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재-김세연 각각 정책위의장 후보로…화합과 개혁, 어느 쪽에 무게 실릴까
  • ▲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 후보와 이현재 정책위의장 후보. 두 사람은 친박계의 지지를 받아 후보로 출마했다. ⓒ뉴시스 DB
    ▲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 후보와 이현재 정책위의장 후보. 두 사람은 친박계의 지지를 받아 후보로 출마했다. ⓒ뉴시스 DB

    오는 16일 열리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의 후보가 결정됐다.

    14일 친박계에서는 정우택 원내대표 - 이현재 정책위의장 후보를, 비박계는 나경원 의원과 김세연 정책위의장 후보를 각각 추대하면서 친박과 비박, 양 계파가 당내 주도권 전쟁을 위한 준비를 끝냈다.

    현재 새누리당 내 당세는 친박계가 다소 우세한 것으로 점쳐지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친박계 의원 중 일부가 비박계로 이탈했고, 이로써 백중세가 됐다는 의견도 적지 않아서다.

    ◆ 친박계, 핵심 2선 후퇴 속 정우택-이현재 낙점한 까닭은

    새누리당 친박계는 고심의 흔적이 엿보이는 카드를 택했다. 최순실 사태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친박계는 핵심이 모두 2선으로 후퇴한 상황에서 후보를 골라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친박계는 자신들이 강성으로 비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정우택 후보를 고른 것으로 보인다. 중도성향 의원을 끌어안을 수 있는 최적화된 카드로 계파색이 상대적으로 약한 정우택 후보를 골랐다는 의미다. 새누리당의 모 중진의원은 탄핵 표결을 앞두고 친박계의 고압적인 태도가 탄핵 반대표를 줄였다고 분석한 바 있다.

    정우택 의원은 지역구가 충북 청주시 상당구로, 반기문 UN사무총장의 정치적 고향과도 가깝다. 그는 지난 8.9 전당대회에서 이장우-정용기 의원이 최고위원에 동시에 출마하자 교통정리를 위해 지역 의원들을 소집하는 등 무게감 있는 중진의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지 않으면서도 비박계와 대화 채널이 열려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출마의 변을 위해 기자회견에 나선 정우택 의원은 "친박계를 2선 후퇴시킬 것"이라면서 "화합과 상생으로 통합을 이끌어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대선에서 좌파 정권의 집권을 막아 내겠다"면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사경을 헤매는 보수와 혼란에 빠진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공약했다.

    특히 그는 이 자리에서 개헌 정국을 이끌겠다고 언급했다. 전임 원내대표인 정진석 원내대표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이다.

    정 후보는 "대선후보가 공약을 걸어 당선된 후 개헌을 하는 방안도 있지만, 선례에서 여러 번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알고 있다"면서 "내년 4월 재보궐 선거가 이뤄질 때 국민투표를 같이해 새로운 헌법에 따라 대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출마의 변에 대해 친박계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계파색이 옅고 친박을 2선 후퇴시키겠다 약속한 정우택 원내대표 후보가 그 약속을 이행한다면 비박계가 이에 불만을 제기해 당을 박차고 나가는 것에 명분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현재 정책위의장 후보는 수도권인 경기도 하남시를 지역구로 하는 재선의원으로, 새누리당 친박계의 '3선 가뭄' 속에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초·재선 의원들을 겨냥했다는 의미가 녹아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내 확실한 친박계로 분류할 수 있는 3선 의원은 현재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상황이다. 무난하게 정책위의장직을 수행해왔다고 평가받는 전임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직을 고사하면서 친박계는 고민에 빠졌다.

    3선에서 적합한 인물을 찾지 못하면서 재선의 이현재 의원이 낙점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비록 재선의원이지만 중소기업청장의 경험이 있는 '경제 정책통'이다. 정책위의장직을 적절히 수행하는 문제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이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수출 지표, 제조업 매출, 청년실업률, 가계부채 액수 등을 줄줄이 설명하면서 경제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지니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현재 후보는 기자회견 후 취재진을 만나 "저는 사실 재선으로 이번에 정우택 원내대표 후보께서 정책위의장을 요청했을 때 사양했었다"면서 "그래도 국회에는 선수라든지 여러 관례가 있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이 후보는 "역량은 부족하지만, 서민경제에 일정 부분 이바지하겠다는 뜻에서 정책위의장 후보로 수락하고 섰다"고 했다.

