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빠른 시간 내에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정통보수정당 될 것"
  • ▲ 가칭 개혁보수신당의 초대 원내대표로 합의추대된 주호영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가칭 개혁보수신당의 초대 원내대표로 합의추대된 주호영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가칭 개혁보수신당(보수신당)이 보수정당의 기본을 튼튼히 하는 방향으로 첫 원내지도부를 선출했다.

    보수신당은 27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원내교섭단체 등록 이후 첫 의원총회를 열고, 주호영 의원을 초대 원내대표로, 이종구 의원을 초대 정책위의장으로 합의추대했다.

    보수신당 첫 원내지도부 합의추대의 배경으로는, 새누리당과의 보수정당 적통(嫡統) 경쟁을 고려해 '정통보수'라는 측면에서 한 치의 흠도 없는 인물을 내세우고, '경제 살리는' 보수정당의 이미지를 감안해서 경제 전문가를 전진배치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호영 원내대표(4선·대구 수성을)는 대구·경북(TK) 권역을 대표하는 '정통보수' 정치인이다. 한나라당이 야당이었던 2004년 탄핵광풍 속에서 정계에 입문해,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숙원이던 정권교체에 절치부심했다.

    정권교체를 이뤄낸 뒤에는 이명박정부에서 특임장관을 지냈으며, 박근혜정부에 들어와서도 청와대 정무특보로 중용되는 등 정무 분야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그간 걸어온 정치 행보를 살피자면 '정통보수의 본류'에서 한 치의 어긋남도 없는 외길을 걸어왔다는 평이다.

    박근혜정부 국정 운영 과정에서 돌발 변수였던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에서 원칙론을 강조했고, 국회 정보위원장으로서는 핵심 쟁점법안인 테러방지법 통과에 진력했다. 총선을 앞두고 모두가 공무원들의 표심이 두려워 피했던 자리인 '공무원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십자가를 지고 연금개혁을 관철했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을 헌법재판소에 제소하기로 했을 때, 판사 출신 법조인으로서 주도했다. 보수신당이라는 한 배를 타게 된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문제작 '국회법 개정안 파동' 때 본회의에서 소신으로 반대 투표를 던진 의원 중 한 명이다.

    이처럼 정통보수의 외길을 걸어온 주호영 의원을 비박(非朴)계로, 다시 분당과 신당 창당의 길로 내몬 원인은 친박(親朴)계가 제공했다.

    지난 4·13 총선 당시 '친박 막장 공천'을 전횡했던 이한구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하필이면 주호영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을을 여성우선추천지역구로 선정하며 낙천시킨 것이다.

  • ▲ 가칭 개혁보수신당의 초대 원내대표로 합의추대된 주호영 의원이 지난 4·13 총선 당시 무소속 기호 5번으로 출마해 흰색 유세복을 입고 오른팔에 태극기를 부착한 채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대구=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가칭 개혁보수신당의 초대 원내대표로 합의추대된 주호영 의원이 지난 4·13 총선 당시 무소속 기호 5번으로 출마해 흰색 유세복을 입고 오른팔에 태극기를 부착한 채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대구=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여권 핵심관계자는 "많은 지역구 중에서 하필 대구 수성을을 '여성우선지역구'로 선정한 것에는 이한구 위원장의 사심(私心)이 숨어 있었다는 게 정설"이라며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 때 주호영 원내대표와 이한구 위원장 사이에 대구 수성구청장 공천을 둘러싸고 갈등이 있었는데, 이한구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이 되자 '보복 공천'을 했다는 설이 파다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주호영 원내대표는 박근혜정부 시절의 공헌을 내세워서 재심을 요청했으나 '친박 핵심'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대단한 배신감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결국 주호영 원내대표는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지역구민의 선택을 받아 생환했으며, 이후 적극적으로 친박계의 전횡에 맞서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8·9 전당대회에서 비박계 단일후보로 선출돼 친박계 이정현 전 대표와 자웅을 겨루는 등 비박계 핵심 중진의원으로 활동해왔다.

    보수신당 동료 의원들이 이날 만장일치로 주호영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한 것은 △흠 없는 정통보수로서 새누리당과의 보수정당 정통성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점 외에 △TK 권역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의 추가 탈당을 유도하는 한편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제어하는 양수겸장(兩手兼將)이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오전 새누리당 의원 29명이 일거에 탈당해 보수신당을 결성했으나, 보수정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TK에서는 단 두 명이 탈당하는데 그쳤다. 대구에서 주호영 원내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탈당했고, 경북에서는 탈당 의원이 전혀 없었다.

