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원 재판관 "탄핵 의결에 앞서 법사위 조사절차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은 적절"
  • ▲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2차 준비기일인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박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인 이중환 변호사가 준비기일을 마치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2차 준비기일인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박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인 이중환 변호사가 준비기일을 마치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첫 변론기일이 내년 1월 3일 오후 2시로 확정됐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오는 30일 3차 준비기일을 추가로 열고 사건과 관련한 수사기록을 검토한 뒤 이를 중심으로 쟁점을 확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청구인과 피청구인 측은 30일 마지막 준비기일에 참석한 뒤 내년 초부터 탄핵 심판 최종 결정을 위한 변론 절차에 돌입하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27일 오후 2차 준비절차 기일을 열고 탄핵소추안을 둘러싼 대통령 대리인단과 국회 소추위원단 측의 주장을 정리했다.

    이 자리에서 탄핵심판 사건의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대통령 대리인단이 주장한 탄핵절차의 문제점을 다투지 않고 본안 심리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절차적인 문제는 치우고 사실인정 중심으로 진행하겠다. 대통령 측이 제출한 적법 요건은 증거조사나 본안 판단에서 참작하겠다. 대통령 측이 증거 없이 탄핵심판을 청구한 것은 부적합하다고 했지만 증거가 없으면 기각 아니겠나, 탄핵소추가 부실하게 됐다고 강조한 것이라고 이해하겠다."

    강일원 재판관은 또 "법무부가 제출한 의견서를 보면 탄핵심판 자체는 법률상 요건을 지킨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본안에서 사실인정 여부와 증거 관련 (심리를) 집중하는 것으로 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조사 절차를 지키지 않아 국회법을 위반했다는 박근혜 대통령 측의 지적에 대해선 입장을 달리 했다.

    강일원 재판관은 "탄핵 의결에 앞서 법제사법위원회의 조사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은 적절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유일한 선례인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지적은 옳지만 임의조항이기 때문에 각하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 부분이 꼭 필요하면 다시 논의하겠다"고 전달했다.

    아울러 강일원 재판관은 "수사기록이 재판에 증거로 활용하는 것 외에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유념해달라"고 국회 소추위원 측에 강조했다.

    이날 준비기일에선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신청한 사실조회 내용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1차 준비기일에서는 수사기록 등 관련 자료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소추위원 측의 입증계획이나 증거목록이 구체적이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때문에 준비절차에서 이뤄져야 할 쟁점에 대한 양측의 입장 정리 등도 이뤄지지 못했다.

     

  • ▲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2차 준비기일인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국회 탄핵소추위원인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이 준비기일을 마치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2차 준비기일인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국회 탄핵소추위원인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이 준비기일을 마치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이처럼 탄핵 소추사유가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를 들어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설립목적과 기본조직, 설립 후 사용집행내역, 이사회 결정사항, 후원 현황 등에 대해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또한 전경련 회원사들을 통해 1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출연한 이유와 국민연금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찬성한 과정 등을 포함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담긴 대부분의 소추 사유에 대한 사실관계 조회도 신청했다.

    그러자 국회 측 대리인단은 "사실조회 내용을 보면 많은 부분이 국가기관에 사실이 아닌 의견을 묻고 있는데, 이런 의견을 묻는다면 관계기관이나 기업에 또 다른 불이익이 있을 것을 우려해 사실과 다른 의견을 밝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에 한정해서 조회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의견을 묻는 사실조회라고 했는데, 의견 묻는 것 하나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절차 통해 과정을 묻는 것이어서 의견에 대해서 묻는 것이라는데 동의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조회를 신청한 이유는 시간을 끄는 것보다 신청을 통해 증인신문 절차를 생략하고 최대한 빨리 정리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양측의 공방이 거세지자 강일원 재판관은 "의견을 주면 재판부가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정리했다.

    국회 측이 다음달 3일 열리는 첫 변론기일에 박근혜 대통령의 직접 출석을 요구했지만,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직접 출석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맞서기도 했다.

    이정미 재판관은 국회 소추위원단 측의 요청에 따라 대통령 대리인단에 "박근혜 대통령이 출석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통령 대리인단 측은 "법률적으로 출석 없는 진행이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이정미 재판관은 다시 검토하겠다며 최종 결정을 유보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탄핵심판 당사자가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헌재는 다시 기일을 정할 수 있다. 만일 다시 정한 기일에도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으면 그의 출석 없이도 심리가 가능하다.

    재판부에서 1차 준비기일에 요청한 '세월호 7시간 대통령 행적'에 대한 자료는 준비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들 자료를 포함해 본격적인 변론절차에 돌입하기에 앞서 충실한 변론이 될 수 있도록 충분한 증거제출을 해달라고 양측에 당부했다.
     
    이진성 재판관은 "양측 모두 시간에 쫓긴 면이 있고 자료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장이나 증거를 제출해야 하면서 충실하지 못한 측면이 있는데 지정한 기일에 맞춰 충실한 변론이 되도록 노력해달라"고 했다.

    이날 기일에는 국회 소추위원단의 권성동·이춘석·김관영 의원과 대리인단의 황정근·이명웅·신미용·문상식·이금규·최규진·김현수·이용구·전종민 변호사, 박근혜 대통령 측의 이중환·전병관·박진현·서석구·손범규·서성건·이상용·채명성·황성욱 변호사가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