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확장성 막을까…두려움 느낀 야권의 潘 낙인찍기
  •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7일 전라남도 진도 팽목항을 찾아 시신 미수습자 유가족을 위로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7일 전라남도 진도 팽목항을 찾아 시신 미수습자 유가족을 위로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여기가 어디라고 친일파가 오느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7일 진도 팽목항을 방문하자, 시위대가 목소리를 높였다. 희생자를 조문하고 미수습자 가족과 대화를 나누기 위한 방문이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 퇴진 진도 운동본부' 등 시위대 20여 명은 반 전 총장의 방문에 일찌감치 현수막과 팻말을 들고 기다렸다. 이들은 15시 40분경, 반 전 총장이 도착하자마자 "한·일 위안부 협정이 잘한 것이냐", "아이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으냐"는 막말을 쏟아냈다.

    현장에는 90여 명의 반사모 회원들도 함께 있었지만, 시위대와 반 총장이 충돌해 아수라장이 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들의 시위는 반 전 총장이 현장을 빠져나갈 때까지 계속됐다.

    오전 김해 봉하마을에서는 경남 노사모 회원들의 반대시위에 부딪혔던 반 전 총장은 진도에서도 결국 격렬한 반대시위를 겪어야 했다.

  • ▲ 이날 진도 현장에서는 반기문 전 총장 지지자 모임인 '반사모' 회원과 박근혜 정권 퇴진 진도운동본부 회원들이 대치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사진 왼쪽이 반사모 회원 일동, 오른쪽이 박근혜 정권 퇴진 진도 운동 본부이다. ⓒ뉴데일리 임재섭 기자
    ▲ 이날 진도 현장에서는 반기문 전 총장 지지자 모임인 '반사모' 회원과 박근혜 정권 퇴진 진도운동본부 회원들이 대치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사진 왼쪽이 반사모 회원 일동, 오른쪽이 박근혜 정권 퇴진 진도 운동 본부이다. ⓒ뉴데일리 임재섭 기자

    특이한 점은 이날 이들의 시위는 다른 여권 후보들이 팽목항을 찾았을 때보다 훨씬 과격하게 전개됐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에서 대표를 지냈던 김무성 의원이 방문했을 때 반응도 이처럼 격렬하지는 않았다. 반 전 총장에게만 유독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 셈이다.

    더군다나 반기문 전 총장은 세월호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는 세월호 사건 발생 당시 유엔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설령 그가 위안부 합의를 찬성했다고 해도 그것이 세월호 유가족을 추모할 수 없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심지어 세월호 사건 당시 그에게 비판을 늘어놓은 사람도 거의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2014년 11월 6일까지 "정치를 한다면 우리와 하는 게 DNA에도 맞고 의리상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적극 구애하기까지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왜 반 전 총장이 가는 곳마다 자주 과격한 시위가 벌어질까. 이는 반기문 전 총장이 박근혜 대통령·문재인 전 대표 양쪽 모두에 선을 긋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반기문 전 총장은 시신 미수습 유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유가족을 향해 "제가 정부에 있지 않지만 빠른 시일 내에 인양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정부나 국민 모두 여러분과 함께 고통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인양에 적극 나서겠다'는 대목에서는 박 대통령과 선을 긋고, 방법론에서 정부를 언급함으로써 문재인 전 대표와의 협력 가능성에도 거리를 둔 것이다.

    이런 반 전 총장의 행보가 야권 지지층의 두려움을 불러왔다는 설명이다. 만일 반 전 총장이 두 사람 모두와 선을 그으면서 정체성을 확립한다면, 당장 제3 지대의 구심점으로 설 가능성이 크다. 중도와 보수를 아우를 수 있는 반 총장으로서는 문재인 전 대표에게는 확장성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나아가 문 전 대표의 대선에 최대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두려워한 야권에서 반 전 총장이 가는 곳마다 시위를 벌이면서 '낙인찍기'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정치권 관계자는 "보수는 위기에 집결하는 성향이 있어 자신이 크게 좋아하지 않는 후보에도 투표하지만, 진보는 노선 차이로 그간 여러 차례 분열해온 전례가 있다"면서 "문 전 대표로서는 중도에서 3지대가 형성되는 것이 본인의 대권 구도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