    정치 선례를 살피면 TK는 정통보수로 간주되는 정당이 새로 출현할 경우 애정을 표시했으나, '좌클릭'한 애매한 보수정당이나, 중도보수정당에게는 싸늘했다.

    '원조보수'를 내세운 김종필 전 국무총리(JP)가 지난 1995년 민자당을 분당해서 자민련을 창당했을 때, TK 지역민들은 자민련을 '정통보수' 정당으로 여겨 따뜻한 관심을 보냈다. 이듬해 치러진 4·11 총선에서 자민련은 대구 13석 중 8석(신한국당은 2석에 불과)을 석권했고, 경북에서도 2석을 얻었다.

    반면 자민련이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국민회의와 연립하면서 '좌클릭'하는 모습을 보이자 TK 민심은 빠르게 싸늘해졌다. 자민련은 연립여당의 일원으로 총선을 치른 2000년 4·13 총선에서 대구·경북에서 각 0석을 얻으며 전멸했다.

    보수신당이 TK의 민심을 얻어야 이 권역에서 추가 탈당 의원이 나오고 권영진 대구광역시장 등 광역단체장을 합류시키는 등 당세(黨勢)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TK의 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 식의 '좌클릭' 보수로는 안 되고, 주호영 원내대표 류의 '정통보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의원들의 총의가 모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선출 직후 취재진과 가진 간담회에서 "첫 의원총회에서 영광스럽게 원내대표로 선출됐다"며 "최선을 다해 우리 보수신당이 빠른 시간 내에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정통 보수정당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정통보수'에 방점을 찍었다.

  • ▲ 가칭 개혁보수신당의 첫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추대된 주호영 의원과 이종구 의원이 의원총회 직후 기자간담회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가칭 개혁보수신당의 첫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추대된 주호영 의원과 이종구 의원이 의원총회 직후 기자간담회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아울러 "우리는 다시는 그런 (최순실 사태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정당을 만들자고 결의한 사람들"이라며 "(내달 24일로 예정된) 창당 시점까지 60명이 넘는 의원이 모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주호영 원내대표의 파트너로 이종구 정책위의장을 선출한 것은, 역대 보수정당의 트레이드마크인 '경제 살리는 정당'의 이미지를 선점하려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종구 정책위의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행정고시 재경직렬에 합격한 정통 경제관료 출신 정치인이다. 재무부 은행과, 재경원 금융제도담당관 등을 거쳐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로는 금감위 구조개혁기획단장을 맡아 금융기관의 구조개혁을 진두지휘한 금융정책 전문가이기도 하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마찬가지로 한나라당이 야당이던 2004년 서울 강남갑에서 당선돼 정치권에 입문했으며, 중앙정치와 상임위 활동, 지역구 관리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탁월한 의정 활동을 통해 2008년 당으로서는 정권교체, 개인적으로는 재선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이처럼 경제 전문가로 활발히 활동하던 이종구 의원은 2012년 3선을 앞두고 쓴맛을 봤다.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 강남갑을 심윤조 전 의원에게 내주면서 일방적으로 낙천당한 것이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09년 8월 특사로 유럽을 순방했는데, 오스트리아를 방문했을 때 주오스트리아 대사로 영접나온 심윤조 의원의 인상을 마음에 들어했다"며 "그런 이유로 낙천당했던 이종구 의원으로서는 어처구니가 없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절치부심한 이종구 의원은 4년간 지역구 활동에 매진한 끝에, 올해 4·13 총선을 앞두고 서울 강남갑에서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 주장한 상향식 공천이 관철되면서 경선에서 심윤조 전 의원을 누르고 3선 고지에 올랐다.

    지난 5월 원구성 과정에서 국회 기재위원장을 염두에 두기도 했으나 친박계에 밀린 이종구 의원은 이후 비박계 활동을 강화하며, 비박계의 핵심 중진의원으로서 강경한 목소리를 내왔다.

    이번에 보수신당에 합류하게 된 이종구 의원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의 경제 전문가답게 신당의 경제 기본정책 수립에 깊숙이 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구 정책위의장은 이날 선출 직후 취재진과 가진 간담회에서 "보수신당은 깨끗한 보수를 지향하는 정책정당이 될 것"이라며 "특히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공약을 새로 만들고 여러 정책 현안에 대한 입장도 잘 정리해 국민들에게 선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