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의전수석과 부속실장으로 같이 근무… 늘 대화해 자연스럽다"
  • ▲ 가칭 보수신당의 황영철 의원이 2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박계 의원들의 분당 결의 회동에서 회동 결과를 취재진에 브리핑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가칭 보수신당의 황영철 의원이 2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박계 의원들의 분당 결의 회동에서 회동 결과를 취재진에 브리핑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을 탈당한 비박계가 주축이 돼서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가칭 보수신당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영입 경쟁에 강한 자신감과 함께 여유를 나타냈다.

    내달 중순 귀국할 예정인 반기문 총장이 보수신당을 선택할 경우 새누리당에서의 추가 탈당 후폭풍이 일 것으로 보여, 새누리당에 잔류한 강성 친박 일각에서는 당혹감을 내비치고 있다.

    보수신당 정병국 의원은 22일 평화방송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새누리당으로서는 대선후보조차 낼 수 없는 불임정당이 될 수밖에 없다"며 "대선 전에는 새누리당에 남아있는 사람들 중에서 청산의 대상이 되는 (강성 친박) 사람들 이외에는 다 (신당으로) 넘어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불임정당'이란 대선에 유력한 대권주자를 낼 능력이 없어, 정권창출과 수권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정당을 뜻하는 정치권 용어다. 범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내달 중순 귀국할 예정인 가운데, 정병국 의원이 새누리당을 '불임정당'으로 판정한 것은, 반기문 총장 영입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정병국 의원은 전날 본지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도 "그분(반기문 총장)과 나는 원래 옛날 김영삼정부 때 의전수석과 부속실장으로 같이 근무했던 사이"라며 "늘 대화를 했기 때문에 (영입을 위한 접촉은) 당연히 이뤄지고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반기문 총장과 보수신당의 비박계 주요 인사들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청와대에서 함께 정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정통관료였던 반기문 총장은 1996년 외무부 차관보에서 청와대로 불려들어가 의전수석비서관과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연달아 맡았다. 이 때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임기 내내 제2부속실장을 맡았던 정병국 의원과 인연을 맺었다.

    민자당 대표최고위원 시절 주한외교사절단 행사에 드레스코드를 착각해 연미복을 잘못 입고 간 사례가 회자될 정도로 의전에 약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반기문 총장의 능력에 크게 만족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병국 의원 또한 5년간 부속실장을 도맡아 할 정도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보수신당 창당의 주역 중 한 명인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은 반기문 총장과 근무 기간이 겹치지는 않지만 김영삼정부 청와대에서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일했다는 연결점이 있다.

    이같은 맥락 때문인지 보수신당 황영철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탈당한 의원들 중에 반기문 총장과 상당 부분 소통을 하고 있는 의원들이 있다"며 "우리의 (신당 창당) 취지가 (반기문 총장에게) 잘 전달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반기문 총장 측과) 내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면서도 "그분도 지금 여러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너무 앞서서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되레 약간의 여유까지도 드러냈다.

    반기문 총장이 몸담을 정당으로 보수신당을 선택할 경우, 새누리당에서 추가 이탈자가 나오면서 붕괴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황영철 의원도 입장을 같이 했다.

    황영철 의원은 "보수 진영의 대표 역할을 하려 할 반기문 총장이 우리와 함께 하게 된다면, 그 시점에 새누리당에 남아있는 많은 의원들이 우리 쪽으로 오게 된다고 보고, 그러면 사실상 새누리당은 강성 친박 일부만 남는 형태가 되지 않겠느냐"며 "그런 물줄기를 타게 되면 새누리당 의원의 과반수 이상이 (신당과) 함께 하는 체제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자신했다.

    '충청 대망론'의 중심에 있는 반기문 총장은 특히 충청권에 작용하는 구심력이 강하다는 게 정설인데, 이날 가칭 보수신당 의원들은 반기문 총장의 영입을 기정사실로 전제한 가운데 충청권 의원들의 대거 합류가 적절한지를 놓고 다소 결이 다른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황영철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충청 지역 의원들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뜻을 함께 하겠다는 의원들이 다수"라며 "우리 정진석 전 원내대표 같은 경우에는 그러한 입장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반면 정병국 의원은 "(반기문 총장을 따라서 충청 지역 의원들이 대거 신당으로 합류하는 것은)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면서도 "그렇게 누가 이리 오면 함께 오고 하는 것은 우리가 배격해야 할 정치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나아가 "내가 어느 지역인데 어느 사람이 가니까 따라간다는 것은 기존의 정치 구도에서 실패했던 정치공학적 접근"이라며 "기존의 사람중심의 몇몇 사람만을 위한 정당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국민만 바라보는 열린 플랫폼의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새누리당에 잔류한 강성 친박 주요 인사들은 반기문 총장이 친박계를 선택할 가능성이 점차 옅어짐에 따라 당혹과 혼란에 빠져 있는 상태다.

    대전이 지역구인 이장우 전 최고위원은 전날 취재진과 만나, 반기문 총장의 향후 행보에 대해 "내가 이러쿵저러쿵하기에는 부적절하다"며 "귀국하면 알게 될 일"이라고만 말했다. '충청포럼'을 이끌며 반기문 총장과 선을 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도 "(반기문 총장이 어느 정당을 택할지) 잘 모르겠다"며 "앞으로 두고보자"고 체념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 친박계 핵심관계자는 "반기문 총장이 새누리당에 올 가능성이 제로인데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며 "내년 대선에서 우리 당이 후보를 못 낼 가능성도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되레 반문했다.

    또다른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단 이인제 전 최고위원이나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내세워 대선을 뛰는 모션을 취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여론조사에서 3~4%만 확실히 잡고가더라도, 대선 막판에 아쉬워진 저쪽(가칭 보수신당)이 우리와 '딜'을 보려 할 것"이라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