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언론위에 있는 듯한 교만한 태도, '국민검증 무시' 사건" 비판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예정됐던 KBS 좌담회에 끝내 불참하기로 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문 전 대표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탄압에 맞서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문 전 대표의 언론관이 그만큼 왜곡돼 있다는 반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 전 대표는 25일 출연할 예정이었던 KBS 프로그램 '대선주자에게 듣는다'에 불참하기로 한 데 대해 "저는 거기에 맛 칼럼리스트 그 분이 저를 지지하는 그런 포럼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뭐 정치와 관련이 있는 프로그램이 전혀 아닌 그런 프로그램에서 말하자면 배제되는 그런 불이익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강원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그것은 그동안 방송계에서 행했던 블랙리스트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에 대한 시정이 없다면 그 프로그램에 나갈 생각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불참 의사를 거듭 밝혔다.

    앞서 문재인 전 대표 측은 지난 20일 KBS가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를 출연금지시켰다는 논란에 대해 "KBS 측의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는 한, 문재인 전 대표의 출연은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했었다.

    황교익씨는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모임인 '더불어포럼' 공동대표다. 황씨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다음 달 KBS '아침마당' 녹화가 예정돼 있었으나 16일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분은 출연이 어렵다는 결정이 내려졌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문 전 대표의 취소 이유가 다소 황당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신을 지지하는 그룹의 공동대표가 KBS 방송프로그램에 출연 금지를 당했다는 이유로 대선주자 좌담회를 취소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특히 KBS는 과거 선거 때부터 '선거기간 중에 특정 후보자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사람을 방송에 출연시키지 않도록 주의한다'는 자체 제작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블랙리스트와 연결시켜서 토론회 취소 압박을 하고 불참하겠다고 하는 것은 책임있는 대권 후보의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이와 관련, "대통령 후보로서 국민에게 검증을 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의무"라며 "이것(황씨의 출연금지 조치)을 핑계로 만약 KBS에 출연하지 않는다면 자기의 자질을 국민에게 보여주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문재인 전 대표의 KBS 토론회 불참은 교만인가 아니면 준비 안 된 '무능' 후보임이 탄로날까 두려운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정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더욱이 KBS측이 당사자에게 양해까지 구했음에도, 이런 구실로 좌담회에 불참하겠다는 문 전 대표의 태도는 언론관이 왜곡되어 있고, 언론위에 있는 듯한 교만한 태도"라며 이번 사태를 문 대표의 '국민의 알 권리 침해'이자 '국민검증 무시' 사건으로 규정했다.

    그는 특히 문 전 대표의 좌담회 불참에 대해 "검증회피 전략이 아닌가 의심스럽다"며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말하지만, 안보, 경제 어느 것 하나에도 식견과 능력, 비전이 없는 무능하고 불안한 후보라는 실체가 확인될 것이 두려워 출연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라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한편 문 전 대표는 경선룰과 관련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의원의 경선 참여 전망에 대해 "아마 다른 후보들도 승복할 거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룰에 대해 누구나 불만이 있을 수는 있지만 크게는 많은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으로 그런 룰을 만든 것"이라며 모든 후보들이 함께 승복할 수 있고 서로 끝내는 협력적인 경쟁을 해 낼 수 있는 그런 룰을 위해, 그리고 보다 많은 국민들의 참여를 위해 당에서 그렇게 룰을 만든 것으로 저는 이해한다"고 당원들의 이해를 구했다.

    앞서 민주당 당헌당규정책강령위원회는 전날 국민경선·결선투표제를 포함해 '19대 대통령후보자선출규정'을 내놨다. 이에 대해 공동경선·공동정부를 주장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의원은 환영할 수 없다며 유감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