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 유한양행 사장, 모친 한국 최초 女외교관 등 집안 화려…일각서는 ‘홍보맨’ 비판도
  • ▲ 2015년 4월 특전사령관 이임식에서 경례하는 전인범 당시 특전사령관. ⓒ뉴데일리 DB
    ▲ 2015년 4월 특전사령관 이임식에서 경례하는 전인범 당시 특전사령관. ⓒ뉴데일리 DB


    지난 2월 4일 오후,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는 문재인 前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前대표는 “튼튼한 안보에 대한 신뢰는 국가로서 반드시 갖춰야 하고, 지도자로서도 갖춰야할 덕목인데 이를 위한 저의 동지가 되실 분”이라며 ‘영입할 인재’ 한 사람을 소개했다. 그는 전인범 前특전사령관(예비역 육군 중장)이었다.

    문재인 前대표의 소개로 청중들 앞에 선 전인범 前사령관은 “몇 달 전에 문재인 대표와 만나, 안보를 튼튼히 하고, 한미관계를 든든히 할 데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저는 분명 문 대표가 빨갱이가 아닌 것을 확신한다”고 외쳤다고 한다.

    이 소식이 언론에 보도된 뒤 국민들은 전인범 前사령관에 대해 극명하게 엇갈리는 평가를 내놓았다. 친박보수 진영에서는 “그럴 수가 있느냐”며 전인범 前사령관을 비판했고, 문재인 前대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에게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 ▲ 전인범 前사령관을 찬양하는 사람들이 자주 내놓는 사진. 전 前사령관이 보병 제27사단장 재임 시절 제설작업을 하는 모습이다. 사진은 누가 찍었고 어떻게 공개했을까. ⓒ관련 블로그 캡쳐
    ▲ 전인범 前사령관을 찬양하는 사람들이 자주 내놓는 사진. 전 前사령관이 보병 제27사단장 재임 시절 제설작업을 하는 모습이다. 사진은 누가 찍었고 어떻게 공개했을까. ⓒ관련 블로그 캡쳐


    전인범 前사령관이 문재인 前대표의 대선 캠프에 안보자문으로 참여하기로 한 이유로 소위 ‘람보 칼’을 채택하는 문제 때문이었다고 말한 것도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전인범 前사령관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번 특전사에 갔는데 그간 추진했던 많은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가 있었다. 특히 7만 원짜리 특수작전 칼을 (국회에서) 부결시켰다는 얘기를 듣고 조용히 살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 주장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시작으로 급속히 확산되자 지난 6일 국방부는 정례 브리핑을 통해 전인범 前사령관에 대해 반박했다.

    국방부는 “특수작전용 칼을 도입하는 예산은 이미 반영돼 보급이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고, 육군 또한 2015년 1월 특수작전용 칼 도입을 결정한 뒤 2022년까지 예산 18억 5,000만 원을 편성해 2017년 300개를 시작으로 부대에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특전사에 지급될 특수작전용 칼은 전인범 前사령관이 거론한 것(7만 원짜리)보다 더 좋은 15만 원짜리”라며 “전 장군이 2016년 7월 말 전역했는데, 이후 진행 사항을 파악 안 했던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후 전인범 前사령관을 둘러싼 논란은 조금씩 사그라지는 듯하다. 

  • ▲ 전인범 前사령관은 "특수전용 칼 하나도 도입 않는 것을 보고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다"고 주장했지만, 국방부는 이에 즉각 반박했다. 세계 각국의 특수부대는 제식용 칼을 채택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대원들은 자기 취향과 용도에 맞게 나이프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사진은 2차 대전 당시 英특수부대 SAS가 사용하던 칼. ⓒ英'필드 앤티크 암스' 홈페이지 캡쳐
    ▲ 전인범 前사령관은 "특수전용 칼 하나도 도입 않는 것을 보고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다"고 주장했지만, 국방부는 이에 즉각 반박했다. 세계 각국의 특수부대는 제식용 칼을 채택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대원들은 자기 취향과 용도에 맞게 나이프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사진은 2차 대전 당시 英특수부대 SAS가 사용하던 칼. ⓒ英'필드 앤티크 암스' 홈페이지 캡쳐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인범 前사령관에 대해 여러 가지 궁금증을 갖고 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를 ‘도배’한 전인범 前사령관 찬양 글이 눈길을 끈다.

