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단일화 노력 상당히 중요"… 지난 11일 '이합집산' 언급하며 반대한 것과 입장 달라져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지난 26일 헌정기념관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할 때 당시 모습. 오른쪽으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보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지난 26일 헌정기념관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할 때 당시 모습. 오른쪽으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보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빅텐트'를 언급하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압박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당선을 저지해야 한다는 명분이다.

    하지만 그동안 단일화에 부정적이었던 유 의원이 입장을 선회한 것을 두고 답보상태인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육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승민 의원은 30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는 문재인 전 대표를 상대로 승리할 보수 후보로 단일화 노력을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유 의원은 설 민심에 대해 "보수정당을 지지해주시는 많은 분께서 이대로 가면 보수가 정권을 내주는 거 아니냐는 걱정을 많이 해주셨다"면서 "보수가 나아갈 큰 방향에 대해 동의하는 분들이라면 후보 단일화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는 '인물론'을 말씀드리고 싶다"면서 "대선 국면에 들어가면 누가 대통령이 돼야 지금 당장 경제위기·안보위기를 극복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옮겨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유 의원이 빅텐트를 거론하면서 자신이 문재인 전 대표를 꺾을 수 있는 적임자라고 주장한 셈이다.

    그러나 유승민 의원은 지난 11일 반 전 총장에 관해 묻는 취재진을 향해 "진보인지 보수인지, 개혁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려진 게 없다"면서 "개헌을 고리로 한 원칙 없는 당대 당 연대를 하면 국민이 선거를 앞둔 이합집산의 정략으로만 본다"고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이날 유 의원의 언급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설을 전후로 왜 이렇게 입장이 바뀌었을까.

    유 의원은 지난 26일, 설을 앞두고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며 밥상민심의 변화를 노렸지만,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27일, MBC-한국경제신문 공동의뢰로 리서치앤리서치가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유승민 의원의 지지율은 2.2%로 나타났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16.3%)은 물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4.5%)에 뒤진 수치였다.

    특히 '당선 가능성' 예측에서 문 전 대표는 과반에 가까운 48.5%를 얻었다. 유 의원으로서는 오르지 않는 지지율이 답답할 수 있다.

    (해당 여론조사는 MBC와 한국경제신문의 공동의뢰로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전국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유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이뤄진 이번 조사에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p, 전체 응답률은 11.7%를 기록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하지만 이같은 행보는 결과적으로 반 전 총장의 운신 폭을 좁히는 견제구로 작용, 자칫 보수진영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한 여권 관계자는 "김무성·유승민 의원이 문재인 전 대표보다 더 나쁘다고 말하는 새누리당의 전통적 지지층이 있기는 하지만, 바른정당 역시 문재인 전 대표보다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견제에 바쁜 것 같다"면서 "거시적 측면에서 좋아 보이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바른정당 장제원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황교안 권한대행은 차기 대선 출마에 대한 모호함을 하루빨리 걷어내라"면서 "대권행보로 비칠 수 있는 부적절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무절제한 행보를 이어가면서 당연한 외교적 행위마저 정치적으로 비치는 상황이 더욱 걱정되고 우려스럽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