단 한 건도 없다. 특히 국방부는 린다김과 오랜 친분이 있는 최순실이 차기전투기(F-35)선정에도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자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린다김도 "그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며 최순실이 무기로비에도 관여했을 가능성을 일축했다.

    9. 최순실이 공군 1호기 탑승? 완전 허위 보도

    채널A는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순방 당시 최순실이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했다고 보도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채널A는 한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대통령 전용기에서 최순실을 봤다" "이전에도 몇 차례 해외 순방에 동행한 것으로 안다"는 얘기를 가감없이 보도했다.

    그러나 이 역시 사실과 달랐다. 청와대는 해당 보도 직후 "최순실이 공군 1호기(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한 사실 자체가 없다"며 "1호기 탑승자 명단에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없었고, 보안패스가 있어야만 1호기에 탑승할 수 있으며, 탑승시 70여명의 취재기자 좌석 통로를 지나야 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며 완전한 허위 보도"라고 일축했다.

    10. 정호성이 매일 밤 최순실에게 청와대 서류를 전달?

    한겨레는 지난해 10월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최순실이 거의 매일 청와대(정호성 제1부속실장)로부터 30cm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를 받아 국정 전반을 논의하는 '비선 모임'을 운영했다고 보도해 파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은 "대통령 비서실에서 하루에 생성되는 보고서가 30cm가 된다는 건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고, 발언 당사자인 이성한 사무총장도 검찰 진술 조사에서 "해당 보도는 기자가 추측한 내용을 마치 내가 확인해 준 것처럼 기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이 사무총장은 "고영태로부터 전해들은 얘기(최순실 책상 위에 중요한 서류가 있더라)만 기자에게 말했을 뿐, 기사 내용 중 직접 눈으로 목격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조광형 기자 ckh@new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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