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이후 정국에 대응할 것"… 대선 출마 공식 선언도 검토 대상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측의 이도운 대변인(왼쪽 서 있는 사람)이 11일 서울 마포에서 취재진을 모아놓고 반기문 전 총장의 일정과 동선 등을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측의 이도운 대변인(왼쪽 서 있는 사람)이 11일 서울 마포에서 취재진을 모아놓고 반기문 전 총장의 일정과 동선 등을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정치 행선지 결정이 당초 알려진 것보다는 조금 빨라질 전망이다. 약 보름 정도 남겨둔 설 연휴 이후로는 반기문 총장의 정치 행보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기문 전 총장 측 이도운 대변인은 11일 오전 서울 마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설 전까지는 (반기문 전 총장의) 정치적 행보는 없을 것"이라며 "설 이후에 정국이 어떻게 될지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27일부터 시작될 설 연휴 전까지는 '정치 행보' 없이 국민통합 메시지 전달과 '민생 행보'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도운 대변인은 "설까지는 정국에 영향을 받지 않고 삶의 현장에 다니는데 집중할 것"이라며 "강연을 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대규모보다는 소규모로 듣는 것 위주로 하면서 (국민들과) 이해의 폭을 넓힐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치인과의 회동도 이 기간 중에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도운 대변인은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했는데, 정치인을 만나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며 "직접 만나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 수는 있겠지만, 그조차도 가까운 장래는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새누리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처럼 '반기문 전 총장을 돕겠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한 의원들과의 교감도 설 연휴 전까지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처럼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는 발언을 했지만, '관망'의 기간이 당초 정치권 안팎의 예상보다는 짧아진 셈이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반기문 전 총장이 귀국 이후 한 달여에서 최대 2월말까지는 기성 정치권과 거리를 둔 채 민생 행보에만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정치와 거리를 둔 민생 행보의 기간을 '설 연휴 전'까지로 못박은 것은 애초 예상보다는 짧아진 것이다.

    이처럼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관망'의 기간이 짧아진 것은, 조기 대선 등 정치권의 템포가 예상보다 훨씬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2월 중순에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 인용 결정이 나올 경우, 대선은 오는 4월 12일에 치러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설 연휴 전에는 '설날 차례상 민심'을 선점하고자 하는 정치인들의 대선 공식 출마 선언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당장 범(汎)보수 진영에서 반기문 전 총장과 대권주자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설 연휴 직전인 오는 25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도운 대변인은 "현재도 굉장히 정치적 변수가 많다"며 "너무나 먼 미래를 내다보는 것은 어렵다"고 토로했다. 정국이 급변할 수 있는 국면에서 '관망'의 기간이 너무 길어져서는 곤란하다는 정무적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관측된다.

    오준 전 주유엔대사가 이날 〈동아일보〉에 보도된 인터뷰에서 "'반기문 신당'을 만들기에는 시간이 없다"며 "기존 정당과 두루 접촉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반기문 전 총장은 설 연휴 전까지는 민생 행보에 집중하다가, 설 연휴 이후부터 정국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다양한 정치인들과의 접촉의 면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무렵, 필요하다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것도 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이도운 대변인은 "여와 야에 여러 (대권주자급) 정치인들이 있지만 공식 출마 선언을 한 사람이 있느냐"며 "아직은 그런 (대권 도전 선언)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여야에서 공식 출마 선언이 줄을 잇게 되는 설 연휴가 지나게 되면, 반기문 전 총장도 적절한 시기에 결단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편 반기문 전 총장은 12일 오후 뉴욕발 아시아나항공 편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일각에서 보도가 이뤄진 것과는 달리, 공항철도를 통해 서울역으로 이동하지는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도운 대변인은 "공항철도와 지하철을 타는 부분에 대한 검토가 있었다"면서도 "여행객이나 다른 시민들에게 폐를 줄 우려가 높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13일에는 국립현충원을 참배한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빼고 참배한 야권 인사들과는 달리 '국민통합'과 '화합'의 차원에서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4인의 전직 대통령 묘역을 모두 참배할 것으로 알려졌다.

    14일에는 고향인 충청북도를 방문한다. 충북 음성과 충주를 찾는데, 이 과정에서 음성 꽃동네도 방문하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반기문 전 총장의 동선과 관련해 그간 이뤄졌던 보도를 놓고 이도운 대변인은 "팽목항을 안 갈 수 있겠는가. 전직 대통령 묘역을 다 참배하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만 안 갈 수 있겠는가. 당연히 간다"면서도 "다만 언제 가느냐, 그것은 논의를 해서 확정할 문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