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고위간부들 고개 처박고 메모하는 모습 비아냥…‘콩나물 대가리’ ‘연기’ 등 단어도 유행
  • 김정은의 현지지도를 수행하며 뭔가를 열심히 받아적는 北고위간부들. 이것도 살기 위해서라고 한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 김정은의 현지지도를 수행하며 뭔가를 열심히 받아적는 北고위간부들. 이것도 살기 위해서라고 한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적자생존(適者生存)’. 진화론에서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적합한 종(種)이 살아남는다는 뜻이다. 원 뜻은 이렇지만 북한에서는 ‘적자생존’이 다른 의미라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8일 북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적자생존’이라는 단어가 노동당 고위간부들을 조롱하는 말이 됐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에게 밉보여 ‘공개처형’을 당하기 싫다면, 현지 지도를 수행할 때마다 김정은이 하는 말을 열심히 받아 적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평안남도 소식통은 “변덕스러운 김정은의 무지막지한 공포정치로 겁에 질린 (노동당) 간부들의 실상을 그대로 반영한 말”이라며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퍼진 조롱거리를 설명했다.

    이 평안남도 소식통은 “北노동당 고위층 사이에서는 김정은 지시를 무조건 받아 적는 시늉이라도 해야 살아 남는다는 게 상식이 되고 있다”면서 “열심히 적는 자만이 생존한다는 뜻으로 ‘적자생존’이라는 말이 북한 고위층의 아부와 아첨을 의미하는 말로 변질되었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北선전매체 ‘조선중앙방송’의 김정은 관련 보도를 예로 들었다. 그는 “조선중앙방송은 TV를 통해 北노동당 고위 간부들이 김정은 앞에서 허리도 못 펴고 굽실대는 모습을 그대로 방영하고 있다”면서 “방송을 통해 주민들이 접하는 이런 모습은 김정은의 위신을 높이기는커녕 (노동당) 고위간부들의 불쌍한 처지를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北노동당의) 고위 간부일수록 무능하고 실력이 없어도, 무조건 허리를 굽히고 아첨만 잘 하면 출세할 수 있다는 것이 북한 주민들의 생각”이라면서 “숙청 당하지 않고 김정은 주변을 맴도는 간부들은 모두 ‘적자생존’의 전형적인 인간들”이라고 비판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평양 소식통 또한 ‘적자생존’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평양 소식통은 “위로 올라갈수록 ‘적자생존’과 아첨을 무기로 권력을 유지하면서 한 몫 챙기려는 간부들의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北노동당 고위간부를 가리켜 ‘콩나물 대가리’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전헸다.

    ‘콩나물 대가리’란 김정은과 가까운 북한 고위층일수록 콩나물 대가리만큼이나 목이 잘릴 확률이 높다는 뜻이라고.

    이 소식통은 “북한 주민들은 (北노동당) 고위 간부들이 자기네끼리 이권 다툼을 하다가 ‘콩나물 대가리’ 신세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北노동당 고위층을 가리키는 말로 ‘빈 깡통’과 ‘연기’ 등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빈 깡통’이란 소리만 요란할 뿐 실리가 없다는 면에서, ‘연기’란 하늘에서 사라지는 것처럼 허무한 지위와 권력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주민들뿐만 아니라 당 간부들끼리도 ‘적자생존’이라는 말로 자신들의 처지를 한탄하고 있다”면서 “숙청, 처형에 대한 공포는 고위층뿐만 아니라 중간 간부들에게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의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정은의 현지지도 때마다 수행한 사람들이 수첩에 열심히 받아 적는 모습은 일종의 선전용 행동이자 김정은에 대한 충성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김정은의 능력이 부족하고 경험 또한 일천하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현재 북한이 겪고 있는 실패는 김정은의 오만함과 무능력, 비겁한 노동당 고위층에 의한 것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