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유승민 조건없이 받아야… 만약 안 된다면 김무성 삼고초려"
  • ▲ 새누리당 중도·중립 성향 의원 모임에 정진석 전 원내대표, 박순자 의원 등이 참석해 있는 가운데, 모임을 주최한 이주영 의원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중도·중립 성향 의원 모임에 정진석 전 원내대표, 박순자 의원 등이 참석해 있는 가운데, 모임을 주최한 이주영 의원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낭떠러지로 직행하고 있는 새누리당 분당선(分黨線) 전동차를 중립·중도 성향 의원들이 멈춰세울 수 있을까.

    새누리당 중립 성향 의원들은 20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긴급 회동을 열고, 당을 분당 전야(前夜)까지 치닫게 한 비상대책위원장 인선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는 모임 주최자인 이주영 의원과, 이 모임에 '계싫모(계파를 싫어하는 모임)'이라는 애칭을 부여한 정진석 전 원내대표, 김광림 전 정책위의장, 박순자 의원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이주영 의원은 "회동에 오지는 못했지만 뜻을 같이 하는 의원들은 30여 명"이라고 설명했다.

    1시간여에 걸쳐 격론을 벌인 중립 성향 의원들은 새누리당 친박계가 비박계가 제시한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를 조건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제1의견으로, 그것이 안 될 경우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해서라도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인선해야 한다는 것을 제2의견으로 정리하는 것으로 뜻을 모았다.

    이주영 의원은 회동 직후 취재진과 만나 "비박계가 추천한 '유승민 카드'를 무조건 (친박계가) 받아줘야 한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었다"며 "친박계의 거부감도 있고 해서 (유승민 카드가) 안 될 경우에는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김무성 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모시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무조건' 받아줘야 한다는 것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내건 '전권 부여'를 포함해서 (비대위원장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라며 "반대하는 친박계를 대상으로 설득 작업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중립 성향 의원들이 비박계가 단수 추천한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를 수용하도록 친박계를 압박하고 나선 것은, 지난 16일 친박계가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한 이후 기대와는 달리 분당 위기가 더욱 심화됐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전날 김무성 전 대표와 정병국 의원을 비롯해 20명에 가까운 비박계 의원들이 회동해 "'유승민 전권 비대위원장'이 거부될 경우 개별적인 탈당을 넘어 분당 수순으로 갈 것"이라고 최후통첩한 것의 여파다. 지금 상황에서는 '유승민 카드'가 폐기되면 즉각 분당이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분당을 막기 위한 친박계의 '양보'를 종용한 것이다.

    이주영 의원이 "우리 중도 의원들은 당이 분열되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게 대전제"라며 "모든 이슈가 해결될 때까지 순수성과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중립 성향 의원들이 비박계가 던진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에 힘을 실어줌에 따라, 지난 원내대표 경선 때 형성된 비박계와 중립파 사이의 오해가 불식되면서, 극단으로 치닫던 당 내홍이 수습될 한 가닥 희망이 생겼다는 관측이다. 이제 공은 친박계에게로 넘어가게 됐다.

    앞서 비박계는 중립 성향 의원들이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추진한 '경선연기·합의추대' 주장이 친박계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 16일 원내대표 경선 직후 비박계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이혜훈 의원은 보도전문채널 YTN에 출연해 "친박과 중립 인사가 섞여 있는 30명 정도 되는 모임이 있는데, 그 모임을 의도적으로 친박에서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며 "경선 연기를 제안하고 나경원 의원이 수락하지 않았다는 빌미로 친박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의도가 너무나 뻔하게 보이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는 중립 성향 의원들도 발끈했다. 이날 회동에 모인 의원들은 비박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음모론'에 대해 분개하면서 강하게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주영 의원은 "일부 의원이 방송에서 중도 성향 의원들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 다들 많이 분개하는 반응을 보였다"며 "마치 어느 쪽의 사주를 받아서 모임을 만들고 원내대표 경선에서 어느 쪽이 당선되지 않도록 할 목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은 정말로 사실과 다르다"고 격노했다.

    이처럼 비박계와 중도파 사이에 형성됐던 갈등은, 이날 중도파가 비박계의 '유승민 비대위원장' 제안에 힘을 싣고, 비박계 또한 이러한 움직임에 반색하면서 잦아드는 분위기다.

    비박계 핵심인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나서면서 취재진과 만나 "오늘 제일 중요한 것은 중립 의원들이 조건없이 유승민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하자는 의견을 내준 것"이라며 "굉장히 큰 변화이며, 보수의 분열을 막기 위한 고심에 찬 의견"이라고 높이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