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보수보다 더 보수스럽게, 吳 승부사 기질 다분, 南 가장 발빠른 소통의 리더십
  • 새누리당 비박계의 대선후보군이 한 데 모인 사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왼쪽,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왼쪽에서 두 번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오른쪽에서 두 번째에 앉아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비박계의 대선후보군이 한 데 모인 사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왼쪽,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왼쪽에서 두 번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오른쪽에서 두 번째에 앉아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새누리당은 결국 분당 수순에 돌입했다. 새누리당이 쪼개지면서 한때 대권후보로 이름을 날리던 잠룡들의 운명도 엇갈렸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 세 사람이 각자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이끈 오세훈, 운동권 출신으로 2004년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이름을 날린 김문수, 정치 입문 시작부터 개혁을 외친 남경필 등 세 사람은 새누리당의 대표적인 '쇄신파'였다.

    하지만 위기에 직면한 새누리당을 회생시키는데 각자의 행보는 달랐다. 김문수 전 지사는 잔류를 선언했고, 남경필 지사는 선도탈당, 오세훈 전 시장은 추가탈당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엇갈린 운명은 이들이 처한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무시하기 어렵다. TK(대구·경북) 기반으로 재기를 노리는 김문수와, 정세균 국회의장이 차지한 서울 종로를 탈환해야 하는 오세훈의 입장이 다르고, 경기도지사라는 현역 광역단체장 타이틀을 쥔 남경필의 생각도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같은 목적을 위해 세 사람의 행보가 극명히 갈라지는데는 각자의 정치적 스타일에서 오는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혁명 대신 개혁'… 가장 강경했던 김문수는 '당 잔류'

    비박계 의원 30여 명이 당을 떠나기로 했지만, 김문수는 당에 남기로 했다. 김 전 지사는 지난 22일 MBC 라디오 5〈신동호의 시선 집중〉에 출연해 "책임감을 느낀다면 탈당보다는 혁신의 길을 택하는 게 맞다"고 선언했다.

    김 전 지사는 '최순실 정국'에서 누구보다 강한 친박 비판을 쏟아낸 인물이다. 2012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는가 하면, 이정현 대표를 향해서도 "(최순실 사태에)박근혜 대통령이 관계됐다고 하면 이정현 대표도 (대표직 사퇴 압박에서)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당시는 이정현 대표가 8.9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후 불과 100여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김문수 전 지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나는 어릴 때부터 은혜를 입었으면 갚아야 한다고 배워왔다"면서 "이 당에서 국회의원을 3번 하고 도지사를 2번 했다. 나는 새누리당의 은혜를 많이 입은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인간관계에서는 신의가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면서 "당을 사랑하고 이 나라를 사랑한다고 했는데 갑자기 탈당하고 그러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당적을 '결혼식'과 비유하면서 "마음이 다소 안 맞을 때가 있더라도 참고 노력을 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답하기도 했다.

    김 전 지사는 특히 "충분히 새누리당을 바꿀 수 있고 혁신할 수 있고 승리할 수 있다"며 "30석 만 해도 나라를 움직일 수 있는데 아직 90석이 남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김 전 지사는 무엇보다 보수가 길을 잃으면 다가오게 될 수 있는 '혁명'을 먼저 경계했다. 특히 탄핵정국으로 나라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야권이 주장하는 혁명으로 치달아서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17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기각된다면 혁명밖에 없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박근혜를 끌어내리고 가짜 보수를 불태우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전 지사는 "혁명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매우 위험하다 보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문재인 전 대표"라면서 "세상에 개혁과 혁신은 되지만 혁명의 방식은 안 된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또 "외교에 있어서 북한을 가장 먼저 가겠다고 하는 문재인 전 대표의 입장은 민족 최우선 노선"이라며 "그래서 반미·반일 운동을 함께 전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방보다 공산주의 민족이 더 중요하다는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운동권의 철 지난 주장을 뒤늦게 정치권이 답습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강경한 운동권 출신이었던 김 전 지사가 오히려 가장 '혁명'을 경계하는 정치 스타일이라는 점은 눈여겨볼 만 하다. 뒤집어 엎는 운동권 스타일을 직접 경험하고 그 부작용에 대해 뼈저리게 느낀 김 지사가 진보에 대한 철저한 회의감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 오세훈 전 서울시장. 4·13 총선 당시 모습이다. ⓒ뉴데일리 DB
    ▲ 오세훈 전 서울시장. 4·13 총선 당시 모습이다. ⓒ뉴데일리 DB

    ◆ 오세훈, 엘리트 이미지 속 승부사 기질

    반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탈당으로 가닥을 잡았다.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당시와 비슷한 승부수적 기질이 발휘된 것으로 보인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진보성향인 곽노현 교육감이 당선되고 서울시 의회의 3분의 2 이상 야당이 차지하게 되자 서울시의회와 교육감은 전면무상급식을 주장하고 나섰다. 당시 무상급식의 비중이 8%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급진적 주장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조례안에 대한 공포를 거부하면서 버텼다.