    그는 보수정당인 새누리당 후보이지만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등 비박계에 속한 의원들과 정책 노선에서 비슷한 요소 또한 안고 있는 인물이다. 친박의 고뇌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 ▲ 새누리당 나경원 원내대표 후보와 김세연 정책위의장 후보. 두 사람은 비박계의 지지를 받아 후보로 출마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나경원 원내대표 후보와 김세연 정책위의장 후보. 두 사람은 비박계의 지지를 받아 후보로 출마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비박계, 분당 지렛대로 나경원-김세연 카드

    이에 맞서는 나경원 김세연 카드는 분당을 지렛대 삼아 친박계와 확실하게 선을 긋는 모습을 보여줄 기세다. 박근혜 대통령과 확실하게 선을 긋고, 개혁적인 모습을 보여줄 카드로 비박계에서 추대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나경원 원내대표 후보는 지역구는 서울 동작을로 그간 비박계에서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것으로 분류됐다. 다만, 지난 8.9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전 대표와 함께 물밑으로 역할을 하고 비상시국회의에도 이름을 올리면서 확실하게 비박계의 중진대열에 합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탈당에 대해 침묵하는 가운데, '이번 주말이 고비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면서 중립지대 의원에게는 압박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우택 후보를 뽑아서 당이 쪼개질 것이냐, 아니면 나경원 후보를 뽑아서 당을 살리려고 노력할 기회를 만들 것이냐' 양자택일의 프레임을 노렸다는 뜻이다.

    나경원 원내대표 후보와 김세연 정책위의장 후보는 당내에서 협상에도 유연한 편으로 분류된다. 특히 야당 의원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협치가 요구되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실리를 추구할 수 있는 후보군이다. 다만 여태까지 '전투력'에 대해서는 다소 덜 증명됐다는 평가도 있다.

    부산 금정구를 지역구로 하는 김세연 정책위의장 후보는 당내 쇄신파로, '젊은 피'로 통한다. 김세연 후보는 당내 평가가 좋다는 점과 개혁적 이미지를 동시에 내세울 수 있는 후보다.

    나 원내대표 후보는 취재진과 만나 "들끓는 민심 속에 새누리당이 변하지 않으면 궤멸을 피할 수 없다"면서 "선거보다는 추대에 의해 되는 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친박계에서 후보를 냈다는 게 놀랍기도 하다"고 언급했다.

    이어서 "정 후보는 서울역에 있는 보수단체 집회 때 연설도 한 것으로 안다"면서 "친박 색채가 옅다는 말을 하실 때는 아닌 것 같다"고 각을 세웠다.

    김세연 정책위의장 후보 역시 "비상시국회의가 해체했지만, 새누리당을 해체하고 재구성하겠다는 말에 물적·인적 청산이 포함돼 있다는 의미로 말씀드린 바 있다"면서 "그간 당의 문제점들을 바로잡기 위한 의사결정과정에서 투영되지 못한 부분을 노력하겠다"고 지적했다.

    인적·물적 청산을 포함한 과감한 당 개혁을 공약으로 분명하게 제시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 누가 이기더라도 계파 갈등은 계속 이어질 듯

    친박계는 '중립성 있는 후보' 군을, 비박계는 '당내 개혁'을 표방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어떤 후보가 이기더라도 당의 내홍이 잦아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우택 후보가 원내대표로 당선된다 하더라도 비박계 의원들이 승복하고 친박계 지도부에 따를 리 없고, 나경원 의원이 당선된다 하더라도 친박계 의원들이 이에 순순히 따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이정현 대표가 오는 21일 사퇴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계파가 원내대표에 당선되던 당권을 놓고 다시 한번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나경원 원내대표 후보가 만일 당선될 경우, 친박계는 21일 전국위원회를 소집한 자리에서 친박계 비대위원장을 앉히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비박계로서는 원내대표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당분간 험난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