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집권→미군철수→대북폭격→국지전 시나리오에 국내외 우려 일치
  • ▲ 북한의 해주와 개성이 연결된 한반도 지도를 배경으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북한의 해주와 개성이 연결된 한반도 지도를 배경으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미국 최고 권위의 외교전문지에 실렸다.

    나경원 의원 등 국내 정치권 내의 외교통들은 좌파 집권시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우리 정부의 입장에 구애됨이 없이 북핵 문제를 독자적으로 해결하려 들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해왔는데, 정확하게 일치하는 우려가 미국 외교가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셈이라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맥스 부트 미국외교협회(CFR) 연구원은 27일자로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에 게재된 기고문에서 "좌파인 문재인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한국이 미군을 (한반도에서) 떠나도록 내버려둘 수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뒤를 이을 야당의 선두주자 문재인 전 대표는 친미 성향이 덜하고, 북한과 화해를 모색하는 경향"이라고 지적했다.

    포린 폴리시(FP)는 격월간으로 발행되는 최고 권위의 외교전문지로, 미국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에서의 외교 정책 관련 여론 형성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린 폴리시가 기고를 통해 밝힌 우려는 내년 '조기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될 경우, 주한미군 전면 철수와 함께 한반도에서 국지전(局地戰)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국내 정치권과 외교가 관계자들의 염려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다.

    안보 전문가는 "문재인 대표가 당선될 경우 한미 간의 갈등은 10년 전 참여정권 시절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며 "그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북한의 핵(核) 기술이 고도화됐기 때문에, 주한미군을 북핵 위협 하에서 방치하기보다는 철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군사 문제에 있어서도 인명을 최우선으로 중시한다. 현재는 2만8000명 규모의 주한미군이 북핵 위협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주둔군을 지킬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조차 마음대로 배치할 수 없는 환경이 되면 이를 방치하기보다는 전면 철수시킬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 ▲ 나경원 의원(사진)은 28일 YTN 〈뉴스인〉에 출연해, 한미 동맹을 경시하는 차기 정부가 들어설 경우, 미국이 독자 판단에 따라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등 한반도 불안 요인이 증대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나경원 의원(사진)은 28일 YTN 〈뉴스인〉에 출연해, 한미 동맹을 경시하는 차기 정부가 들어설 경우, 미국이 독자 판단에 따라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등 한반도 불안 요인이 증대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실제로 사드 배치와 관련해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배치를 연기하거나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 측 마이클 플린 안보보좌관 내정자는 "(사드는) 한미 동맹의 상징"이라고 반박했는데, 문재인 전 대표가 실제 집권해 사드 배치를 재검토하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미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포기하는 대신 주한미군을 거둬들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나아가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주한미군은 그간 북한의 공격이 있을 경우 미국의 개입을 담보하는 인계철선(Trip Wire)의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미국의 북폭(北爆) 등 독자적인 군사행동을 방지하고 우리와의 사전 협의를 유도하는 기능을 하기도 했다.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미국이 리비아·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 대해서 그랬듯이 북한에 대해 독자적인 군사행동에 나서더라도 우리가 관여할 수단이 없게 된다. 북한도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더 이상 우리에 대한 군사행동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결국 미북 양측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이와 관련, 국회 외통위에서 오래 활동해 한미 관계에 밝은 나경원 의원은 28일 YTN 〈뉴스인〉에 출연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나경원 의원은 "11월에 미국을 다녀왔는데, 미국은 더 이상 북핵을 한반도의 문제가 아닌, 미국의 문제로 생각하고 있더라"며 "미국의 정세를 봤을 때, 차기 정부는 미국과 대화가 되는 정부가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에 대해 "한미 동맹을 중요치 않게 생각하는 정부가 들어서면, 미국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우리 정부의 양해 없이 자체 판단으로 북핵 문제를 진행할 것"이라며 "한반도 전체에 상당한 불안 요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나경원 의원이 국민의 불안을 우려해 상세하게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문재인 전 대표가 집권하는 등 한미 동맹을 경시하는 세력이 들어서면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독자적인 북폭을 전개할 수도 있다는 뜻"이라며 "변화하는 국제정세에 밝고, 굳건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한반도의 운명을 이끌어갈 수 있는 인물이 차기 대통령으로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