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뛰가는데 난 가만있어야 하나"…출마선언 잇따르는 정치권에 내심 속앓이
  • ▲ 새누리당 김문수 비상대책위원. 그는 최근 태극기집회에 참석해
    ▲ 새누리당 김문수 비상대책위원. 그는 최근 태극기집회에 참석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기각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새누리당 김문수 비상대책위원이 "대선 출마 선언 시기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초 설 이후 대선 출마 선언을 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자칫 탄핵안 찬성을 예상한 행보로 비칠 가능성에 시기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김문수 비상대책위원은 8일 대구·경북 지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는 12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는 것을 고려해봤다"면서 "탄핵 인용을 전제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다 뛰어가고 있는데 나는 가만있어야 하느냐.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현재 정치권의 대선주자들은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인용될 것을 가정한 행보를 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68조 2항은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대통령 탄핵안이 인용된다면, 통상의 대통령 선거보다 아주 짧은 기간만 주어지는 셈이다. 통상의 대통령 선거는 공직선거법 제60조와 제61조를 따르는데, 여기에서는 대통령 선거 240일 전 각각 예비후보자등록과 선거사무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결국, 대선주자들의 입장에서는 자칫 탄핵안이 인용되길 기다리다가는 자신을 제대로 알려보지도 못하고 선거를 치르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탄핵안 인용을 가정한다면, 먼저 나서서 자신을 알리는 등 선거준비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 이것이 각 후보가 1월과 2월에 각각 대선 출마 선언에 나서는 배경이다.

     

  • ▲ 대구 태극기 집회에 모여든 인파.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대구 태극기 집회에 모여든 인파.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그러나 김문수 비대위원은 탄핵안 인용을 가정하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서울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기각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만일 그의 주장에 따라 탄핵 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면, 대선 역시 오는 12월에 치러지게 된다.

    이 경우, 대통령 선거일인 2017년 12월 20일의 240일 전인 4월 24일을 전후해 대선후보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면서 출마 선언을 하는 것이 원칙상 맞다. 김 비대위원의 딜레마가 생기는 대목이다.

    김 비대위원으로서는 탄핵 소추안 기각을 가정하고 4월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당장 새누리당에서만 이인제 전 최고위원, 원유철 의원, 안상수 의원 등 세 명의 주자가 출마선언을 한 상태다. 김관용 경북도지사, 홍준표 경남도지사, 정우택 원내대표 등도 향후 대선 출마 선언을 할 가능성이 있는 인사다.

    김 비대위원으로서는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출마 선언을 하고 대선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지만, 탄핵인용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실제로 이날 한 여권 관계자는 "탄핵 소추안 기각 여부가 결정된 다음에 대선 출마를 하라"면서 "그래야 (탄핵 기각을 예측한 안목이) 돋보이지 않겠나"고 조언하기도 했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법적으로 보면 탄핵 소추안이 기각될 것이라 보는 사람도 물론 있지만, 정치적 행보와는 엄연히 별개"라면서 "특히 정치적 행보는 법리가 아닌 여론을 따라야 할 텐데, 보수의 성지라는 대구·경북에서조차 아직 탄핵 반대 여론이 확실히 우위라 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