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6일 초연 개막, 내년 2월 19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 "전쟁으로 부강해지는 나라는 없어. 전쟁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진행된 연극 '벙커 트릴로지' 프레스콜에는 연출 김태형, 각색 지이선을 비롯해 배우 이석준, 박훈, 오종혁, 신성민, 임철수, 김지현, 정연 등이 참석했다

    이날 약 1시간여 동안 시연을 마친 배우들은 "감정적인 소모가 커서 인물의 피폐성이 전이되는 것 같아서 힘들지만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연극 '벙커 트릴로지'는 제1차 세계대전 참호를 배경으로 아서왕 전설-아가멤논-맥베스 등 총 3개의 고전과 신화를 재해석한 독립된 이야기로 진행되는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이다.

    영국 연극계에서 천재 콤비로 불리는 '카포네 트릴로지' 제이미 윌크스의 대본이 원작이며, '프론티어 트릴로지', '사이레니아' 연출 제스로 컴튼의 대표작이다. 1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의 고증보다는 그 당시 시대적 배경과 고전이 맞닿음으로써 발생하는 신비로운 세계관을 구현했다.

  • 'Soldier 1' 역의 이석준은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의 초연과 재연에 잇달아 출연하며 '트릴로지의 장인'으로 불린다. 그는 "트릴로지 용어가 붙으면 힘들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극을 찾아볼 수 없다. 사람을 너무 괴롭게 만들어서 집행극이라고 부른다"며 "연극이라고 섭외받고 왔는데 싸움, 춤 등 뮤지컬보다 더 움직임이 많다"고 토로했다.

    'Soldier 2' 역을 맡은 오종혁은 "힘든데 아직 계속 배워가는 중이다. 연출, 작가, 동료 배우들, 스태프들 등 모두 함께 작업하고 싶었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배울 수 있는 분들이 많아서 그 감당은 제가 하고 있다. 솔직히 클릭비 전성기 때보다 신체적, 심적으로 더 힘들지만 그래도 행복하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벙커 트릴로지'의 이번 국내 초연에서는 고전 자체를 리메이크 하기보다 캐릭터를 차용하고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했다. 보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영국인에게 익숙한 역사적 상식을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배경 설명을 보강하고 캐릭터들을 강화하는 등 다각도로 각색을 시도해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 지이선 작가는 "군대를 다녀오지 못해서 이 작품을 못썼다는 평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런 걱정을 잠식시키고자 1차 세계대전 공부를 많이 했다. 각색하면서 허투루 쓰지 못해서 더 힘들었다. 실제로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니 압박과 고민, 무게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카포네 트릴로지'가 사방과 천장이 모두 벽으로 막힌 7평 남짓한 호텔방을 그대로 옮겨왔다면, '벙커 트릴로지'의 무대는 사방이 벽으로 막힌 20평 남짓한 '벙커'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군번줄, 장총, 물통, 군복 등 소품들이 더해져 리얼함을 살렸고, 총탄과 포탄이 발사될 때마다 객석 의자는 물론 무대 세트 전체가 뒤흔들리는 듯한 음향효과를 통해 극한의 몰입감과 긴장감을 자아낸다.

    '카포네 트릴로지'에 이어 '벙커 트릴로지'의 연출을 맡은 김태형은 "좁은 공간 안에서 하는 공연은 적은 관객들이 본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제한된 공간에서 극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고, 배우들이 혼신을 다해 연기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전쟁의 공포와 고통을 격렬하게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인간의 군상을 그린 연극 '벙커 트릴로지'는 'Soldier 1' 이석준-박훈, 'Soldier 2' 오종혁-신성민, 'Soldier 3' 이승원-임철수, 'Soldier 4' 김지현-정연이 출연한다.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내년 2월 19일까지 이어진다.



[사진=뉴데일리 정상윤 기자]