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행보 도중 중립성향+충청권 '제5지대' 형성… '세력 대 세력 통합' 추진
  •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새누리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가 지난 5월 제주에서 만나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제공=중앙일보)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새누리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가 지난 5월 제주에서 만나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제공=중앙일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귀국이 약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로 돌아온 뒤 가칭 개혁보수신당(보수신당)과의 '랑데뷰'에 한 달 정도의 간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등 정치행보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29일 열릴 새누리당 개헌추진회의와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던 정진석 전 원내대표가 일정을 바꿔 전날 미국으로 급거 출국했는데, 반기문 총장의 귀국과 정치행보를 앞두고 마지막 '사인'을 교환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반기문 총장은 내달 15일 전후에 귀국한 뒤 한 달간 '국민통합' 행보에 나선다. 전직 대통령과 영부인을 예방하고, 타계한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등 자기 계파 출신 전직 대통령 묘역만 참배할 예정인 야권의 대권주자들과는 달리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역대 대통령 묘역 전부를 빠짐없이 참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특정 정당에 바로 몸담으면 '국민통합' 행보가 빛이 바랠 수 있으므로, 2월 중순~말까지 한 달 정도는 국민 여론과 정치권의 추이를 지켜본다는 것이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이르면 2월 중에 탄핵심판이 인용돼 4월에 '조기 대선'이 치러질 수 있는 상황이므로, 정치행보를 아예 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이 시기에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탈당해 제5지대에서 세력을 형성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새누리당 경대수·박덕흠·이종배 등 충청권 의원들은 최근 미국 뉴욕에서 반기문 총장과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경대수 의원은 "공산당만 아니라면 반기문 총장이 가는 길로 따라가겠다"고 다짐했고, 이에 반기문 총장도 "고맙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정우택 원내대표와 이장우 전 최고위원, 김태흠 의원을 제외한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 10명은 반기문 총장과 정치적 거취를 함께 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충청권 의원들만 이탈해서 세력을 형성하게 되면 마치 자민련처럼 돼서,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지도자인 반기문 총장의 이미지가 충청권의 권역맹주로 전락하게 된다는 게 우려되는 지점이다. 이 때문에 '제5지대 형성' 시에는 충청권 의원들로만 행동하기보다는 여러 권역의 의원들을 아우르는 행동이 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의 '급거 방미'가 주목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이주영 의원과 함께 새누리당 중립·중도 성향 의원 모임의 '투톱'이다. 이 모임에는 20여 명 안팎의 의원들이 소속돼 있다. 이들이 충청권 의원들과 행동을 같이 하면, 보수신당의 1차 탈당에 버금가는 30명에 가까운 의원들이 일거에 움직일 수 있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중립 모임의 박순자 의원이 (보수신당의) 1차 탈당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가 보류한 것은 이 때 행동을 같이 하기 위함일 것"이라며 "한 달 정도 시간적 여유를 두면서 제5지대를 형성한 뒤, 보수신당과 통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최근 반기문 총장과 회동한 인사들이 일관해서 밝히듯이 반기문 총장이 친박계가 장악한 새누리당으로 향할 가능성은 0%다. 결국 보수신당과 어차피 함께 할 수밖에 없지만, 한 달이라는 간격을 두면서 독자 세력을 형성하는 이유는, '유승민 사당(私黨)'에 개별 입당하는 듯한 모양새로 비쳐지거나, 유승민 전 원내대표에게 업혀가는 모양새가 돼서는 안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치권 안팎의 전망을 종합하면, 반기문 총장은 내달 중순에 귀국해 '국민통합' 행보를 하면서 한편으로 독자 세력을 형성한 뒤, 2월 중순에서 2월말 사이에 보수신당과 '세력 대 세력'으로서 통합한다는 것이다.

    보수신당도 반기문 총장이 귀국한 직후인 내달 24일에 중앙당 창당까지 완결짓게 된다. 향후 한 달 간은 반기문 총장 측과 교감을 강화하면서 대선을 앞두고 다양한 정계 개편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기가 된다.

    반기문 총장 세력과 보수신당이 '랑데뷰'할 때 정치권에 '빅 뱅'이 일어나면서, 불임정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에서 추가 탈당이 잇따르고, 사전 정지 작업 여하에 따라서는 더불어민주당 비문(非文) 세력 일부와 국민의당에서도 개별적으로 합류하는 인원이 나올 수도 있어 이른바 '빅 텐트'가 쳐지게 된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여권 핵심관계자는 "대선까지 정치행보의 대략적 윤곽은 그려진 것 같다"며 "뉴욕에서 투수(반기문 총장)와 포수(정진석 전 원내대표)가 마지막 사인을 교환하는 단계"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귀국한 뒤 포수가 야수들에게 내는 사인을 보면, 반기문 총장이 어떤 그립을 잡기로 한 것인지 유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