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철학자 니체는 "괴물과 싸우는 자는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라. 오랜 시간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 또한 그대를 들여다본다"라고 말했다.

    이는 돈과 권력 앞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추악한 속물근성을 꼬집은 연극 '베헤모스'를 관통하는 주제라 할 수 있다.

    작품은 2014년 3월 방영된 KBS 드라마스페셜 '괴물'이 원작이다. 당시 탄탄한 스토리와 긴장감 넘치는 연출,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호평을 받았으며 2015년 제49회 휴스턴국제영화제 TV영화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김태형 연출은 10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진행된 프레스콜에서 "사회고발, 정의실현, 고위층 비리와 비판 등을 다루는 영화가 많이 나오면서 법적인 용어가 대중들에게 익숙해졌다"라며 "극중 캐릭터보다 요즘 뉴스에 나오는 인물이 더 괴물 같고 끔찍하며 이기적이다"고 밝혔다.

    이야기는 재벌가의 아들이자 명문대 재학생인 태석이 벌인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이를 덮으려는 아버지와 그를 변호하려는 이변, 그리고 파헤치려는 오검의 파워게임을 통해 악의 순환을 그린다.

    제목인 '베헤모스'는 신이 인간을 창조했을 때 함께 만들어진 거대한 괴물로 아무도 잡을 수가 없으며 쓰러뜨릴 수도 없다고 한다. 이는 정의를 구현하려했지만 결국 자신의 욕망을 위해 현실과 타협하는 오검, 그를 향해 "아직도 우리가 다르다고 생각해?"라고 외치는 이변의 모습과 겹쳐지며 씁쓸함을 남긴다.

  • 김 연출은 "원작인 드라마는 열린 결말이지만 공연의 엔딩은 명확하다. 끝까지 남게 되는 건 피해자이고, 피해자로서 아픔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현재 비관적이고 닫혀 있는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저의 시선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PMC프러덕션이 2011년 '밀당의 탄생'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연극 '베헤모스'는 '풍월주, '살리에르'의 정민아 작가가 각색을, '트릴로지' 시리즈 등의 김태형이 연출을 맡아 첫 호흡을 맞췄다.

    원작 드라마를 무대화하는 과정에서 극의 이해를 돕는 영상과 음악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공간적인 제약을 영리하게 활용했다. 특히, 같은 역을 맡은 배우들은 각각의 매력과 캐릭터 해석으로 다른 극을 보는 듯한 다채로움을 선사한다.

    정의감 넘치는 열혈검사 '오검' 역에는 정원조-김도현이 더블 캐스팅됐으며, 이기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변' 역은 최대훈-김찬호가 맡는다. 문성일-이창엽은 '태석' 역에, 권동호는 태석의 아버지를, 김히어라는 태석과의 하룻밤을 위해 호텔에 갔다가 죽음을 맞는 '민아'로 분한다.

    연극 '베헤모스'는 4월 2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사진=PMC프러덕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