    전인범 前특전사령관을 ‘이 시대의 참 군인’ ‘최고의 야전사령관’이라 부르며 찬양하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나돌기 시작한 것은 2013년 말부터다. 이때부터 ‘전설적인 사단장 전인범 장군에 대한 이야기’가 곳곳에 퍼지기 시작했다.

    이후 몇 년 동안 전인범 前사령관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이 매우 비등했다. 또한 그를 찬양하는 글이 온라인에서 퍼지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들도 비례해서 증가했다.

    전인범 前사령관을 비판하는 온라인의 목소리는 주로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의 딸이 성신여대에 입학한 일, 2014년 9월 특전사 대원 2명이 ‘포로체험’ 훈련을 하던 중 사망한 사건 등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눈길을 끄는 부분은 그의 가족사와 성장배경이었다. ‘금수저 집안’이라 불릴 만 했다.

    전인범 前사령관은 1958년 9월 6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한의사인 전주화 씨였고 모친은 홍숙자 씨였다. 조부는 유한양행 사장을 지낸 전항섭 씨였다.

    전인범 前사령관은 부모의 이혼 뒤, 한국 최초의 여성 외교관으로 알려진 모친 홍숙자 씨와 생활한다. 모친을 따라 미국으로 가 유학생활을 하며 영어를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전인범 前사령관의 부인 심화진 씨는 성신여대 총장이다. 심 씨의 부친은 성신학원 이사장이던 故심용현 씨다.

  • ▲ 2010년 7월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의 인터뷰 기사. 심 총장은 전인범 前사령관의 부인이다. ⓒ매경닷컴 관련기사 화면캡쳐
    ▲ 2010년 7월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의 인터뷰 기사. 심 총장은 전인범 前사령관의 부인이다. ⓒ매경닷컴 관련기사 화면캡쳐


    전인범 前사령관의 고모는 예일대 교수, 고모부는 주미 한국대사관 특명전권공사, 숙부들은 기업 회장이나 美정부 공무원을 지내는 등 같은 연배에 비해서는 매우 화려한 집안이다. 때문에 전인범 前사령관을 잘 아는 육군 사관학교 동문들은 그를 ‘금수저’라 부르고 있었다.

    그를 찬양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을 보면 병사들을 극진히 배려하고, 장병들의 개인장구에 대해 매우 관심이 높은 인물로 묘사된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27사단장으로 재임 시절 병사들과 함께 제설작업을 하는 사진은 언론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35년의 군 생활 동안 제설작업 몇 번 했느냐”거나 “제설작업 하는 모습을 이 사진 하나 밖에 찾지 못했는데 과연 병사들이 진심에서 우러나서 이런 사진을 찍어 퍼뜨렸겠느냐”는 등의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병사들은 복무 중 휴대전화와 카메라를 소지할 수 없는데 어떻게 된 거냐”는 지적도 나왔다.

  • ▲ 언론을 통해서도 수 차례 소개된, 전인범 前사령관의 이임식 당시 장병들 모습. 사진은 누가 찍었고 어떻게 공개했을까. ⓒ유튜브 관련 영상 캡쳐
    ▲ 언론을 통해서도 수 차례 소개된, 전인범 前사령관의 이임식 당시 장병들 모습. 사진은 누가 찍었고 어떻게 공개했을까. ⓒ유튜브 관련 영상 캡쳐


    전인범 前사령관이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일은 2014년 9월 특전사 제13여단의 포로체험 사망 사건이다.