    결국 오 전 시장은 주민투표 결과에 직을 걸고 2011년 8월 24일 투표를 시행했지만, 투표율이 25.7%를 기록하면서 투표함이 개봉되지 못했다. 같은 달 26일 그는 서울시장직에서 사퇴한다. 

    비록 결과만 본다면 실패로 끝났지만, 오세훈 전 시장의 모험은 무상 시리즈의 경종을 울리는 계기이자 오 전 시장의 소신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사건으로 회자된다.

    이번 탄핵정국에서도 오 전 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크게 각을 세우면서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다. 지난 4·13 총선에서는 같은 당 김무성 전 대표가 '험지 출마'를 주장하자, 종로를 고수하는 과정에서 일부 친박계가 호응하기도 했다.

    8·9 전당대회에서도 비박계 주자들을 만나며 주로 물밑으로 움직였고, 비판에 목소리를 높이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큰 결단력이 필요했던 분당 정국에서는 탈당을 선택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는 "남들도 다 탈당하는데…"라면서도 "원외 인사로서 탈당을 결심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비례대표를 제외한 원내인사들은 탈당하고 당적을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국회의원직이 유지되지만, 원외 인사들은 당협위원장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등 신분상의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기존 새누리당에서 다른 당협위원장을 임명하면 지역 분규가 일어나는 신경 쓰이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오 전 시장은 "저는 사정이 좋은 편이지만 다른 원외 당협에서는 꼭 이런 분위기는 아닐 것"이라며 "제가 듣기에도 굉장히 진통도 많고 반발도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서 실제로는 많은 원외 당협위원장이 마음으로는 동의하지만 결행 못 하는 곳도 꽤 있을 것"이라 했다.

    아울러 "지금으로써는 이번 기회에 따뜻한 보수, 건전한 보수처럼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정립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면서 "오히려 보수의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분당의 대열에 합류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원외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오 전 시장이 탈당을 결행한 것은 승부사적 기질과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결단력이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오세훈 전 시장은 김문수 전 지사와는 달리 운동권이 아닌 변호사 출신이다. 김 전 지사보다 젊으면서도 엘리트적 이미지가 강한 오 전 시장이 되레 더 큰 폭의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부분은 다소 아이러니하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실제로 김 지사는 같은 무상급식 파동에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과 강하게 대립했지만, 틀을 통째로 부정하지는 않았다. 김문수 지사는 지난 2009년, 김상곤 전경기도교육감이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요청했지만 이를 거부했다. 다만, 다음 해에는 '친환경 학교급식'이라는 이름으로 400억 원을 지원했다.

    당시에는 무모한 투쟁을 한 오세훈과 좌파와 타협을 한 김문수로 두 사람 모두 비판받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오 전 시장은 박원순 시장에게 서울시장직을 내줬고, 김 전 지사는 남경필 지사에게 경기도지사직을 넘겨주는 다른 결과를 낳기도 했다.


  •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평생을 소장파로… 남경필, 카리스마보다는 소통의 리더십

    새누리당의 또 다른 잠룡으로 분류됐다가 선도 탈당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정치 입문부터 소장파로 지냈다. '부친의 지역구를 물려받았다'는 비판부터 '너무 젊다'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한 고육책이기도 했지만, 정치스타일 자체가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조언을 경청하는 리더십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남경필 지사는 김용태 의원과 함께 지난달 22일 국회 탄핵안 가결이 이뤄지기 한참 전에 선도탈당했다. 이는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을 지켜본 뒤 탈당을 결행하는 33명과는 의미가 다른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이같은 발빠르고 앞서 나가는 정치 행보를 경기도지사라는 광역단체장 자리에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앙 정치무대보다 관심을 덜 받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먼저 나서야 그나마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다.

    하지만, 정치 인생 대부분을 소장파로 지낸 남 지사를 잘 아는 이들은 '민심에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이번 전격 탈당도 '촛불집회'에 직접 참가한 뒤 결심을 굳혔다는 후문이다.

    5선 국회의원에 자동 대권후보로 분류되는 경기도지사까지 지낸 정치인이 너무 가벼운게 아니냐는 주변의 조언에도 남 지사는 늘 '현장민심 우선주의'를 밀고 나가 참모들을 곤혹스럽게 한다고 한다.

    실제로 남 지사는 25일에는 "촛불 민심으로 드러난 이같은 젊은 세대의 분노와 목소리를 정치 등 기존 제도권에 반영해야 한다"며 선거 참여 연령을 현재 19세에서 18세로 낮추자고 제안했다.

    남 지사는 또 가칭 '개혁보수신당'에 합류할 뜻을 밝히면서도 "창당 과정에 국회의원 머릿수는 중요하지 않다"며 "국민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도록 정당 운영 시스템을 먼저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렇게 하지 않은 채 '권력을 잡겠다'고 하는 것은 염치없는 행동"이라며 "국민의 지지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