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연 이틀 강도 높은 조사, 배임수재 혐의점 집중 추궁
  • ▲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후 귀가하고 있다. ⓒ 사진 뉴시스
    ▲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후 귀가하고 있다. ⓒ 사진 뉴시스


    회계장부 조작을 통해 천문학적 손실을 은폐하고 거액의 성과급을 챙기는 등 경영진의 모럴헤저드와 방만 경영 사실이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대우조선해양 비리 사건’과 관련해, 이 회사 남상태(66·구속), 고재호(61·구속) 전 사장 연임을 위해 청와대 등에 로비를 하고 대가성 있는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를 받고 있는 송희영(62) 전 조선일보 주필의 사법처리 수위가 곧 결정될 전망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불구속 기소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대우조선해양 비리 사건이 국가 경제에 미친 영향, 대표적인 주요일간지 주필이 연루된 ‘권언유착’ 의혹에 대한 국민적 관심 등 사안의 중대성 때문에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대우조선비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에 따르면 송 전 주필은 26, 27일 이틀 연속으로 검찰청사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검찰이 송희영 전 주필에게 적용한 혐의는 배임수재이며, 신분은 피의자다.

    현재 송 전 주필이 받고 있는 의혹은 대략 4가지로 정리 할 수 있다.

    하나는 남상태 전 사장 연임로비의 대가로 ‘외유성 호화 출장’을 간 의혹, 두 번째는 정관계 로비를 명목으로 대우조선해양과 금호아시아나로부터 수십억원 대 홍보대행 계약을 체결,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박수환(58·구속)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에 대한 구명 로비 의혹이며, 세 번째는 송 전 주필이 조카들의 대우조선 입사를 대가로 청와대 고위관계자 등을 만나 남 전 사장과 고 전 사장의 연임을 청탁했는지 여부다.

  • ▲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 사진 연합뉴스
    ▲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 사진 연합뉴스


    검찰은 송 전 주필이, 남 전 사장과 박수환 대표 등으로부터 명품 가방과 2천만원 대 손목시계, 수천만원 상당의 백화점상품권 등을 받았다는 사건관계자 진술의 사실 여부도 캐묻고 있다.


    ①출장비용 전액 대우조선 부담...
    유력언론사 주필과 기업CEO, 로비스트의 유럽 여행

    송 전 주필과 남 전 사장, 박수환 대표의 동반 유럽 여행은 ‘출장’이라는 명목이 무색한 ‘호화 관광’ 이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당시 출장비용은 약 2억원으로 전액 대우조선이 부담했다.

    송 전 주필의 외유성 호화 출장 의혹을 처음 제기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이들의 일정을 보면 나폴리와 로마, 소렌토 등 세계적인 관광지 위주로 머물렀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들이 10인승 전세기로 유럽을 돌면서 요트와 골프 등을 즐겼다며, 일상적인 출장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남 전 사장의 연임을 윗선에 청탁하겠다며, 대우조선으로부터 21억원 상당의 일감을 대가로 받은 박수환 전 대표가 출장에 동행한 이유, ‘유럽 출장’을 전후해 송 전 주필이 대우조선에 우호적인 사설과 칼럼 등을 쓴 배경 등을 집중적으로 질의하면서 대가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②‘로비스트’ 박수환 구명 로비 의혹...
    금호그룹 관계자 “송 전 주필이 ‘잘 대비하라’ 조언”

    송 전 주필을 둘러싼 또 다른 의혹은, 그가 박수환 대표의 ‘구명’을 위해 기업 관계자 등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입단속’을 주문했다는 법정 진술에 모아져 있다.

    앞서 지난 2일 금호그룹 오모 전 전략경영본부 사장은 박수환 대표의 변호사법 위반 공판 에 증인으로 나와, 지난 8월 송 전 주필과의 전화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 증인은, 송 전 주필이 전화로 박수환 대표가 압수수색을 당한 사실을 알려주면서, “금호그룹과의 계약서가 압수된 것 같으니 잘 대비하라. 검찰에서 부르면 계약서에 있는 내용대로만 말하면 된다”고 조언했다고 진술했다.

  • ▲ 송희영 전 주필과 박수환 대표. ⓒ 사진 연합뉴스
    ▲ 송희영 전 주필과 박수환 대표. ⓒ 사진 연합뉴스

    홍보대행사 뉴스커뮤니케이션즈를 설립한 박수환 대표는 기업 CEO는 물론이고 산업부 기자들 사이에서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로비스트다.

    그녀는 ‘오너 리스크’나 자금난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 CEO들을 접촉,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제안한 뒤, 그 대가로 수십억원 대의 홍보대행계약을 맺어왔다.

    검찰은 박 대표가 이런 방식으로 2009년에는 유동성 위기를 겪던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11억원 대의 홍보대행계약을 맺고, 2011년에는 연임을 노리는 남상태 전 사장에게 접근해 21억원 상당의 일감을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박수환 대표가 기업 총수나 CEO 등을 만나면서,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송희영 전 주필과의 ‘친분’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박 대표는 ‘홍보대행’을 명목으로, 송사(訟事)가 얽힌 기업이 검찰 수사를 회피하는 방법 등 위법한 법률자문 업무를 수행하면서, 계약서에 유력인사의 명단을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전 주필이 금호그룹 관계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입단속’을 당부했다는 법정 진술이 사실이라면, 그의 혐의는 배임수재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③친조카, 처조카 모두 대우조선 입사...
    특혜 논란에 지원서 조작 의혹도

    송희영 전 주필이 조카들의 입사 대가로, 남상태·고재호 전 대우조선 사장의 연임을 청탁했다는 의혹도 검찰이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쟁점 사안 중 하나다.

    송 전 주필의 조카 A씨는 2009년 2월 대우조선에 정규직 사원으로 ‘특채’됐다. 2014년에는 그의 처조카도 대우조선에 입사했다. A씨는 특채에 필요한 입사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최종 합격해, 지원서가 조작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조카들의 입사를 대가로, 송 전 주필이 청와대 고위관계자 등을 만나 남 전 사장과 고 전 사장의 연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추궁하고 있다.


    ④에르메스와 파텍필립, 명품 로비 의혹 규명도 과제

    송희영 전 주필이 남상태 전 사장과 박수환 대표로부터 각각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가방과 시계. 수천만원 대의 백화점 상품권을 받았다는 의혹도 풀어야할 사안이다.

    지난해 9월 검찰 부패범죄특수단은 남상태 전 사장 재임 시절 대우조선이 스위스 최고급 브랜드 시계인 파텍필립을 다수 구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그 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세계 3대 명품 시게’로 꼽히는 파텍필립은 저렴한 제품 가격이 개당 2천만원을 넘을 만큼 값비싼 명품이다.

    대우조선은 대형 선사에 대한 영업용으로 쓰겠다며 이 시계를 구입했으나, 이 가운데 1개의 행방이 묘연하다.

  • ▲ 에르메스 매장. ⓒ 사진 연합뉴스
    ▲ 에르메스 매장. ⓒ 사진 연합뉴스


    박수환 대표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 명품 핸드백 에르메스의 용처 역시 검찰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박 대표가 명품 핸드백을 마케팅에 즐겨 사용했다는 사실은 업계의 정설인 만큼,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한 진위파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송 전 주필은 배임수재 혐의와 별개로, 박수환 대표의 변호사법 위반 공판 증인으로도 채택돼, 다음 달 20일 법정에 설 것으로 보인다.

    송 전 주필은 호화 외유성 출장 사실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 8월, 조선일보를 나왔다. 송 전 주필은 현재 자신을 둘러싼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