    군 조사 결과 특전사의 ‘포로 체험’ 훈련은 ‘브라보 투 제로(英특수부대 SAS 대원들이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 혁명수비대의 포로가 됐다 탈출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는 영화를 본 간부들이 즉흥적으로 만들어 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영화 속에서 적 포로에게 뒤집어씌우는 두건이 실은 거친 천으로 제작돼 통풍이 잘 된다는 점은 모른 채 부대 앞 학교 문방구에서 실내화 주머니를 사서 이를 사용했다고 한다.

    이 사건으로 실제 사고 책임이 있는 교관(부사관) 4명은 벌금 2,000만 원을 확정 선고 받았고,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지휘관 김 모 중령과 김 모 소령은 군사법원 2심까지는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2016년 1월 고등군사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전인범 前사령관은 처음부터 “지휘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문책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 2014년 9월 2일 특전사 제13여단에서 발생한 '포로체험 사망사고' 당시 응급실에 실려온 희생자.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4년 9월 2일 특전사 제13여단에서 발생한 '포로체험 사망사고' 당시 응급실에 실려온 희생자.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같은 일이 있었음에도 전인범 前사령관은 계속 “특수부대와 군 장병들의 개인장비 개선에 관심이 많은, 깨어 있는 장군”이라는 언론의 칭찬만 받았다. 그는 칭찬하거나 띄우는 곳은 군사전문잡지에서부터 안보 시민단체, 소위 ‘진보 지식인’까지 다양했다. 조선일보, 서울신문도 합세했다. 칭찬하거나 띄우는 주제는 대부분 ‘개인장비 보강’과 ‘병사들을 배려한 사례’였다.

    육사 동문회 안팎에서만 나도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2015년 4월 특전사령관 이·취임식 당시 아직 공사가 끝나지도 않은 특전사령부에서 무리하게 행사를 열었다는 소문, 역대 특전사령관을 모두 초청한 게 아니라 친소(親疏) 관계에 따라 선별적으로 초청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육사 동문회 안팎에서는 2016년 7월 전인범 前사령관의 전역식에 대해서도 여러 소문이 있었다고 한다. 전인범 前사령관의 전역식에 군 원로인 이기백 前국방장관(당시 85세)이 참석한 것은 1982년 ‘버마 아웅산 사태’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쓰러진 이 前장관을 구급차에 태워 “빨리 조치를 취해달라”고 외쳐 목숨을 살린 사람이 전인범 前사령관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한미군 사령관, 美8군 사령관, 美제2보병사단장, 주한미군 특수전 사령관에다 정호용, 김동진, 김태영 前국방장관까지 참석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경기고, 미군 관계자 등 평소에 그가 관리해 왔던 인맥이 참석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 ▲ 2016년 7월 31일 조 국 서울대 로스쿨 교수의 트위터. ⓒ조 국 교수 트위터 캡쳐
    ▲ 2016년 7월 31일 조 국 서울대 로스쿨 교수의 트위터. ⓒ조 국 교수 트위터 캡쳐


    일부 육사 동문들 사이에서는 전인범 前사령관이 문재인 前대표의 대선 캠프에 ‘안보 자문’으로 합류한 것에 별로 놀라워하지 않았다. 평소에도 인맥관리를 열심히 하고 자신의 업적을 자주 자랑해 왔던 과거 때문이라고 했다.

    2016년 7월 31일 소위 ‘진보 지식인’이라는 조 국 서울대 로스쿨 교수가 자기 트위터에 올린 글을 비롯해 지난 1~2년 사이 ‘자칭 진보진영’이 내놓은 글과 기사를 보면, 전인범 前사령관이 문재인 前대표와 손을 잡은 것에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친박보수’ 진영뿐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이런 점을 꼬집듯 “열흘 전 참모총장 출신 4성 장군 2명을 포함, 장성 10명이 문재인 캠프에 참여했을 때는 이런 현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