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해리 해리스 美태평양 사령관, 매티스 장관 방한 전 한국군에 제안"
  • 2015년 12월 대서양에서 시험항해 중인 '줌왈트'급 구축함.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2015년 12월 대서양에서 시험항해 중인 '줌왈트'급 구축함.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해리 해리스 美태평양 사령관이 한국군을 만난 자리에서 “줌왈트급 구축함을 제주해군기지에 배치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다고 ‘한국일보’가 6일 보도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해리 해리스 사령관의 제안은 제임스 매티스 美국방장관의 방한 전에 있었다고 한다. 한국 정부는 해리스 사령관의 제안 진위를 파악하느라 분주하다고 한다. ‘한국일보’는 “(한미 정부 간에) 전혀 언급되지 않던, 최신 전략자산이라 의외였지만 상시배치든 순환배치든 우리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한국 정부 관계자의 말도 전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2016년 10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는 ‘한반도에 美전략자산 상시·순환배치’라는 문구를 넣으려다 막판에 美정부의 반발로 공동성명에서 빠졌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 2월 3일 제임스 매티스 美국방장관과 한민구 국방장관의 회담에서 가까스로 美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국방부가 오는 3월 실시 예정인 한미연합훈련 ‘키 리졸브’에 美전략자산이 대거 투입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는 “당장 자신들에 비수가 될 미국의 최첨단 미래형 전략자산을 코앞에서 맞닥뜨릴 중국의 강력한 반발이 불가피하며, 우리 국민 감정도 민군 복합항으로 건설된 제주기지가 미군의 전초기지로 사용되는 것에 반감이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일보’는 왜 ‘줌왈트’급 구축함의 제주해군기지 배치가 中공산당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예상한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중공군이 이길 수 없는 수준의 전투함이기 때문이다.

    줌왈트 급 구축함은 냉전이 끝난 뒤인 1994년 ‘애스널 십(화력지원함)’이라는 개념에서 시작한 전투함이다. 당초 계획명은 ‘DD-21(21세기형 구축함)’로 해상 전투용과 지상 공격용으로 개발할 예정이었다. 여기에 스텔스 기술을 적용한 선체로 건조했다.

    ‘DD-21’은 개발 초기에는 토마호크 등 크루즈 미사일 500기를 싣는 화력 지원함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개발계획이 늦어지면서 기존의 알레이버크 급 이지스 구축함, 타이콘데로가 급 이지스 순양함을 건조한 지 20년이 넘어, 이를 대체하는 구축함으로 개발방향을 선회했다. 그러다 9·11 테러라는 돌발변수로 다시 계획이 틀어졌다.

    2001년 9·11 테러가 난 뒤 미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와 전쟁 등 전 세계 우방국과 함께 대(對)테러 전쟁을 벌이면서, 국방예산이 부족해졌다. ‘DD-21’ 개발은 줌왈트 급 구축함(DDG-1000) 건조 계획으로 변경됐다.

    美해군은 2006년 9월 의회로부터 25억 달러의 줌왈트 구축함 건조 예산을 배정받았다. 이후로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줌왈트’라는 이름은 美해군 사상 최연소 참모총장이었던 엘모 러셀 줌왈트 주니어 제독의 것이다. 줌왈트 제독은 베트남전 당시 한미 연합의 화력 지원을 맡으며 많은 전과를 올렸다.

  • EU의 세계전투함포럼 사이트에 올라 있는 '줌왈트'급 구축함 설명도. ⓒEU해군포럼 홈페이지 캡쳐
    ▲ EU의 세계전투함포럼 사이트에 올라 있는 '줌왈트'급 구축함 설명도. ⓒEU해군포럼 홈페이지 캡쳐


    ‘줌왈트’급 구축함은 길이 183m, 폭 24.6m, 흘수 8.4m, 배수량 1만 4,564톤으로, 실제 크기는 타이콘테로가 급 이지스 순양함보다 크다. 건조 비용은 최소 35억 달러에서 최고 44억 달러로, 우리 돈으로 척당 5조 원. 니미츠 급 핵추진 항공모함 건조 비용과 맞먹는다.

