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조'서 인민보안부 소속 북한 형사로 파격 변신
  • ▲ 꽃미남 배우 현빈이 영화 '공조'에서 강렬한 살기를 뿜어내는 북한 형사 림철령으로 분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 꽃미남 배우 현빈이 영화 '공조'에서 강렬한 살기를 뿜어내는 북한 형사 림철령으로 분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역시 영화는 영화일 뿐이었다. 작품 속에서 검게 그을린 피부를 과시하며 도심을 휘젓던 짐승남 '철령'은 온데간데 없었다. 영화 '공조' 홍보를 위해 인터뷰장에 들어선 현빈은 영락없는 '시크릿가든'의 김주원이었다. 벌써 6년이나 지난 작품이지만 아직도 현빈하면 '시크릿가든'이 떠오른다. 작품의 인기도 대단했지만 현빈이라는 배우의 실제 이미지와 싱크로율이 가장 잘 들어맞는 캐릭터가 바로 김주원이었기에 여전히 현빈의 얼굴을 들여다보면 '김주원'의 잔상이 느껴진다.

    매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해야하는 배우에게 어떤 이미지가 남아 있다는 건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다. 어떤 배우가 무슨 작품에 출연하든지 관객들에게 동일한 캐릭터로 다가온다면 그 배우는 죽은 목숨이다. 작품 속에서 항상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 배우에게서 '같은 모습'이 발견된다는 건 지워지지 않는 '낙인'이 이마에 찍혀 있는 것과도 같다. 그래서 배우들은 변신을 위해 몸부림친다. 다음 작품을 정반대의 캐릭터로 잡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제가 출연한 로맨틱코미디 작품은 딱 2개 밖에 없어요. '내 이름은 김삼순'과 '시크릿가든'. 저는 항상 다른 장르, 다른 색깔에 도전해왔거든요. 그런데도 많은 분들은 제가 '로코'에 자주 출연했던 걸로 아시더라고요. 그만큼 두 작품이 상업적으로 성공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실제로 현빈은 데뷔 이래 드라마, 멜로, 액션 등 다양한 장르에서 팔색조 같은 연기 변신을 거듭해왔다. 정신질환자부터 일국을 호령하는 왕까지, 안해본 역할이 없을 정도다. 그런 면에서 영화 '공조' 역시 현빈다운 선택이었다. '역린'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현빈은 가공할 무술 능력을 지닌 북한 형사로 관객들과 조우했다.

    투박한 북한 사투리를 내뱉으며 유해진과 티격태격하는 현빈의 모습 속에서 김주원의 곱상한 이미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영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신이 이어졌다. 영화 '역린'에서 선보였던 아찔한 등근육은 더욱 탄탄해져 있었고, 북측 요원들과 격투를 벌이는 모습에선 한 마리 늑대와도 같은 야성(野性)이 느껴졌다.

    언제나 그랬다. 현빈이라는 배우를 떠올리면 시크릿가든의 재벌 2세가 연상됐지만, 스크린에서 만나는 현빈은 매번 다른 모습이었다. 관객에게 끊임없이 기대감을 안기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배우, 그게 바로 현빈의 진가(眞價)가 아닐까?

    예전엔 뭔가 좀 여운이 남거나 메시지가 있는 작품을 해보자는 주의였다면 지금은 뭐든 열심히 해보자는 주의로 바뀌었어요. '공조'라는 작품도 사실은 굉장히 상업적인 영화잖아요? 관객 분들이 극장에 오셔서 편하게 즐기고 돌아가실 수 있는 그런 작품이죠.


    자타공인 '톱스타'로 불리는 그이지만 작품이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데뷔 때나 지금이나 한결 같다. '겸손'. 그는 항상 자신이 배운다는 자세로 주변 사람들을 대한다. 연기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 아무 것도 모르는 초년병처럼 연습하고, 고민하고, 물어보는 일들을 반복한다. 그런 그에게 상대 배우들은 모두 하늘 같은 스승이다. 하물며 연기 경력 20년을 자랑하는 '유해진'이란 배우는 오죽할까?

    정말 함께 연기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선배님과 빨리 친해지고 싶어서 먼저 연락을 드리고 선배님 댁에 찾아갔어요. 하하. 원래 스태프들과 반주를 하고 돌아가는 길이었는데요. 선배님과 얘기를 더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실천에 옮겼죠. 다행히 선배님이 잘 받아주셔서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충무로 극장가를 이끄는 두 명의 스타가 와인잔을 기울이며 우정을 다졌다는 일화는 그렇게 시작됐다. 낯가림이 있는 유해진도 현빈의 적극적인 공세(?)에 주저없이 마음 문을 열고 다가왔다. 실제로 형·동생 이상의 관계로 발전한 두 사람은 영화 속에서 수시로 밀고 당기는 '찰진 호흡'을 자랑한다. '버디 무비'의 특성상 콤비로 출연하는 두 배우의 호흡이 굉장히 중요한데, 현빈과 유해진은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사이처럼 절묘한 '합'을 주고 받는다.

    선배님으로부터 많은 것들을 배웠고 촬영 기간 정말 재미있게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죠. 단순한 흥행지표보다 제가 열심히 했고,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어요.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지만….


  • ▲ 꽃미남 배우 현빈이 영화 '공조'에서 강렬한 살기를 뿜어내는 북한 형사 림철령으로 분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조광형 기자 ckh@newdaily.co.kr 

    [사진 제공 = 퍼스트룩(1st L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