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증인 재소환 불가 방침에 소추위원단 반색 "헌재 인식에 동감"
  • ▲ 박근혜 대통령측 이중환 변호사(오른쪽). ⓒ뉴시스
    ▲ 박근혜 대통령측 이중환 변호사(오른쪽).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인 이중환 변호사가 9일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이득을 취한 게 전혀 없음이 밝혀졌다"며 "소추 사유는 증거에 의해 뒷받침 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일련의 사태와 관련된 재단 및 주식회사의 금융거래 내역에서 대통령에게 흠이 될 만한 문제점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얘기. 이에 대해 소추위원단은 일단 즉각적으로 맞대응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중환 변호사는 대통령 탄핵심판 12차 변론이 진행된 헌법재판소에서 "소추사유에 기재된 재단출연행위, 재단과 거래한 법인의 수익을 누가 가져갔는지 여부가 탄핵소추에 가장 중요한 쟁점"이라며 '금융거래정보 회신에 대한 피청구인의 입장'을 전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은 5만 여 페이지를 수사하면서도 미르·케이스포츠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루K의 금융거래에 대해 전혀 수사한 흔적이 없다"며 "오로지 관련자의 진술에만 의존하는 이해할 수 없는 수사를 계속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대리인단은 이 같은 수사미진을 발견한 뒤 (직접) 금융거래내역조회를 신청했다"며 "그 결과 피청구인과 최순실은 위 회사들로부터 재산적 이익을 취득한 것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재판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이 우리가 신청한 녹취파일 2,000여개 중 29개만 (녹취록으로)만들었다"며 "나머지를 받아 검토해보면 우리에게 유리한 자료가 많을 거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당 녹취 파일은 특검이 최순실의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는 와중, 고원기획 대표 김수현의 컴퓨터에서 발견한 것이다.

    변호인단은 검토할 자료가 산적했음에도 3월 13일 이전 최종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을 의식한 듯 "결심 전에 해야 한다. 여러 사람이 나눠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 ▲ 헌법재판소가 9일 12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뉴시스
    ▲ 헌법재판소가 9일 12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뉴시스

    ◆ 헌재, 2월까지 증인신문 마무리 암시

    재판부는 향후 재판 진행과 관련해 불출석 하는 증인에 대해선 재소환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현재 출석이 예정된 증인은 11명이며 변론기일은 총 4차례로, 오는 22일이 재판의 마지막 일정이다. 이는 사실상 재판부가 2월까지 증인신문을 모두 마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정미(55·사법연수원 16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증인들이 불출석할 경우 재판부에서 납득할 수 있는 사유가 아닌 한, 원칙적으로 재소환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이 재판관은 최순실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해서도 "중대성을 고려해 다시 채택하기는 했지만 그들도 이번에 출석하지 않으면 재소환이 어렵다는 점을 유념하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이 재판관은 "탄핵소추위 측과 피청구인 측은 그동안 주장한 내용을 정리해서 23일까지 준비서면으로 제출하라"며 최후 변론을 준비하라는 듯한 발언도 했다.

    이날 출석하지 않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와 류상영 전 과장에 대해서도 증인 추가 신청을 취소했다.

    이 재판관은 그러면서도 "헌재는 어떤 편견이나 예단도 없이 밤·낮·주말 없이 매진하고 있다"며 "재판 진행 및 선고 시기에 대해 심판정 밖에서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여러 억측을 우려한다. 양측은 재판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는 언행을 각별히 삼가하라"고 말했다.

    이에 청구인단은 재판부의 결정에 반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소추위원단 이춘석 의원은 "사건의 중대성을 헌재도 중히 알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에 동감한다"며 "가능하면 선고 시기와 진행에 관해 앞으로 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중환 변호사는 "고영태와 류상영이 나오지 못한 게 아쉽다"고 짧게 말했다. '23일까지 종합 의견을 내라는 재판부의 지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양쪽이 주장한 내용을 보겠다는 취지로 이해한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이 변호사는 원로 법조인 9인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법적으로 하자가 있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그 분들의 기재 내용은 정확하게 탄핵 심판의 문제점을 짚었다"며 "그런 견해가 널리 퍼지길 바란다"고 역설했다.


  • ▲ 헌법재판소가 9일 12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뉴시스
    ▲ 헌법재판소가 9일 12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뉴시스
    ◆ 문형표 "청와대·삼성, '삼성합병 요구' 안해"

    한편 삼성물산 대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특검에 구속기소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증인으로 출석해 "청와대의 지시도 없었고 삼성의 요구도,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 기금본부장의 보고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문 전 장관은 국민연금 의결권 전문위원장이던 김성민 한양대 교수의 교체 과정과 관련해선 "안종범 전 수석의 질의를 받은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과 노승일 부장은 최순실이 '비선실세'였음을 재차 주장했다.

    박헌영 과장은 "최순실이 극비문서에 해당하는 대통령 순방 시간표와 여러 나라를 아우르는 사업과 관련된 협력 구상안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노승일 부장도 "최순실이 독일에서 식사하면서 '대통령과 아주 오래된 친한 언니·동생 사이'라고 하더라"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