    1번함 ‘줌왈트’는 메인州 베스철강 조선소에서 2008년 2월부터 건조를 시작, 2014년 4월 진수식을 갖고 美해군에 인도됐다. 2년 넘는 운용 시험을 거쳐 2016년 10월 15일 실전 배치됐다. 실제로는 2015년 12월 美태평양 함대에 배속됐다.

    ‘줌왈트’급 구축함은 다기능 X밴드 레이더(AN/SPY-3) 등을 이용해 이지스 구축함보다 더 넓은 지역을 감시하고, 목표를 추적할 수 있다. 2대의 롤스로이스 MT30 가스터빈 엔진, 2대의 롤스로이스 RR4500 가스터빈 발전기 등을 갖췄으며, 추진기는 워터제트 형태다.

    ‘줌왈트’급 구축함은 미사일 수직발사기(VLS)와 함포 2문, 해상작전 헬기 2대 등의 무장을 갖추고 있다. 총 20개의 수직발사기(Mk57)는 하나의 발사관이 4개로 나뉘 있어, 실제로는 80발의 미사일을 장착한다. 수직발사기에는 RIM-66 스탠더드 미사일, 진화형 시 스패로우 미사일(ESSM), BGM-109 토마호크 미사일, RUM-139 수직발사 대잠로켓을 장착할 수 있다.

    미사일은 임무에 따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 즉, 줌왈트 구축함은 대공(對空)방어 및 요격, 대지(對地) 공격, 대잠(對潛) 공격 등 다양한 임무를 동시 수행할 수 있다.

    ‘줌왈트’급 구축함의 함포는 지금까지의 포와는 차원이 다르다. ‘줌왈트’급 구축함에 장착된 155㎜ 구경(6.1인치)의 ‘발전함포시스템(AGS)’이 그것이다. 수직포(Vertical Gun)라고 불리는 AGS는 美해군이 수평선 너머의 적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무기로 ‘장사정 대지공격 추진탄(LRLAP)’을 사용한다. 포탄에 추진체와 유도장치가 들어 있으며, 유효 사거리는 154㎞. 2005년 첫 시험 때 기록한 사거리는 109㎞였다. ‘원형공산오차(CEP)’는 50m에 불과했다.

    AGS는 분당 20발 이상의 속도로 포탄을 수 있다. 게다가 최대 속도로 발사한 뒤 1분 이상 냉각을 시켜줘야 하는 기존 함포와 달리 쉬지 않고 발사할 수 있다. 1분마다 포열을 둘러싼 냉각장치가 가동하기 때문이다. ‘줌왈트’급 구축함은 자동 장전된 600발의 LRLAP 외에 320발을 별도로 보관, 900발의 포탄을 쏘아댈 수 있다. 

    ‘줌왈트’급 구축함의 스텔스 기술 또한 차원이 다르다. 140m가 넘는 크기에 배수량 1만 4000톤인 구축함이 레이더에는 300톤급 어선으로 포착된다. 덕분에 적이 장악하고 있는 해안, 섬, 해역 등으로 진입이 용이하다. 적이 봤을 때는 어선인지 요트인지 군함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줌왈트’급 구축함은 일반 군함과 달리 전기로 움직인다. 가스 터빈을 돌려 전력을 만들어낸 뒤 워터제트를 뿜는 하이브리드 구축함이다. 최고 속도는 62km/h(약 33.5노트). 워터제트의 특성을 십분 활용해 수심이 매우 얕은 해역에서도 은밀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 '줌왈트'급 구축함의 사격 상상도. ⓒEU세계전투함포럼 홈페이지 캡쳐
    ▲ '줌왈트'급 구축함의 사격 상상도. ⓒEU세계전투함포럼 홈페이지 캡쳐


    美해군은 ‘줌왈트’급 구축함을 3척 도입할 예정이다. 이미 실전배치된 1번함 ‘줌왈트’에 이어 2번함 ‘마이클 몬수르’, 3번함 ‘린든 존슨’이 건조 중에 있다. 美해군은 2018년 실전 배치하는 ‘린든 존슨’부터는 AGS 함포 대신 레일건을 장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980년대 레이건 정부의 ‘전략방위구상(SDI)’ 때 널리 알려진 레일건은 다른 극성을 지닌 자석 레일 사이에 금속 전도체를 놓고, 엄청난 전자기장을 순간적으로 만들어 가속하는 무기다.

