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30·2차 10·3차 20' 시나리오 유포… 새누리당 의원 절반 옮겨간다
  • ▲ 새누리당 강석호 전 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강석호 전 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가칭 보수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오는 27일 33명의 현역 국회의원 집단 탈당을 예고한 가운데, 정치권의 지형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2~3차 후속 탈당도 준비돼 있는지 여권 안팎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현재 128석인 새누리당의 의석이 친박계 정당과 비박계 정당 사이에서 어떻게 재편되느냐에 따라 조기 대선을 앞두고 범보수 진영의 중심과 정계개편의 주도권이 좌우되느니만큼, 정치권은 최종적인 탈당 규모를 미리 파악하기 위해 분주한 양상이다.

    여권 안팎에서는 '1차 연말 30명~2차 연초 10명~3차 내달까지 20명' 등의 '탈당 시나리오'가 유포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 초로 예고된 2차 탈당이 있을 경우 그 중핵의 역할은 강석호 전 최고위원이 맡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강석호 전 최고위원은 가칭 보수신당 창당을 견인하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의 중동고 후배다. 지난 8·9 전당대회에서도 김무성 전 대표로부터 "좋은 뜻을 가지고 나온 만큼 최선을 다하라"며 "좋은 성품을 갖고 있으니 최고위원에는 적임자일 것"이라는 격려를 받으며 출마해, 비박계로는 유일하게 지도부 입성에 성공했다.

    지난달 7일에는 친박계 '이정현 지도부'의 총사퇴를 촉구하며 최고위원직을 던졌다. 이후 비상시국회의의 공동대표로 선임되기까지 했지만, 21일 결의된 1차 탈당에서는 몸을 빼내 의아함을 낳았다.

    이와 관련, 강석호 전 최고위원 측의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탈당과 분당에 대해서는 꾸준히 부정적인 입장으로 일관했다"며 "누군가는 당내에 남아서 바꾸는 역할을 해야, 보수 전체가 바뀌고 집권 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내에 남아서 싸우겠다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결국 포기를 했지만, (강석호 전 최고위원은) 아직 포기하지 않은 것"이라며 "당내에 남아서 바꿔보겠다는, 어떻게 보면 좀 더 힘든 길을 자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는 점을 보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인적 쇄신과 해체 수준의 재창당을 주장하던 비박계 동료 의원들은 거의 모두 1차 탈당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혼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더욱 제약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따라서 여권 일각에서 강석호 전 최고위원이 2차 탈당의 구심점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이다. 친박계에서 누구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세우는지 지켜보고 '더 이상 당에 희망이 없다' 싶으면 추가 탈당할 의원들이 있는데, 이들을 규합하고 보수신당과의 조율을 맡을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박계 핵심관계자는 "(내년) 연초에 2차 탈당이 있을텐데, 탈당하는 의원의 규모는 5~10명 정도가 될 것"이라며 "강석호 전 최고위원도 경우에 따라서 함께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귀띔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귀국할 쯤이고, 보수신당의 창당 완료 목표 시점이기도 한 내달 20일을 전후해 있을 것으로 보이는 3차 탈당과 관련해서는, 새누리당 중립·중도 성향 의원 모임을 이끌고 있는 '투톱' 이주영 의원과 정진석 전 원내대표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5선의 이주영 의원과 4선의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선수(選數)로 보나, 정치적 중량감으로 보나 중립·중도 성향 의원 모임의 명실상부한 두 축이다. 공교로운 점은 두 의원 모두 반기문 총장과 긴밀한 관계로 엮어져 있다는 것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지난 2006년 총장 지명 선거운동을 할 당시 아프리카 국가들에 공을 많이 들였다. 반기문 총장은 우리나라에서 국제빈곤구호기금을 마련해 150억 원 내외를 아프리카에 원조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공약을 뒷받침하기 위해 당시 노무현정권은 재원 마련 방안을 궁리하다가 국제선 항공권에 일괄적으로 1000원의 국제빈곤퇴치기여금을 부과해 강제징수하는 방안을 강구했다.

  • ▲ 중립·중도 성향 의원 모임을 투톱으로서 이끌고 있는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과 정진석 전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중립·중도 성향 의원 모임을 투톱으로서 이끌고 있는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과 정진석 전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를 규정한 한국국제협력단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입법 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목적세를 신설하는 것이 조세 체계 개편과 반대 방향이기도 하거니와, 아프리카 원조보다 국내의 양극화 해소가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높았고, 직격탄을 맞을 항공업계와 여행업계도 입법 저지 운동에 나섰다.

