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반 총장 의식해 정권교체 거듭 주장 "적폐 청산하는 게 국민이 원하는 것"
  •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뉴데일리DB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뉴데일리DB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8일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에 대해 "반 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정권교체는 아니지 않느냐"고 견제구를 던졌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경북 경주시민 간담회에서 반 전 총장의 대선 도전에 대해 "국민이 원하는 건 정권교체다. 그것만 확실히 하면 될 것 같다"며 "올해는 정권교체의 해이며 그래야만 적폐를 청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가 '정권교체 의지'를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우며 추격하는 반 총장을 강하게 견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 전 대표는 최근에도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대한 절박함을 가졌냐는 측면에선 제가 (반 총장보다) 훨씬 낫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구미시의회에서 열린 경북 기자간담회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대해 "어느 날 갑자기 졸속으로 성주에 사드가 배치되는 것으로 결정이 돼 우리 성주구민들 아주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사드 반대론을 펴기 시작했다.

    그는 "저는 사드배치를 다음 정부로 최종결정을 미뤄서 다시 충분한 어떤 검토와 또 중국이나 러시아를 상대로 한 외교적인 노력을 좀 더 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사드 배치 연기론을 거듭 주장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문 전 대표가 정권을 잡으면 사드 배치는 사실상 백지화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최근 민주당의 지지율이 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새누리당을 앞섰다는 여론조사를 언급하며 "저희들로서는 정말 경북도민들께 감사드리고 싶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다만 "그러나 아직은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저희가 더 겸허하게 노력해서 경북과 대구지역으로부터 지지받을 수 있는 그런 정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우리 더불어민주당이 정권교체에 앞장서겠다"고 주장했다.
  • ▲ 오후 경북 구미시청 열린나래 북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시청을 빠져나가려 하자 박사모 회원들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뉴시스
    ▲ 오후 경북 구미시청 열린나래 북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시청을 빠져나가려 하자 박사모 회원들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뉴시스


    이날 문 전 대표의 경북 기자간담회 직후 경북 구미시청 앞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 200여 명이 모여들어 탄핵 무효를 외쳤다.

    일부 시민들은 문 전 대표의 차량을 막아서는 등 시위를 벌였고, 이로 인해 문 전 대표는 구미시청 주차장에 일시적으로 고립되는 소동이 일어났다.

    시민단체는 특히 문 전 대표가 탄 차량 앞을 가로막고 미리 준비한 태극기를 흔들며 "문재인은 빨갱이" 등의 욕설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전 대표 측 김경수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지지단체 회원들이 문 전 대표에 대해 비상식적이고 폭력적 집단행위를 했다"며 "사법당국은 철저히 수사하고, 응분의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 ▲ 박원순 서울시장.ⓒ뉴데일리
    ▲ 박원순 서울시장.ⓒ뉴데일리



    이런 가운데, 민주당 안팎에선 오히려 기득권 세력인 친문세력을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소속 대권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문 전 대표는 청산돼야 할 낡은 기득권 세력"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원순 시장은 전북 전주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전 대표는) 이미 기득권이 된 사람이며, 오래 민주당을 장악했고 지금도 여전히 여의도 정치를 상징하는 인물 중의 한 명"이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특히 박 시장은 문재인 대표 시절의 야권분열 사태를 언급하며 "이는 그의 무능함과 우유부단함 때문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박 시장은 "당대표 시절 제1야당으로서 선거에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점에서 무능했고 촛불집회가 시작됐을 때 참여를 꺼렸던 점이 바로 우유부단함이다. 이런 모습으로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건설을 위해 구체제의 종식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부응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문 전 대표가 그동안 각종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이런 인물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   

    박 시장은 또 "촛불민심은 한마디로 기득권 질서를 교체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자는 것인데, 문재인 전 대표는 이 과정에서 청산의 대상이지 그 주체가 될 수 없다"며 사실상 문 전 대표의 2선 후퇴를 요구했다.

    나아가 박 시장은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해 "과거 걸어온 길을 보면 그 사람의 갈 길을 알 수 있다. 국정에 대한 통찰력과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권교체를 이루더라도 결국 또 하나의 실패가 된다"고 대권주자 자질에 강한 의구심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