    포탄 대신 사용하는 금속 전도체에 폭약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엄청난 운동에너지를 갖고 있기에, 같은 중량으로 더 많은 포탄을 군함에 탑재할 수 있고, 속도, 사거리 등에서도 기존의 화약 포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공기가 필요없어 악천후 등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핵추진 항공모함과 핵추진 잠수함을 운용 중이던 미 해군은 군함에는 강력한 전력을 발생시킬 만한 발전기를 탑재할 수 있다고 판단, 1980년대 초반부터 레일건 장착 시험을 했다. 하지만 실용화의 걸림돌은 발전 문제가 아니라 안정적이고 통제 가능한 전력 관리 시스템이었다.

    ‘줌왈트’급 구축함은 가스 터빈과 가스 터빈 발전기 등으로 78MWe의 전력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전력통합시스템(IPS)을 통해 안정적으로 관리한다. 이를 레일건에 쓰는 것이다.

    ‘줌왈트’급 ‘린든 존슨’호에 장착할 레일건은 BAE 시스템스에서 개발했는데, 시험 당시 사거리는 350㎞ 정도였다. 포탄이 350㎞ 떨어진 목표물에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4분. 이는 마하 8의 속도(2.4㎞/s 이상)로,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하다.

    美해군은 2018년 ‘린든 존슨’호의 레일건 활용성과에 따라 다른 두 척의 ‘줌왈트’급 구축함에도 레일건을 장착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美언론들은 2020년이면 ‘줌왈트’급 구축함 세척 모두 레일건을 장착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 2018년 실전배치될 '린든 존슨'호부터 장착될 레일건의 시제품. ⓒBAE시스템즈 홈페이지 캡쳐
    ▲ 2018년 실전배치될 '린든 존슨'호부터 장착될 레일건의 시제품. ⓒBAE시스템즈 홈페이지 캡쳐


    앞서 말한 특성을 고려하면, ‘줌왈트’급 구축함이 제주해군기지에 배치될 때부터 북한은 물론 중공군은 자기네 항구에서 나오기 어려워진다. 아니, 자기네 항구에 숨어 있어도 침몰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섬이 많은 남지나해의 경우 중공군 동해함대와 남해함대가 ‘줌왈트’급 스텔스 구축함의 공격을 모두 막아내기 어려울 것이다. 수심이 낮은 서해에서도 ‘줌왈트’급 구축함은 사거리 154km인 함포를 사용해 인천 앞바다에서 평양 대동강 앞을 공격할 수 있다. ‘줌왈트’급 구축함에 실린 3대의 파이어 스카우트(MQ-8) 무인기까지 활용하면, 유사시 서해로 쳐들어오는 북한 고속정과 어뢰정의 기습 공격은 무용지물이 된다.

    만약 ‘한국일보’의 보도대로 美태평양 사령부가 ‘줌왈트’급 구축함을 제주해군기지에 상시 배치한다면, 이는 동지나해 일대의 역학 구도를 크게 바꿀 가능성이 높다.

    中공산당 입장에서는 ‘줌왈트’급 배치에 강력히 반발한다고 해도 별다른 방법이 없다. 中공산당의 생각과는 달리, 오히려 세계 최초의 스텔스 구축함을 구경하려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들 가능성도 있다.

    지금도 제주해군기지 일대와 인근 바다가 보이는 서귀포 제2시청단지 주변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붐빈다. 이들은 제주해군기지의 한국 구축함, 특히 이지스 구축함 등을 보며 탄성을 지른다. 이들이 ‘줌왈트’급 구축함을 보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최악의 경우 中공산당이 “한국도 핵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협박하겠지만, 사실 한국은 중공군이 핵무기를 만든 이래 수십 년 째 핵공격 목표였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국내 친중 사대주의 세력들이 '줌왈트'급 구축함의 제주해군기지 배치를 두고 반대시위를 벌인다면, 그들에게 '사드' 배치를 놓고 中공산당이 저지른 패악질부터 비판하라고 일침을 놓으면 된다. 아니면 제주해군기지 건설 때 들어간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대신 토해내라고 해도 된다. 

    만약 美정부가 결심을 굳혀 ‘줌왈트’급 구축함을 제주해군기지에 배치한다면, 한국 입장에서는 美전술 핵무기 배치, F-22 스텔스 전투기 배치만큼이나 든든한 안보지원요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