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김무성·유승민 겨냥 "배신의 정치, 처리하고 노병 돼 사라질 것"
  • ▲ 새누리당 내 의원 모임인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이 13일 발족됐다. 친박계가 주축이 된 이 모임은 '대한민국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출범한다고 밝혔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내 의원 모임인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이 13일 발족됐다. 친박계가 주축이 된 이 모임은 '대한민국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출범한다고 밝혔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친박계가 '비상시국회의'에 대응해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을 출범하며 세를 과시했지만, 이전보다 저조해진 출석률을 보이는 등 흔들리는 기류도 감지됐다.

    새누리당 친박 의원들이 주축이 된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출범식이 13일 오후, 의원회관 제2 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친박계 의원들은 이인제 전 최고위원·김관영 경북도지사·정갑윤 전 국회부의장을 공동대표로 추대키로 했다.

    먼저 새누리당 이인제 전 최고위원이 인사말 차 마이크를 잡았다. 이 전 최고위원은 "상상할 수 없는 폭풍을 만나 우리가 타고 있는 거친 파도에 하염없이 흔들렸다"면서 "그러나 대한민국을 세우고 산업화·민주화의 길을 걷고 통일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보수 세력의 깃발은 더 선명해야 하고 보수정당은 더 크고 강건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폭풍을 경험하면서 대한민국을 더 큰 번영과 통일로 이끌 수 있는 보수정당을 재건할 수 있다면 이 고통은 축복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 역시 "저는 현장에서 젊은 날을 바친 사람"이라며 "현장에서 살아온 20여 년의 생활을 그대로 담아 국난을 극복하고 보수가 위기로 침몰하는 상황을 막아야겠다는 간절한 염원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나아가 "이제는 고장 난 자동차를 혁신적으로 수리해서 운전사를 바꾸고 달리면 된다"면서 "차가 고장 났다고 해서 자전거를 타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비유했다.

    이날 행사의 핵심적인 발언은 서청원 의원에게서 나왔다. 8선의 서 의원은 작심한 듯 비장하게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큰 몸동작과 손짓으로 여러 차례 카메라 셔터 세례를 받기도 했다.

    서 의원은 "전 정권이 나를 감옥에 집어넣었지만 다른 사람 탓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오로지 나의 업보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언제는 하늘이 내려준 인물이라 하고, 언제는 최태민이 박 대통령에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던 사람이 별안간 앞장서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정치 보복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보수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이전 인사들과는 결이 다른 발언을 쏟아낸 셈이다. 서 의원은 김무성·유승민 의원을 정면으로 겨냥해 계속 비판을 이어내려 갔다.

    그는 "나를 보면서 8명을 '최순실의 남자'라고 말하지만 아는 사람도 없고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면서 "만약 이만큼의 의혹이 있었으면 검찰이 서청원을 감옥으로 보내고 재판받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이 보수를 무너뜨리고 배신의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정리되고 당의 가치를 새롭게 하는 가치가 잘 자리잡혔다면 저는 여기서 여러분들을 보지 않을 것"이라며 "제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 의원은 "저는 8선에 만족한다. 정말 대단한 것이라 생각하고 욕심 없다"면서 "아까도 말씀드린 것은 그날까지 내가 울타리가 되고 저는 노병이 돼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배신의 정치'가 정리되면 자신도 함께 동귀어진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 ▲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 그는 13일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출범식에 참석해 "배신의 정치는 보수에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 그는 13일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출범식에 참석해 "배신의 정치는 보수에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날 행사는 당내 화합과 통합을 위한 모임의 행사로도 볼 수 있지만, 친박계의 세 과시 성격도 적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탄핵 정국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표가 234표에 이른 점을 근거로 새누리당 내 주도권이 친박에서 비박계로 넘어간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언론에서는 친박과 비박의 세력을 백중세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친박계 의원들이 '비상시국회의'와 비슷한 당내 모임을 만들어 실력 과시에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기에는 원내에 있는 의원뿐 아니라 원외 당협위원장들까지 참석했다.

    그러나 세 과시로 보기에는 참석한 친박계 의원의 수가 압도적이지 못했다. 이날 모임에는 40여 명이 채 못 되는 의원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술 때문에 불참하지만 이름을 올려달라"고 부탁한 윤재옥 의원과 입원으로 참석하지 못한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 등을 포함하더라도 당내 과반을 넘지 못했다.

    이는 지난달 4일 의원총회에서 발언 공개 여부를 통해 확인된 친박계 의원의 숫자보다 훨씬 줄어든 숫자다. 서청원 의원도 이를 의식한 듯 참석자들에게 "흔들리지 말 것"을 주문했다.

    서 의원은 "한때 극우주의였던 정부에서 김대중 선배를 뻘건 놈이라 했지만, 동지들이 지켜 결국 대통령을 만들었다"면서 "앞으로 여러분의 임기가 3년 반이 남았다. 흔들리지 말고 여기 남아있는 사람들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보수정당을 세워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새누리당 비박계에 속하는 황영철 의원은 같은 날 '최순실의 남자' 발언으로 영등포 경찰서에 명예훼손으로 피소됐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최순실의 남자라는 표현은 최순실을 아느냐 모르냐는 의미보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헌법 위반을 방조하고 옹호한 것에 대한 정치적 수사"라면서 "즉각 고소를 취하해주길 정중히 요청한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당내 비박계와 친박계의 계파 갈등이 재확인되고 급기야는 소송전까지 이어짐에 따라 새누리당의 운명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당장 사퇴한 정진석 원내대표를 대체할 후임을 놓고 친박과 비박계 간 팽팽한 접전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