    결국 한국국제협력단법 개정안은 '법률안의 무덤'이라 불리는 법사위 법안심사2소위로 떨어졌다. 유엔사무총장으로 지명이 되자마자 공약을 어길 위기에 놓인 반기문 총장은 몸이 달았다. 그해 11월 10일 국회에서 고별 연설을 했는데도 한 달 보름만에 다시 국회를 찾았다. 12월 27일 국회를 방문한 반기문 총장은 한나라당 이주영 법안심사2소위 위원장에게 달려갔다.

    반기문 총장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이주영 의원은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소속이었는데도 동료 의원들을 설득했다. "국격과도 결부되고,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신뢰와도 연관이 있는 문제이니 공약을 지킬 수 있도록 더 이상 논란을 벌이지 말고 통과시켜주자"는 이주영 의원의 설득 덕분에 반기문 총장은 이 법으로 조성된 150억 원의 국제빈곤퇴치기여금으로 공약을 지킬 수 있었다.

    이후 이주영 의원은 반기문 총장의 역점 사업인 유엔새천년개발목표(UN-MDGs)를 지원하는 포럼을 국회에서 구성하고 대표의원을 맡았다. 이주영 의원은 "새천년개발목표를 입법부에서 포럼까지 만들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반기문 총장이 항상 고맙게 생각하더라"고 전했다.

    그 뒤로도 이주영 의원과 반기문 총장 사이의 인연은 계속됐다. 지난 2012년 이주영 의원은 유엔새천년개발목표 포럼 대표의원으로서 반기문 총장을 국회에 초청했다. 당시 이주영 의원과 반기문 총장은 70여 명의 여야 의원 앞에서 심도 있는 대담을 나눴다.

    지난해 9월에는 역으로 이주영 의원이 특사로 선정돼 미국 뉴욕으로 반기문 총장을 찾아갔다. 제70회 유엔총회에 참석한 이주영 의원은 반기문 총장을 만나고 유엔개발과제정상회의에서 한국 대표로 기조연설을 하기도 했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도 원내 친(親)반기문 세력의 구심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일보 워싱턴특파원 시절에 당시 주미공사였던 반기문 총장과 같은 아파트에서 거주했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등으로 긴박했던 정세 속에서 반기문 총장과 사태의 향후 추이에 대해 끊임없이 토론하고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2007년 임기를 시작한 반기문 총장이 5년 임기가 끝나가면서 연임 운동을 벌일 때였다. 공교롭게도 2012년 대선과 시기가 겹치자, 국내 친노(親盧) 세력 일각에서는 반기문 총장을 대선 후보로 차출하자는 논의를 벌였다.

    반기문 총장은 정진석 전 원내대표에게 "대선 출마설 때문에 곤혹스럽다"며 "사무총장을 연임해야 하는데, 국내 대선 출마설은 반대편에서 공격하는 빌미가 되니 어떻게 좀 해달라"고 호소했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국내 정치권의 반기문 러브콜은 국가이익을 도외시한 무책임 정치"라고 견제를 가해서 이를 쑥 들어가게끔 만들었다.

    반기문 총장이 지난 5월 방한했을 당시 김종필 전 국무총리(JP)와의 만남을 주선하고, 추석 연휴에는 미국 뉴욕에서 만나 대권 도전을 권유하는 등 정진석 전 원내대표와 반기문 총장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이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하기 전에는 움직일 생각이 없다"고 공언했다. 바꿔말하면 반기문 총장이 귀국한 뒤에는 탈당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중립·중도 성향 의원 모임의 '투톱'이 공교롭게도 이처럼 모두 반기문 총장과 긴밀한 관계이다보니, 반기문 총장이 귀국한 뒤 보수신당에 힘을 실을 경우 이들도 집단적으로 탈당해 3차 탈당을 촉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점쳐진다.

    중립·중도 성향 의원 모임에서는 박순자 의원 등 일부는 이미 1차 탈당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아직도 20명 안팎의 의원이 남아 있다. 이들마저 보수신당에 가담한다면, 기존 새누리당 의석의 절반에 육박하는 60여 명의 의원이 소속된 거대 정당이 형성되는 셈이다.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반기문 총장이 친박 위주의 새누리당과 관계를 맺을 가능성은 0%에 수렴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새누리당 의석 과반이 보수신당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새누리당은 궁극적으로 인적 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강성 친박과,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는 비례대표만으로 간신히 교섭단체를 유지하는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